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개미와 물새와 메뚜기'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 옛이야기. 제 분수를 알지 못하고, 남의 공을 제 공이라고 우기며 폼이나 재는 사람을 딱따깨비에 빗대어 풍자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라 퐁텐 우화 '마차와 파리'에 나오는 파리를 떠오르게 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 어린이들은 딱따깨비처럼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망신당하지 말고 제 분수에 맞는 일을 하며 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본성이 있으며, 그것을 따랐을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다른 이와도 좋은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옛이야기로, 삶에 대한 해안과 통찰력이 함축되어 있다. 옛사람들은 보잘 것 없는 곤충과 동물을 내세워서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삶의 원리를 명쾌하게 제시하였다.
출판사 리뷰
동물 유래담의 묘미
동물 유래담이란 동물의 생김새나 특징이 생겨난 과정에 대해 재미있게 꾸민 이야기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럴싸한 근거를 대며 전개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롭다. 그 동물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읽는 재미는 더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개미, 물새, 딱따깨비는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다. 개미는 아이들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딱따깨비가 조금 생소할 수 있으나, 메뚜깃과의 곤충으로 이름만 낯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는 ‘개미와 물새와 메뚜기’나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알려져 있다. 채만식이 ‘왕치와 소새와 개미’라는 제목으로 재창작하기도 한 것을 보면,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임이 분명하다.
허풍 많고 뻔뻔한 사람을 풍자하다
작가 윤기현은 농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이다.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고, 농촌 아이들의 삶을 동화에 담아 온 작가가,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번엔 뻔뻔한 사람을 풍자한 옛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옛이야기의 원형을 충실히 따르는 한편, 세 주인공들의 동물적 특성에 성격까지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부지런한 개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밤톨을 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고 있고, 가꾸기를 좋아하는 물새는 바위에 앉아 날개깃을 다듬고 있고, 허풍스러운 성격의 딱따깨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생김생김에 대한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를 빗대어 풍자하는 본래 의도를 살리기 위함이다.
재미와 해학 속에서 얻는 교훈
처음부터 큰소리치던 딱따깨비는 결국 큰 고기를 잡으려다 잉어에게 잡아먹힌다. 물새 덕에 겨우 잉어 배 속에서 나온 뒤에도 능청스럽기 그지없다. 친구들처럼 스스로의 본능을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으련만, 딱따깨비는 지나친 욕심으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처럼 《개미와 물새와 딱따깨비》는 작은 곤충과 동물이 주인공인 짧은 옛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삶에 대한 혜안을 엿볼 수 있다.
현대적인 구도와 기법 속 여백의 미
일러스트레이터 박연철은 글에 대한 남다른 해석력을 토대로 하여, 특유의 과감한 구도와 컴퓨터 기법으로 옛이야기 그림책의 영역을 넓혔다. 입체적 원근감 없이 평면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만화처럼 장면을 나누어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것, 양쪽 면 가득 클로즈업을 한 물고기나 새의 모습 등 자유롭게 화면 구성을 하고 있다. 또 군데군데 보이는 콜라주 기법은 숨은그림찾기처럼 그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현대적인 구도와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옛이야기 글과 하나로 녹아든 이유는 안정적인 여백 덕분이다. 전작들에서도 공간 배치를 노련하게 했던 작가는 이 책에서 역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곳곳에 사용된 전통 문양은 예스러운 분위기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