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7년 '뉴욕타임즈' 최고의 그림책 선정작. 연못의 구석구석을 모두 알고 있는 개구리 앨리스는 어느날 따분함을 느낀다. 앨리스는 수련 잎을 돌돌 말아 쥐고서 바다를 보겠다고 길을 나서고, 모험 끝에 다시 연못으로 돌아오게 된다. 기 빌루의 선명하고, 우아한 그림과 글이 함께 어우러진다.
출판사 리뷰
한낮의 사막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꾸는 꿈
기 빌루는 선명함으로 신비를 가로지르는 작지만 아주 비옥한 영토에서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그곳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걸려 있을 법한 곳이지만 빌루의 관심은 딴 데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실제와는 다른 마치 닳은 듯한 색상으로 아주 넓은 공간을 조망하고, 보다 깊은 곳에 흐르는 불안과 불편에 손을 대 시각적 농담으로 녹여 내는 구상으로 크기와 시점을 가지고 놉니다. 이 그림들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그 모양이 슬그머니 바뀌는 흐릿함이 아니라 아주 쨍합니다. 말하자면, 비유적으로나 글자 그대로나 한낮의 사막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꾸는 꿈 같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에는 민담이 깃들어 있고,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푹 빠져들 수 있는 독특한 그림이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집니다. 이게 우리가 그림책에서부터 원하는 게 아닐까요? 평범한 기술로 무심한 듯 그려낸 초현실의 세계로 날아가는 아주 특별한 경험 말입니다.
우리의 영웅은 앨리스입니다. 작은 연못의 비좁음에 좀이 쑤시기 시작한 이 작은 초록 개구리는 이미 연못의 어둑한 바닥 구석구석이며 풀잎 사이사이의 숨을 만한 곳들을 다 압니다. 또 연못 이쪽에서 저쪽까지 뒷다리로 스물여덟 번 발길질 하면 건너갈 수 있다는 것도 알지요. 말 많은 갈매기의 부추김으로 앨리스는 집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수련 잎을 돌돌 말아 쥐고서 바다를 보겠다고 길을 나서요. 여기서 어린이들(또는 부모들)에게 제시되는 심리적 낚시 바늘은 너무도 뻔합니다. 그러나 글도 그림만큼 절제할 줄 아는 빌루는 결코 망치로 자신의 뜻을 못 박듯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의 이야기는 우아하면서도 묘한 의미, 그리고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담백하게 펼쳐집니다.
앨리스가 수련 잎에 누워 물 위에 떠서 뒤척이며 잠을 자다 맞이한, 처음 바다를 봤을 때의 모습을 기술한 장면을 보세요. 앨리스가 깨어났을 때 눈에 보인 건 오직 파란색뿐이었습니다. 앨리스는 초록의 강둑을 찾아 사방을 둘러보았지요. 환희와 두려움의 그 순간, 앨리스는 바다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앨리스는 조용히 개골거렸지요. 그 소리에 대한 유일한 답은 물 표면을 핥고 지나치는 바람 한 줄기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낚임은 아주 육중해지는 반면, 앨리스가 파도를 타는 모습은 아주 섬세한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환희와 두려움의 그 순간입니다. 느낌을 장려하는 것 외에 이러한 이중적 감정 더 나아가 갈등을 다루려고 하는 어린이 그림책이 얼마나 될까요?
앨리스는 결국 안전하게 제 연못으로 돌아오지만 앨리스 이야기의 핵심은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가 절대 아닙니다. 빌루는 당연히도 보다 넓은 세상이 계속 손짓하리라는 것을 독자들이 알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며 유혹합니다. 그리고 아주 시원한 결정적 장면으로 끝맺습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도전해 오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거지요.
앨리스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바다 한복판에서, 부들 숲 너머 이쪽 세상에서 본 것들을 떠올려 봤어요. 하지만 지금 앨리스는 지쳤고, 일을 잃은 채 혼자였어요.연못에서 헤엄을 치거나 갈대밭 속 깊이 뛰어들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지요. 앨리스는 울기 시작했어요.
"왜 그러니?"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ㄹ왔어요. 앨리스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주위를 둘러봤지요. 아무도 안 보였어요. 똑같은 목소리가 닷 ㅣ들리자 앨리스는 달을 올려다봤어요.
"난 여기서 안 살아. 강물을 따라 이리로 흘러왔어. 배며 사람들이며 도시도 봤단다.
원하던 대로 바다에 았지만, 이젠 집에 가고 싶어!"
그러자 물에 비친 달이 앨리스 쪽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어요. 도움을 주려고 내뻗는 손길처럼 말이지요. 달그림자는 개구리의 작은 수련 잎으로 바작 다가와 멈췄어요.
목소리가 속삭였어요.
"나하고 함께 가자. 내가 길을 잘 알거든."
p.24
작가 소개
저자 : 기 빌루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광고 일을 하다가, 1969년 뉴욕으로 건너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습니다. <애틀랜틱 먼슬리>, <뉴요커>,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잡지에 꾸준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 『꿈꾸는 소년의 짧고도 긴 여행』을 비롯한 여덟 권의 그림책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그 가운데 네 권은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그림책 10’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