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작가는 어릴 적 부모같은 따뜻한 보살핌을 주었던 큰언니를 생각하며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일순이의 어릴 적 친구가 돈을 빌려 달아난 일순을 찾는 신문 광고를 우연히 보고 회상에 잠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두가 어렵던 옛 시절에 맏이 일순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일 나간 엄마 대신 네 동생들을 살뜰이 보살핀다. 동생을 업고 숙제도 하고, 집안일도 도맡아서 하고, 품팔이도 나선다. 하지만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폐병으로 돌아가시고 갓태어난 사순이까지 잃자, 그만 충격을 받고 입이 돌아간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뻤지만 어린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동생들을 훌륭히 키워낸 일순이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형제가 둘 혹은 외둥이가 많은 요즘, 그리고 물질적 풍요로 인해 어려웠던 옛 시절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형제 간의 우애와 사랑을 되새기게 해주는 동화이다.
출판사 리뷰
엄마보다 그리운 이름, 큰누나 일순이
《큰누나 일순이》는 배고프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을 대신하여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정성으로 보살핀 맏이 ‘일순이’ 이야기이다. 먹을 것도 부족한데 집집마다 아이들은 왜 그리 많았는지, 예쁜 이름은 고사하고 일순이, 이순이, 삼식이, 사순이, 오식이, 이렇게 태어난 순서대로 이름 붙이기 바빴던 시절의 이야기다. 《큰누나 일순이》는 생활은 많이 풍족해졌어도, 한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형제 간 우애와 사랑을 느낄 기회를 잃은 우리 아이들에게 ‘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일순이
“올망졸망 매달리는 아이들 때문에 휘청거리는 가지를 용케도 버티는 감나무와, 있는 대로 몸을 벌려 동생들을 안고 업은 일순이의 모습이 내겐 너무도 비슷해 보였답니다.”
(본문 18쪽)
일순이네 짚 앞에는 넓게 가지를 드리운 야트막한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일순이의 어린 동생들은 그 감나무에 매달려 놀거나 풋감을 따 먹으며, 병든 부모를 대신하여 품 팔러 나간 일순이를 기다린다. 일순이가 없는 동안 감나무가 일순이를 대신하는 것처럼, 동생들에게 일순이는 부모를 대신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어릴 적부터 동생들이 다 자란 어른이 될 때까지, 일순이는 동생들에게 항상 내어주기만 하는 나무 같은 존재였다. 칭얼대고 들러붙는 동생들이 짐스러울 법도 한데, 일순이는 얼굴 한번 찡그리는 일 없이 동생들을 보듬어 안는다.
동생들에게 일순이가 버팀목이었던 것처럼, 일순이에게도 동생들은 힘겨운 삶을 꿋꿋이 이겨내게 해 주는 힘이 아니었을까?
울어도 웃는 일순이
“마루 끝에 걸터앉은 일순이는 앉은뱅이 경대 앞에다 바짝 얼굴을 비춰 보며 쉼 없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헛바람이 새는 걸 막으려고 한 손으로는 마비된 입술 끝을 꼭꼭 여미기도 하면서 목청껏 불렀습니다.”
(본문 102쪽)
일순이의 삶은 열두 살 어린아이가 견뎌내기엔 너무도 모질고 거친 것이었다. 부모의 잇단 죽음에도 의연했던 일순이는 기침을 달고 살던 사순이의 죽음 앞에서 마침내 무너지고 만다. 소중한 동생을 잃은 충격에 입이 돌아가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일순이는 슬픔을 오래 담아 두지 못하는, 천성이 오뚝이 같은 아이다. 고운 얼굴에 흉측하게 일그러진 입술을 보며 절망에 빠지기보다는, 오물오물 짝짝 입술 끝을 가장 잘 놀릴 수 있는 노래를 부르며 일그러진 입술과 오그라든 마음을 펴려고 애쓴다.
언제나 내편인 우리 누나 일순이
“누나야- 큰누나야-”
해질녘, 감나무 가지마다 올망졸망 매달려 일순이를 부르던 어린 남매들의 목소리가 분명합니다.
(본문 119쪽)
이처럼 일순이는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큰마음, 몇 번을 넘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다. 그래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일순이를 부르면 달려와 줄 것 같고, 무슨 잘못을 해도 무조건 날 믿어 주고 내편을 들어줄 것 같은 든든한 존재다.
이처럼 일순이 이야기는 형제 없이 외둥이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겐 진한 형제애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려는 나약한 아이들에겐 강한 마음과 용기를 심어 줄 것이다.
모두들 굵직한 고구마만 골라서 순식간에 울퉁불퉁 보따리를 꾸렸는데 일순이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얼른 주워 챙긴 어른 주먹만 한 고구마 서너 알 말고는 모두 잔챙이만 골랐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여기저기를 뒤적이며 잔챙이라고 부르는 어른 손가락만 한 고구마만 고르느라 여간 더디게 보따리를 채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너는 왜 굳이 잔챙이만 고르느라 애쓰니?”
동직이 아저씨도 의아한 듯 물었습니다. 그러자 일순이는 손가락처럼 가늘고 길쭉한 고구마를 들어 보이며 공손히 대답했습니다.
“요런 게 우리 동생들 먹이기에는 알맞거든요. 큰 것보다 훨씬 더 포실포실하고 한 손에 들려 주기도 좋고요.”
동직이 아저씨는 일순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옛말에 맏이는 부모맞춤이라더니.”- p.50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은강
1956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공주교육대학을 마쳤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아동문학평론, 청주문학상 동화부문을 수상했다. 대전 송촌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목차
일순이를 찾습니다
감나무 한 그루
목수 배 서방
동갑내기 언니
날고구마 한 개
까치가 쪼아 먹은 배 한 알
사라진 닭 두 마리
일순이의 꿈
연이은 불행
울어도 웃는 일순이
일순이는 떠나고
그리운 일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