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여름의 끝 무렵, 관광객들이 떠나고 조용해진 섬마을. 열두 살 소녀 라킨의 집 앞에서 한 장의 편지와 아기 바구니가 발견된다. 이 일로 인해 엄마와 아빠 사이에는 언쟁이 오가기도 하지만, 결국 아기 소피는 라킨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소피는 자라며 식구들의 기쁨이 되고 그럴 수록 소피가 떠날 날에 대한 염려와 슬픔이 밀려온다.
마침내 소피가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 소피를 데리러 소피의 엄마가 돌아온다. 말의 힘과, 말을 뛰어넘어 라킨의 가족과 소피를 십 년 전 그 때로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기억 혹은 소중한 추억의 힘을 이야기한다. 간간이 등장하는 노래와 시, 크빈트 부흐홀츠의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진다.
출판사 리뷰
뜻밖의 손님
“아기의 이름은 소피예요. 만 한 살이 거의 다 됐고 온순하답니다. ……아기를 찾으러 반드시 돌아올 거예요. 전 소피를 무척 사랑해요.”
여름의 끝 무렵, 관광객들이 떠나고 조용해진 섬마을. 열두 살 소녀 라킨의 집 앞에서 한 장의 편지와 아기 바구니가 발견됩니다. 이 당혹스러운 사건을 두고 엄마와 아빠 사이에는 언쟁이 오가기도 하지만, 결국 아기 소피는 라킨의 집에 머무르게 됩니다.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라킨과 라킨의 친구 랄로를 비롯한 섬사람들 모두의 사랑과 관심 속에, 소피는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소피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 가고, 그럴수록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소피와 헤어질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사실은 아련한 슬픔과 불안으로 자리잡으며 식구들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또한 식구들은 그 동안 서로 언급을 피하며 각자의 마음 속에 간직해 오던 비밀스런 아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몇 달 전, 단 하루를 살고 세상을 떠난 라킨의 남동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이 소피 때문에 더욱 또렷해진 것입니다. 아무 일 없는 척 각자 자기 일에 몰두하며 슬픔을 잊으려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라킨은 얼굴도 보지 못한 남동생에 대해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 부모를 원망하며 혼자 슬픔을 삭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행복을 가져다 준 것도 소피였지요.
식구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속에 소피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엄마에게 ‘소피는 대용품이 아니’라며 정색을 하고, 라킨에게는 ‘절대 소피를 사랑해선 안 된다’던 아빠는 누구보다도 많은 사랑을 소피에게 쏟아부으며, 춤을 가르쳐 주고, 여러 가지 구름의 이름들,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가르쳐 줍니다. 소피는 가위바위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자 혼자서 손으로 모양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해가 바뀌고 봄이 되었을 때,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소피를 데리러 소피의 엄마가 돌아옵니다. 그 동안 남편이 많이 아파 소피를 돌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이 찾아오고, 아빠는 멀어져 가는 소피를 위해 ‘가위바위보’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소피를 보내고 나서야, 식구들은 그 동안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그들의 ‘아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엄마와 아빠는 라킨에게 동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라킨이 원하던 대로 아기에게 이름을 붙여 줍니다. 아기의 정식 장례식도 치르고, 식구들은 소피에 대한 이야기도 한결 편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후 십 년이 지나고, 섬에서는 할머니의 장례식이 치러집니다. 이 날 섬으로 들어가는 배 안에는, 성장하여 섬을 떠났던 라킨과, 라킨의 어깨 높이만큼 자란 소피, 그리고 소피의 엄마가 타고 있습니다. 섬에 도착한 소피는 그 동안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던 어렴풋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묘지를 향해 언덕을 오르다 라킨의 아빠를 발견한 소피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들만의 암호, 가위바위보로 인사를 건넵니다.
말의 힘, 기억의 힘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에도 소피는 이 모든 걸 기억할 거야. 어떤 식으로든.”
라킨의 할머니가 한 말입니다. 정말 소피는 모든 것을 ‘어떤 식으로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의 조각들을,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피의 기억 속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사람은 한 남자, 즉 라킨의 아빠였습니다. 소피를 꼭 안아 주던 강인한 팔, 소피의 귀에 속삭이며 구름의 이름을 가르쳐 주던 목소리, 소피를 위해 추던 춤과, 둘만의 비밀스런 신호와도 같은 가위바위보.
소피는 자라면서 진짜로 가위바위보를 할 줄 알게 되었겠지만, 자기가 처음으로 그것을 배웠던 때는 기억해 내지 못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십 년 후 섬에 돌아와 라킨의 아빠를 보는 순간, 소피의 머리가 저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무엇을 할지 기억해 내지요. 바로 조금 전 배가 방파제를 지나 들어올 때, 경적이 울리기도 전에 자기도 모르게 귀를 막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기억의 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것인가 봅니다.
라킨의 가족에게는 소피와 즐거웠던 기억 외에도 소피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 아픈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름도 없어 묘비명이 ‘아기’인 라킨의 동생을 잃은 일이지요. 라킨은 엄마 아빠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누구도 한 마디 말을 해 주지 않습니다. 모두가 마음 속에 말을 품은 채, 그것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 아래 꽁꽁 가둬 두기만 합니다.
라킨의 학교 도서관 담당인 미니프리드 선생님은 ‘아름다운 말’을 사랑하며, 우리를 변화시키는 ‘말의 힘’을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어느 수업 시간, 선생님은 어릴 때 죽은 오빠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때 읽은 시 한 편을 읽어 줍니다. ‘나는 선한 사람들이 딱딱한 땅 속에 갇히는 것에 굴복하지 않을 거예요.’로 시작하는 <곡조 없는 만가>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강력한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라킨은 그 시를 읽고 나서야 마음 깊이 묻어 두었던 말, 그리고 분노를 엄마에게 터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소피가 떠나던 날, 라킨의 가족은 그 동안 피하기만 했던 주제에 대해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을 꺼내기만 하면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 같았던 기억이, 말로 표현하고 대화를 통해 아픔을 나눔으로써 비로소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래서 소피의 이야기를 할 때도, 소피와 헤어진 슬픔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소피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미소 지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라킨이 그토록 원하던 ‘말’이, 미니프리드 선생님의 말대로 어마어마한 힘으로 라킨의 가족에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가위 바위 보》는 이러한 말의 힘과, 그러한 말을 뛰어넘어 라킨의 가족과 소피를 순식간에 십 년 전 그 때로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강력한 기억 혹은 소중한 추억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담담한 듯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된 줄거리가 등장 인물들의 감정에 어느 새 동화되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고, 간간이 등장하는 노래와 시, 그리고 크빈트 부흐홀츠의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가슴 깊이 오래 남을 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녀는 꿈 속에서 늘 구름을 보았다. 그녀는 구름들 이름이 좋았다. 새털구름, 뭉게구름, 그리고 지금은 잠깐 잊어버린 또하나의 무슨 구름, 그녀는 자기가 언제 그 이름들을 익혔을까 싶었다. 배운 기억도 없는데. 가끔 그녀는 혹시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134쪽, '봄'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코네티컷 대학원을 졸업한 뒤 영어 교사로 일했고, 오랜 습작 기간을 거쳐 작가가 되어 그림책과 동화를 발표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쓴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는 <뉴베리상>과 <스콧 오델 상>을 비롯한 거의 모든 아동문학상을 휩쓸었고, 작가 자신은 사랑받는 아동문학가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도 공연되었습니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종달새≫, ≪할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곳≫ 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목차
여름의 끝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겨울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봄
제14장
제15장
제16장
십 년 뒤 여름
제1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