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문학을 읽는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청소년들에게 문학 읽기의 기쁨과 인문학적 사유의 힘을 향유하게 하기 위해 기획한 푸른생각의 새 총서이다. '한국 문학을 읽는다'는 원문을 충실하게 싣고, 낱말풀이를 달아 작품의 이해를 돕고, 본문의 중간 중간에 소제목을 붙여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 작품의 줄거리를 정리한 이야기 따라잡기, 작품 감상의 핵심을 밝힌 쉽게 읽고 이해하기, 마지막에 작가 알아보기를 붙여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일곱 번째 도서 <봄봄, 동백꽃 외>는 “한국 문학사에서 영원히 아낌을 받아야 할 작가”라고 불리우는 김유정의 단편을 묶었다. 김유정은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 그리고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1930년대 한국 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작가이다. 본 도서에는 그의 대표작 중 「봄봄」 「동백꽃」 「노다지」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두꺼비」 「안해」 「따라지」가 실려 있다.
출판사 리뷰
도서의 내용
만무방, 따라지, 들병이를 사랑한 작가 김유정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은 웃음의 미학과 짙은 비애의 무게를 균형 있게 다룰 줄 아는 작가였다. 소설의 표면에는 희극적 인물과 해학의 멋이 어우러져 있고, 소설의 이면에는 어둡고 슬픈 사회의 모순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김유정이 주로 선택한 인물은 밑바닥 인생들이었다. 김유정 소설에는 농촌의 경제구조상 가장 하위층인 소작농, 가난 때문에 유랑하며 전과자나 떠돌이가 된 만무방, 몸과 술을 파는 들병이로 나선 아내가 등장한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은 버스 차장, 공장 노동자, 카페 여급 등으로 전락한 따라지들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특징, 내면 심리와 세태 묘사에서 느껴지는 박진감은 김유정 소설 고유의 문체를 형성하고 있다. 김유정은 반전과 아이러니 기법을 즐겨 활용했다. 갈등이 지속적으로 고조하다가 결말에 이르러 뜻밖의 반전을 맞이하는데, 이때 아이러니 기법과 결합되면서 독자들은 강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작가가 사회의 모순을 내놓고 비판하지 않았는데도, 독자는 소설의 배후에 놓인 사회적·경제적 문제점을 포착하게 되는 것이다.
김유정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가와 사회에 존재했던 균열과 붕괴의 기록이다. 「만무방」에서 답답한 마음을 <아리랑> 노래로 풀어놓는 주인공의 모습은 당시 민중의 자화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자화상의 표정에는 허무한 웃음과 짙은 연민의 페이소스가 깃들어 있다. 작가 김유정은 이렇게 만무방, 따라지, 들병이를 사랑한 작가이며, 한국문학사에서 영원히 아낌을 받아야 할 작가이다.
이 책에 수록한 작품은 김유정의 대표 단편소설 8편이다.
「봄봄」은 데릴사위 풍속의 희생양이 된 어리숙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농촌에서 마름의 권력을 가지고, 데릴사윗감을 여러 명 갈아치우며 노동력만 착취하는 장인, 주인공을 은근하게 부추기는 신붓감 점순 등이 등장한다. 해학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문체는 김유정 소설의 핵심 미학을 보여준다.
「동백꽃」은 마름의 딸인 점순이 보내오는 사랑의 화살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소작농의 아들로서 마름의 딸과 엮이면 부모님이 곤란해질까 봐 조심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점순의 공세에 밀려 노란 동백꽃 무더기 속에서 이성에 눈을 뜬다.
「노다지」는 금 도둑인 꽁보와 더펄을 중심으로, 금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배신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작가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지만, 당시 국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는 금으로 군비를 확충하려고 금광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면서 금광업을 부추겼었다. 금 투기가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만무방」은 소작농이 처한 딱한 현실을 응칠이라는 문제적 인물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응칠의 동생 응오는 모범적인 소작농이었다. 하지만 수확을 하면 빚밖에 남지 않음을 생각하고, 밤마다 자기 논의 벼를 훔쳐 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응칠이 부르는 아리랑은 농촌의 비애와 한의 정조를 고조시킨다.
「금 따는 콩밭」은 자기 콩밭에 금맥이 있다는 말에 휘둘려서, 농사를 중단한 한 남자의 내면적 갈등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콩밭을 아끼는 마음과 금을 캐려는 욕망이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금 투기로 인해 농촌 사회가 붕괴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두꺼비」는 김유정이 명창 박녹주를 짝사랑했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두꺼비는 학생인 주인공 ‘나’에게 기생 옥화를 연결시켜주겠다고 사기를 친 옥화의 오라비이다. 두꺼비는 집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는 사고뭉치로 잉여인간이나 다름이 없는 인물이어서 소설 속에서 짝사랑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기능으로 적절한 인물이다.
「안해」는 ‘아내 팔기 모티프’를 다룬 소설이다. 극도의 가난 상태에서 아내는 스스로 들병이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남편은 아내를 들병이로 훈련시키려고 열심히 노래를 가르친다. 그런데 이 모티프가 비도덕적으로 보이기는커녕 독자에게 웃음과 연민을 불러온다.
「따라지」는 도시로 왔으나 버스 걸, 카페 여급, 공장 노동자 등 도시빈민으로 극악하게 살아가는 따라지들의 세태를 잘 묘사한 소설이다. 달동네에 살면서 집 주인마누라와 월세 문제로 큰 싸움이 일어나고, 평소에는 서로 잘 모르던 셋방사람들끼리 연대감이 형성되는 이야기이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유정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은 1935년 단편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올랐다. 등단하던 해에 「금 따는 콩밭」, 「떡」, 「산골」, 「만무방」, 「봄ㆍ봄」 등을 발표했다. 1936년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이어져 그해에 「봄과 따라지」, 「동백꽃」 등을, 다음 해에 「땡볕」, 「따라지」 등을 발표했다. 1937년 지병의 악화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불과 2년 남짓한 짧은 작가 생활 동안 30편 내외의 단편과 1편의 미완성 장편, 그리고 1편의 번역 소설을 남겼다. 실감나는 농촌 소설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소설에서는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매우 육담적(肉談的)인 속어의 구사 등 탁월한 언어감각을 엿볼 수 있다.
목차
봄봄
동백꽃
노다지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두꺼비
안해
따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