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1년 출간되어 한국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이고로야, 고마워]의 앙코르 출간
손발이 없는 기형 원숭이 다이고로의 이야기를 담은『다이고로야 고마워』. 이 책은 기형 원숭이의 삶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며 점점 더 깊은 사랑에 빠져버린 오타니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아직 편견을 갖지 않은 어린 생명에게는 아름다운 편견을 심어주고 이미 추한 편견에 신음하는 어른들의 상처마저 어루만지고 있다.
팔다리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어미에게 버림받은 300그램도 채 되지 않은 원숭이를 데리고 온 아빠와 장애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가족이 되어 함께 지낸 이야기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아버지의 생생한 기록과 세 딸의 따뜻하고도 솔직한 일기를 통해 인간과 동물을 뛰어넘은 사랑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의무감으로 시작된 가족의 인연
‘너무도 딱한 모습의 원숭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고, 그 기록 사진이나마 반드시 찍어두어야겠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이것이 다이고로를 집으로 데리고 온 아버지의 짧은 변이자, 가족의 인연이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후지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아버지, 오타니 에이지는 풍경이나 인물 같은 일반적이고 아름다운 피사체보다는 일반인들이 돌아보지
않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주제로 삼아 전국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주는 먹이로 인해 기형원숭이가 많아진다는 사실이 한창 문제가 되던 때여서 기형원숭이들을 기록하는 사진촬영을 하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매번 촬영을 끝내고 딸들에게 선물꾸러미를 사오던 아버지였기에 그날 역시 가족들은 아버지의 선물보따리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선물이 되어 가족들에게 맡겨진 기형원숭이 한 마리가 바로 다이고로였다.
당시 일본은 사회적으로 기형원숭이 발생이 큰 문제가 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기 시작한 후로 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입시를 압두고 있던 큰딸 세이코, 일곱 살 가즈요와 네 살의 막내 마호의 세 딸을 두고 있던 엄마로서는 아무리 동물을 좋아하는 가족들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야생원숭이를 어떻게 집에서 길러야 할지 도무지 짐작도 가지 않고 눈앞이 캄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보여준 엄마의 사랑
여덟 살 때 히로시마에 살던 엄마는 원자폭탄의 피해를 실제로 지켜보았기 때문에 생명체가 겪는 고통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원폭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으며 그때 겪은 슬픔과 가족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기보다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공해 때문에 기형의 몸으로 태어난 다이고로 생명 역시 어떻게든 지켜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이미 세 딸을 출산하고 여러 차례 수술로 인해 몸이 약해질대로 약해져 있던 상황이기에 다이고로를 쉽게 맞이할 수는 없었다.
면봉에 우유를 적셔 입안에 넣어줘야 30분에 겨우 한 방울이나 먹을 정도로 약하고 밤에는 잠도 잘 자지 못하며 가족들을 불안하게 하기 일쑤였던 다이고로. 일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을 정도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다이고로의 모습에 엄마는 유산으로 잃은 아들아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떠나간 아들아이가 돌아온 것처럼 다이고로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나날이 이어졌다.
다이고로를 바라보며 어떻게 돌봐주어야 할지 공황상태에 빠져있던 가족들과 달리 어쩌면 다이고로는 스스로 삶을 위해 강한 의지로 삶의 불꽃을 피워 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누구로 인해서가 아닌 생명체가 갖는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은 아닐까.
인간의 감정을 닮은 원숭이
원숭이란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고로는 표정과 감정이 풍부했다.
엄마가 화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거나 어디로 외출이라도 하려 할 때는 옷을 물어뜯으며 못가도록 잡아당기곤 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소리를 내며 좋아하기도 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온힘을 다해 테이블로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런 성장들은 거의 죽은 상태에서 보자기에 쌓여와 첫 대면을 했던 순간들을 무색케 했다. 다이고로의 이런 모습들은 오히려 우리들에게 노력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다이고로는 또한 사교성이 좋은 원숭이었다. 특히나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지곤 했는데 이런 대목에서는 외형으로 편견을 갖고 마음을 닫아버리곤 하는 우리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아이의 마음이야말로 세월이 지나도 변치 말아야할 우리들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막내 마호와 다이고로는 그야말로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마호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 움직일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뽐내고 다녔지만 그만큼 막내자리 차지에 치열한 싸움이 일기도 했다. 엄마의 품속을 차지하려다 다이고로에게 빼앗기는 날이 다반수였고 그런 날이면 어린 마호는 울며 잠이 들곤 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미어졌지만, 약자에 있는 다이고로에게 어쩔 수 없는 양보와 배려였다.
언젠가 우연히 거울을 본 후 경악을 하게 되었다는 다이고로. 일말의 여지도 없이 자신은 사람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본인이었지만, 거울에 비춰지는 것은 복슬복슬 검은 털이 가득한 원숭이의 모습이었다. 그후 오랜시간 우울해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다이고로의 모습에서는 인간과 너무도 흡사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차가운 말의 보이지 않는 상처들,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사건들.
