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십대 소녀들의 우정을 다룬 동화. 서로 너무 달라 절대로 가까워 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소녀 유경과 은비가 수많은 감정의 동요를 견디며 쌓아가는 우정을 그린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고,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고민들로 밤을 지새우며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가슴앓이 한 기억들….
지은이는 자신의 소녀 시절 그러했던 마음들을 결 고운 감수성을 살려 십대 소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순정만화처럼 말랑말랑한 동화로 풀어냈다. 또한 두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엄마들의 우정과 아이들의 우정을 통해 서로를 돕고 질투와 시기를 넘어 서로를 기다리고 기억해 주는 친구가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출판사 리뷰
누구와도 함께 나눌 수 없는 사춘기 성장통,
그 성장통을 홀로 겪고 있을 소녀들을 위한 이야기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글로 많은 소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이미애가 십대 소녀들의 우정을 다룬 동화 《나만의 단짝》을 새로이 펴냈다. 서로 너무 달라 절대로 가까워 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소녀 유경과 은비가 수많은 감정의 동요를 견디며 쌓아가는 우정은 독자에게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들의 여릿한 감성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풀어 쓴 문장마다 십대 소녀들의 상처난 마음을 포근히 품어 주는 작가의 깊은 사랑이 묻어난다.
“소녀 시절. 그 결 고운 감성을 살린, 순정 만화 같은 동화”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고,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고민들. 그 고민들로 밤을 지새우며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가슴앓이 한 기억들. 작가는 자신의 소녀 시절 그러했던 마음들을 결 고운 감수성을 살려 십대 소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순정만화처럼 말랑말랑한 동화로 풀어냈다. 또한 작가는 두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엄마들의 우정과 아이들의 우정을 통해 서로를 돕고 질투와 시기를 넘어 서로를 기다리고 기억해 주는 친구가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여러분이 이 이야기 속에서 우정을 지켜 가는 법을 배우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들에서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하루하루 크고 작은 일들과 혼자서 끙끙대며 전투를 치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가득 담아, 그 성장통을 어루만져 달래 줄 수 있는 책으로 여러분께 새롭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여러분, 부디 아름답게 자라 주세요!
-작가의 말에서
돈은 됐고, 그 아가씨가 신던 꽃신을 주실래요? <꽃신>
“얘, 너 발 시리지 않니?”
종루 기둥에 기대앉아 있던 달이가 움찔하며 돌아보았다. 누비 두루마기에 털토시를 낀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달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무진 입매와 반짝거리는 눈빛에 당당함이 흘러넘쳤다. 달이는 그저 ‘참 예쁘다` 하며 얼을 빼고 있었다.
“맨발에 짚신만 신었잖아.”
“예?”
선예가 눈에 젖어 축축해진 짚신을 가리켰다. 짚신 속에 발갛게 언 달이의 발이 들어 있었다.
까무잡잡한 달이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순간, 저도 모르게 선예 발끝으로 눈길이 갔다. 선예의 하얀 솜버선이 주홍빛 꽃신에 소복이 담겨 있었다. (18~20쪽)
어머니와 첫 절 구경에 나선 날, 선예는 아버지와 두 오라버니가 역모 죄를 쓰고 끌려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전해 듣는다. 그길로 어머니는 한양으로 돌아가고, 선예는 유모와 함께 절에 남는다. 그러던 어느 날, 명색이 반가의 딸로 곱게만 자라온 선예에게 제 스스로 눈길을 내며 절에 온 달이의 거침없는 행동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모습이다. 그저 가족의 생사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선예에게 부모를 잃고도 처연한 내색 하나 하지 않는 달이의 당당함은 가슴 한구석을 때리는 날 선 채찍이다.
“제 옷을 달라시는 걸 보니, 아주머니가 입을 게 아니라 그 선예 아가씬가 하는 분이 필요한가 봐요? 그렇담 돈은 됐고 그 아가씨가 신던 꽃신 주실래요? 그럼 제가 신던 설피까지 거저 드릴게요.”
유모가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화전이나 일구고 산에 나무하러 다니는 애가 꽃신은 무얼 하게? 그 신은 아가씨가 제일 아끼는 물건이라…….”
“싫음 말구요.”
달이가 소매를 뿌리치며 돌아섰다. (33쪽)
화전민 아이인 달이는 역병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고아이다. 부모의 위패를 모신 은곡사에 가끔 와서 영전에 절도 드리고, 공양 대신 절 마당이라도 깨끗이 쓸어 놓는, 그야말로 부모 없이도 잘 자란 아이지만 선예에 대해서만은 심기가 불편하다. 곱게 차려 입은 대갓집 아가씨가 신은 꽃신이 그리 탐이 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존심까지 숙이며 꽃신을 얻어낼 생각은 없다. 그러다 선예의 애틋한 사정을 전해 듣게 된 어느 날, 달이는 양반이든, 천민이든 모두 다 귀한 사람으로서 지켜주어야 할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예가 떠나는 날, 달이는 귀한 선물을 들고 선예를 찾아간다.
