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훈따로 대변되는 아이들의 세계를 신나게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쑤욱 마음의 키가 자라는 아이들을 힘껏 보듬는 동화책. 모키와의 한바탕 소동이 한낱 꿈일지언정, 모키를 매개로 평행선을 긋던 친구 이석이와 화해를 하고, 모키를 지하철로 돌려보내면서 배려와 책임을 체득한 훈따는 분명 이전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뛰노는 훈따와 친구들을 통해, 아이들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세계 자체가 아이들에겐 현실이고 유의미한 성장 과정이라는 걸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 밖에 훈따와 대립되는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박물관에 가면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설명을 베끼고 외워야 한다는 훈따 엄마, 훈따의 소중한 곤충들을 '쓰레기'라고 말하는 선생님, 친구를 사귀어도 보탬이 되는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민새 엄마 등 편협한 사고 속에 갇힌 어른의 모습이 아이의 눈으로 풍자되면서 큰 웃음을 안겨 주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출판사 리뷰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들의 세계를!
죽은 곤충을 모으기 위해 뻘뻘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고, 그렇게 모은 곤충들을 주욱 늘어놓고 행복해하고, 모기인지 모키인지가 죽는다고 엉엉 울며 약 뿌리는 것을 한사코 말리는 훈따는 언뜻 보면 참 한심한 아이입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하찮은 벌레 한 마리에 울고 웃다니요. 하지만 이건 훈따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반듯해 보이는 대부분의 아이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탐탁치 않은 행동 투성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지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어른의 잣대로는 쓸데없는 것에 열광하는 아이들, 당연한 세상 이치에 물음표를 다는 아이들을 보면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정말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어른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잔소리를 한 바가지 퍼붓고 싶은 이 아이들에게도 엄연히 자기만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어른이 보기에는 아이들이 ‘학교 성적’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채 위태롭게 몰려다니는 듯해도, 이렇게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 맘껏 뛰놀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 이 시간은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면서 몸을 살찌우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하지요. 그렇기에 아이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훈따와 지하철 모키》는 이렇게 훈따로 대변되는 아이들의 세계를 신나게 들려주고, 그 과정에서 쑤욱 마음의 키가 자라는 아이들을 힘껏 보듬는 동화입니다. 모키와의 한바탕 소동이 한낱 꿈일지언정, 모키를 매개로 평행선을 긋던 친구 이석이와 화해를 하고, 모키를 지하철로 돌려보내면서 배려와 책임을 체득한 훈따는 분명 이전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뛰노는 훈따와 친구들을 통해, 아이들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세계 자체가 아이들에겐 현실이고 유의미한 성장 과정이라는 걸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훈따와 대립되는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설명을 베끼고 외워야 한다는 훈따 엄마, 훈따의 소중한 곤충들을 ‘쓰레기’라고 말하는 선생님, 친구를 사귀어도 보탬이 되는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민새 엄마 등 편협한 사고 속에 갇힌 어른의 모습이 아이의 눈으로 풍자되면서 큰 웃음을 안겨 주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훈따와 모키의 모습을 신나는 만화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 보여 주는, 생생하고 아기자기한 그림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모기가 아니라 모키라고?
죽은 곤충을 모아 보물 통 속에 고이 모셔 둘 정도로, 곤충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훈따. 그런 훈따에게 정말 희한한 ‘것’이 찾아왔습니다. 이 날 훈따는 체험 학습 보고서를 쓰기 위해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박물관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훈따가 집 베란다 방충망에서 운 좋게 발견한 노린재를 손에 올려놓고 사탕 먹이는 시늉을 하는 찰나, 그 신기한 것이 거짓말처럼 쑤우욱! 나타났지요.
“이봐, 그건 내 거라니까!”
그 녀석은 훈따의 사탕이 자기 거라며 막무가내로 우기더니 훈따 손 위로 훌쩍 뛰어올라 사탕을 입에 털어넣었습니다. 훈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세모난 얼굴, 볼록한 배, 연필심처럼 가는 팔 다리를 가진 그것은 분명 살아 있는 생명체였습니다. 사탕이 꿀렁꿀렁 뱃속으로 내려가는 게 훤히 보일 정도로 몸은 투명했고요. 그런데 이게 사람처럼 말을 하지 뭐예요? 게다가 엄마나 다른 어른들의 눈에는 이 요상한 것이 보이지 않는 듯했어요.
단박에 훈따 마음을 사로잡은 이 희한한 것은 바로 모키였어요. 모키는 지하철 의자 속에서 살며, 빵, 과자, 사탕, 씹다 버린 껌은 물론 짜증 부스러기, 울음 부스러기까지 뭐든지 먹어치웠어요. 짜증이 많은 여름에는 빙빙 프로펠러에서 여름잠은 자야 한다나요?
그렇게 만난 모키는 곧 훈따의 보물 1호가 되었습니다. 묻는 말에 대꾸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끝없이 먹어대는 모키가, 죽어서 얌전히 통 속에 누워 있는 곤충들보다 백 배 천 배 재미있고 더 좋은 건 당연했지요. 모키도 훈따 집에 가면 사탕과 빵과 과자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홀랑 훈따를 따라나서며 둘의 동행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모키는 죽은 곤충처럼 훈따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모키는 박물관을 휘젓고 다니다가 비상벨을 누르는 바람에 박물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훈따 집에서는 냉장고와 컴퓨터 속에 들어가 잠을 자다가 모두 고장을 내고, 훈따가 소중히 모은 곤충들을 날름날름 먹어치우기까지 했지요. 그 때마다 훈따는 모키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우왕좌왕, 정신을 못 차렸지만, 모키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마냥 신나기만 했어요.
모키가 눈에 보일 리 없는 엄마는 그런 훈따가 영 못마땅했습니다. 모기가 한 마리 날아다닐 뿐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체험 학습 보고서에 모키니 모기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잔뜩 써 놓고, 친구들에게 모기를 보여 준다고 집으로 데리고 오고 하는 훈따의 행동들을 엄마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지요. 그러니 훈따를 야단치고 윽박지를 수밖에요. 그러나 훈따도 훈따대로 이렇게 근사한 모키를 몰라보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모키를 모기라고 착각하고 연막탄을 뿌리겠다니, 이대로 있다간 모키가 죽게 생겼지요.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훈따는 모키를 지하철로 데려다 주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내내 훈따와 친구 이석이, 민새는 모키와의 이별을 아쉬워했지만, 모키는 길에 떨어진 부스러기들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어느덧 지하철역에 도착한 훈따와 친구들은 몰래 승강장으로 들어갔고, 때마침 ‘빵’ 하고 지하철이 들어오자 모키는 훈따에게 인사 한 마디 없이 지하철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며칠 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인사 한 마디 없이 가 버리다니, 훈따는 꽤 섭섭했습니다. 그래도 모키를 지하철로 무사히 돌려보내서 다행이에요. 친구들과 함께 모키 흉내를 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훈따의 발걸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고 상쾌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박효미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MBC 창작동화대상’에 <나락 도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일기 도서관> <노란 상자> <말풍선 거울> <길고양이 방석>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 <오메 돈 벌자고?> <왕자 융과 사라진 성>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블랙아웃> <고맙습니다 별> 들이 있습니다.
목차
1.노린재를 발견한 특별한 날
2.지하철 모키
3.박물관에서
4.보물 전시회
5.모키는 사고뭉치
6.모키와 모키
7.모키의 여름잠
8.학원에 간 모키
9.우리들의 모키 놀이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