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부모의 재혼으로 본의 아니게 가족이 된 누나와 동생, 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기까지 겪는 갈등을 다뤘다. 아이들이 놓인 현실이 ‘조기유학’이라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세태를 반영한다. 낯선 공간, 낯선 문화에 놓인 두 아이의 갈등과 성장담이다. 화가 오승남이 그린 삽화도 군데군데 넣었다.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보는 일도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신통방통 왕집중>으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던 동화작가 전경남의 신작이다.
출판사 리뷰
‘가족의 탄생’, 한발 더 나아간 이야기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보는 일도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조건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갈등과 성장을 다룬 동화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신통방통 왕집중』으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던 동화작가 전경남의 신작『불량 누나, 제인』도 그런 작품들의 연장선 상에 있다. 부모의 재혼으로 본의 아니게 가족이 된 누나와 동생, 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기까지 겪는 갈등이 작품의 중심축을 이룬다. 기존의 작품들과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면, 그 아이들이 놓인 현실이 ‘조기유학’이라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 낯선 공간, 낯선 문화에 놓인 두 아이의 갈등과 성장은 그래서 더욱 복합적이고 다양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불량하지 않은 불량 누나
열두 살 지원은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새아빠의 딸인 소영이 누나(제인)가 유학 중인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그렇잖아도 어색한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원에게 누나의 모습은 ‘불량스러움’ 그 자체다. 고등학생인 제인은 요상한 옷차림에 피어싱은 기본이고, 내놓고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외국 남학생들에게 찝쩍대기도 한다. 지원은 그런 누나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누나도 아닌데, 뭐…….’ 하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그렇지만 낯선 이국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해해 주고 문득문득 자신을 동생으로 대해 주는 누나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계속되는 누나의 ‘불량한 행동’들이 서울에 알려지면서 지원의 엄마가 캐나다로 오게 되고, 여전히 새엄마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누나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러다, 누나가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사실을 아빠가 알게 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다. 평소에도 누나와의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지 못했던 아빠는 결국 폭력적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하고, 누나는 아빠에 대한 반감으로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지원은 누나도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에서 소외된 희생자이며, 일반적인 눈으로 보면 불량스럽기 그지없는 누나의 행동들도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또 다른 몸부림이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누나도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출한 누나와 연락이 닿는 유일한 가족인 지원은, 그렇지만 누나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는 실패한다. 결국 누나 제인을 캐나다에 남겨둔 채 다른 가족들은 한국으로 되돌아오고, 지원은 멀리서나마 누나의 삶이 조금씩 더 행복해지기를 응원한다.
작가는 흔히 재수 없는 새라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까마귀를 상징으로 등장시켜 가족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조기유학 속에 놓인 아이들의 삶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 하나는 어학연수나 조기유학을 떠난 우리 아이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가 얼마간 캐나다에 머물렀던 경험이 녹아 있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낯선 환경, 낯선 언어에 놓인 아이들이 그 세계에 적응해가는 게 얼마나 힘겨운지, 그로 인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서울에 있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나서 지원이가 마음속으로 독백하는 장면이 아이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보여 준다.
‘수업이 재미있냐고? 괜히 웃음이 나왔다. 기가 막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웬 재미? 공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는 방법을 백 가지 넘게 알게 되었다고 말해 버릴까? 아는 노래 가사 적기, 종이로 베틀 게임 만들기, 선생님 표정 그리기. 그런 걸 하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고.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 미치도록 시간이 안 갈 때도 있다고. 그럴 때에는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하나 떠올린다고. 그럼 된다고…….’
-본문 중에서
발랄한 문체에 깊이를 더하는 그림
이처럼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경쾌하고 발랄한 작가의 문체가 어려운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이끌어 준다. 전경남은 전작『신통방통 왕집중』에서도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전복적 상상력,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주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 또한 주인공 지원의 독백으로 진행되는데,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투를 차용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장점을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 화가 오승민의 그림은 자칫 가벼움으로 흐르기 쉬운 문체의 특징에 깊이를 더해 준다. 지원이의 내면과 심리에 초점을 맞춰 분위기 있게 풀어낸 그림은 아이들이 책을 읽다 한걸음 쉬면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에 충분하다.
"근데 아까 맘이랑 왜 그런 거야?"
"자꾸 잔소리하잖아. 늦게 들어온다고. 자기가 뭔데?"
그러더니 한마디 더 해 댔다.
"이제 난 혼자 살고 싶어. 나 밥도 할 수 있어. 꼭 맘이랑 살아야 할 이유가 뭐지?"
"하지만 누나는 학생이잖아!"
"학생은 혼자 살면 안 된다는 법이 있니? 혼자 살 능력이 되면 사는 거지. 물론 아직은 돈이 없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난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엄마한테 야단맞을 때 집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혼자 산다? 뭐 그런 생각까지 한 건 아니었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밥도 해 먹을 수 있고, 김치에다 김에다...... 마켓에서 장 봐서 요리하고, 음악 크게 틀고서 춤도 추고, 방도 예쁘게 꾸미고, 잔소리 들을 이유도 없고, 와!" (45쪽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전경남
실용음악과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방송작가와 카피라이터로 일을 했고,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받으면서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할머니가 되어도 키득키득거리며 글을 쓰는 게 꿈이다. 몸에 찾아오는 이야기에 맞춰 이런 저런 글들을 자유롭게 쓰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는『신통방통 왕집중』『불량 누나 제인』『내가 보여』『초등학생 이너구』등의 동화 작품집이 있고, 청소년 소설로는 『하하의 썸 싱 some sing』이 첫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