도서 소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들과 함께 옛이야기의 원형을 충실히 살려 기획한 '네버랜드 옛이야기' 시리즈. 임석재 판본의 <한국구전설화>를 기본으로 하여 그 속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깨닫도록 구성했다.
자식이 없어 외로워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기를 가져 낳았더니 사람이 아니라 구렁이다. 할머니는 구렁이를 뒤꼍에 두고 삿갓으로 덮어놓는다. 아기를 보러 이웃집 부자의 세 딸이 찾아오는데, 첫째와 둘째는 징그럽다며 침을 뱉고 갔지만, 마음씨 고운 셋째는 '구렁덩덩 새선비'라고 하며 삿갓으로 잘 덮어준다.
어느날 구렁이는 옆집 딸에게 장가를 가겠따 떼를 쓴다. 셋째딸과 혼례를 치르는 날, 구렁이는 허물을 벗고 잘 생긴 신랑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부인에게 허물을 맡기며 절대 태워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는 과거를 보러 서울로 떠나지만, 놀러온 언니들이 신랑의 허물을 태우고 그 냄새를 맡은 신랑은 멀리 떠나고 만다. 그리하여 신랑을 찾기 위한 부인의 여정이 시작된다.
주인공 색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꿰뚫어볼 줄 알며, 옛이야기에서 보기 드물에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구렁이와 첫 대면에서 두 언니들과 달리 구렁이를 업신여기지 않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하며, 언니들의 시기로 신랑과 헤어졌을 때도 직접 신랑을 찾아 집을 나선다.
<구렁덩덩 새선비>는 여기저기 퍼져 있을 뿐 아니라 채록본 또한 여럿이다. 이야기의 원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채록본을 골랐고,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게 구성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주인공 구렁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줄곧 삿갓 속에 숨어 있다) 셋째 딸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장치는 궁금중을 유발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옛날 옛날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았는데, 자식이 없었어.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지."우리에게는 어째 자식이 없을까?구렁이라도 좋으니까 자식 하나 낳아 봤으면..."그러다가 할머니가 아기를 가져서 열 달 만에 낳고 보니글쎄, 사람이 아니라 구렁이지 뭐야.할머니는 구렁이를 집안에 둘 수가 없어서뒤꼍 굴뚝 옆에 두고 삿갓으로 덮어 놓았어.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