가족모두 여행을 가게 된 장소에서 “저 더러운 원숭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무심코 내뱉은 주위의 말이었지만, 가족들이 받은 순간의 상처보다 오히려 그 말을 들은 어린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자라나게 될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있으니 취향 또한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하지만 단지 외모와 편견만으로 마음의 벽을 닫아버리는 이러한 행동은 바로 나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2년 4개월 동안의 시간, 다이고로가 남긴 것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 따위는 아주 조금의 도랑을 메워버리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게 된다.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단지 외형으로 편견을 갖기보다는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어린아이의 마음이란 실제로는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 본다면 언제나 두팔 벌려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2년 4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다이고로가 오타니 가족들에게 남긴 것들,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준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독자 몫에 맡기겠다.
오타니 씨는 정년 퇴직 후 고향 유후인에 <오모야>라는 이름의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자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여관을 만들겠다는 꿈의 실현이었다. 그 꿈을 키워준 것은 팔다리에 중증의 장애를 가진 기형 원숭이 다이고로의 존재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삶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따스함이 독자들의 마음을 힘껏 부풀게 할 것이다.
▶추천사
권오길(달팽이 박사)
세상에는 ‘다양하다’라는 표현이 많은 곳에서 어우러집니다.
각기 생김새부터 피부색, 성격과 사는 곳까지 다른 많은 인종들, 그리고 사람이 주축 되어 어우러져 있는 자연과 동물들 역시 서로 다른 다양성이 한데 조화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겨울 바람이 피부를 스쳐가는 겨울의 어느 날, 우연한 인연으로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초롱초롱한 큰 눈망울이 맑기도 하다’라는 생각은 잠시, 팔다리 없는 기형의 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미에게 버림받고 자신의 부족이 아닌 인간의 가족들을 만남으로 새롭게 펼쳐지는 이야기에 깊은 감동의 전율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나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상대에게 거부감은 먼저 내비치지 않았는지, 마음을 닫아버리지는 않았는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원숭이 다이고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가족으로 함께 생활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깊은 반성의 기회를 안겨줍니다.
다이고로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이야기에서, ‘더러운 원숭이!’라고 경악하던 주위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시려왔습니다.
사람인줄 만 알았던 다이고로가 거울을 보고서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었을 것을 생각하며, 할 수만 있다면 조그만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습니다.
한 쪽 한 쪽을 넘겨가면서 녀석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늘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다가오는 요즘, 주위의 가족에게, 또는 친구에게 동료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책으로 주저 않고 추천합니다.
이상권(생태동화작가)
가을무들이 밑드는 초겨울 문턱에서 30년만에 옛동무와 해후하였습니다. 사람이라는 동물의 최대 장점인 직립보행이 버거울 정도로 다리에 장애가 있는 그 동무는, 스님이 되어 치매노인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안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부처님이 먼 곳에 계시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동무를 보고 온 날 밤 <다이고로야, 고마워>라는 책이 제 가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감동의 깊이 더했는지도 모릅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어린 원숭이에게 젖을 물리는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더 이상 책갈피를 넘길 수 없었습니다. 원숭이라는 동물을 제 살붙이로 받아들이는 그 거룩한 모습. 저한테 젖을 물려준 어머니 같았습니다. 버려진 원숭이에게 자신의 살을 내준다는 것은, 자신을 버렸다는 뜻입니다. 비웠다는 뜻입니다. 그 빈 자리로 장애를 안고 생겨난 작은 생명 하나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두 생명은 소통하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됩니다. 자기와 다른 누군가(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와 소통하려면, 이렇게 자신을 비워야 하고 상대방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그랬을 때 서로는 입으로든 눈으로든 마음으로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오타니 준코
1937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히로시마 시내에서 원폭을 경험했다. 1957년 도쿄로 와 오타니 에이지와 결혼했고, 그 후 사진가로서 공해와 직업병의 현장을 쫓는 남편의 활동을 후원하며 봉사활동에 참여해왔다. 지은 책에 《다이고로는 천사의 날개를 달았다》 《유후인의 바람》이 있다.
사진 : 오타니 에이지
1931년 오이타 현 유후인에서 태어나, 도쿄 사진대학을 졸업했다. 1954년부터 일본방송, 1964년부터는 후지TV에 소속해 활동하면서 〈백색증의 공포(산림노동자의 실태)〉 등 개인전을 긴자 니콘 살롱에서 열었다. 지은 책에 《기형 원숭이는 고발한다 인류를 향한 경고》 등이 있다.
역자 :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2005년에 소설 [일식] 번역으로 일본 고단샤의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슬픈 이상] [그리운 여성모습] [글로 만나는 아이 세상] 등의 책을 썼으며, [철도원] [장미도둑] [지금 만나러 갑니다] [꿈을 주다]
[남쪽으로 튀어!]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제1장
중증 장애를 가진 원숭이가 새 가족이 되다
다이고로의 추억
딸들과 다이고로 사이에서 고민하다
첫 여행
다이고로와 함께 고향에 가다
다이고로가 데구루루 굴렀다!
제2장
딸 셋 플러스 아들 한 마리
제 힘으로 기었다!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원숭이?
단오 날
차가운 말을 듣다
다이고로가 일어섰다!
말썽꾸러기 다이고로
제3장
가족, 저마다의 길 떠나기
잊을 수 없는 그날
다이고로도 시치고산 축하
이제 다이고로는 눈을 뜨지 않아
저마다의 새 출발
제4장
정년 후, 유후인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부부가 함께 장래를 설계하다
장애인들도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여관
저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