단아한 문장, 탄탄한 구성력, 주제를 형상화하는 뒷심. 두 소녀의 신분적 대립 구도와 팽팽히 맞선 심리적 갈등이 씨실과 날실로 잘 직조되었다. (동화 작가 김향이)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품 전편에 흐르는 선명한 대비, 그리고 결말의 절묘한 조화는 이 작가의 역량이 범상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동화 작가 김병규)
무슨 계집애가 저리 억세고 그악스러운지 몰라 <방물고리>
“계집애가 창피한 것도 모르고 소리는…….”
홍석이가 쥐어박듯 한마디 하자 구정물 속에 앉아 있던 덕님이가 홍석이를 올려다보았다.
“어차피 못 쓰게 된 거 그냥 놔두고 집에 가서 씻기나 해라.”
홍석이는 멍하게 있는 덕님이를 두고 자리를 떴다.
덕님이는 멀어지는 홍석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남의 집 물동이를 깨먹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요, 기껏 얻어 온 구정물을 못 쓰게 돼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홍석이에게 들은 그 두 마디가 덕님이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하여튼 무슨 계집애가 저리 억세고 그악스러운지 몰라.”
홍석이는 고갯마루에 올라 서며 혀를 끌끌 찼다. (64~65쪽)
‘부뚜막에 걸터앉아 조밥 한 덩어리를 우겨 넣고 냉수 한 사발을 들이’키는 덕님이의 모습은 억세고 그악스럽기 그지없다. 서둘러야 장바닥에서 보다 좋은 자리 하나 차지할 수 있고 밥찌꺼기라도 얻어 와야 돼지를 먹여 어서 빨리 새끼를 볼 수도 있다. 어머니 길천댁이 아프다고 하여 같이 맥 놓고 아랫목 차지를 하고 있을 덕님이가 아니다. 덕님이는 살 궁리부터 먼저 하는 억센 계집아이지만, 어린 장돌뱅이 홍석 앞에서만은 발갛게 달아오르는 얼굴빛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럼 어떡할래? 너는 시집가면 그날로 남의 집 사람인데 아버지 제사를 무슨 수로 모셔?”
“그러니까 저 시집 안 간다고요. 시집 안 가고 평생 어머니 모시고 아버지 제사 받들면서 살 거라고요.” (82쪽)
드디어 돼지가 새끼를 열 마리나 낳은 날, 어머니 길천댁이 기어이 세상을 뜨고 만다. 덕님이는 그저 쥐꼬리만 한 집문서며 돼지 새끼에 눈독을 들이고 제사를 모셔 간다는 사촌 성택 형제가 눈엣가시다. 하지만 여자는 시집을 가야 하고, 또 시집을 가면 남의 집 사람이라는 시대의 습속은 제아무리 내벗으려고 해도 발목을 잡는 묵직한 굴레이다. 결국 덕님이는 홍석이의 도움으로 마을을 빠져나와, 겨끔내기로 장터에 드나드는 김 행수 상단을 따라 어린 장돌뱅이로 첫길을 나선다.
신분이 낮다하여 업신여기는 아이는 곧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다 <다홍치마>
숯을 잔뜩 실은 지게끈이 널찍한 어깨를 파고들든 말든 장에 나서는 큰돌이의 발걸음은 당당하고 힘차다. 큰돌이는 도망친 노비 신세인 부모를 대신하여 장에 나가 숯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한가족의 버팀목인 셈이다. 못돼먹은 양반집 아들이 이름을 갖고 놀려대도 신분이 낮고, 아는 것이 없으니 무어라 대꾸 한마디 할 수 없는 천민의 자식이다. 그런데 마을에 귀양내려 온 양반 구경에 나섰다가, 원수처럼 여기던 양반과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게 되었다.
시끌벅적하던 방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큰 소리로 떠들던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동자만 굴렸다.
“나 또한 지난날에는 머리 위로 다른 벼슬이 없을 만큼 높은 자리에 있던 양반이다. 허나 지금은 나라에 죄를 지어 귀양살이를 하는 처지이니, 굳이 따지자면 천민보다 나을 것도 없지. 그러니 큰돌이를 신분이 낮다 하여 구박하고 업신여기는 아이는 곧 나를 업신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스승을 우습게 알고서야 어찌 학문을 배운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당장 이 방에서 나가거라.”
후끈거리던 방 안에 싸한 찬바람이 흘렀다. (122쪽)
귀양살이 스승에 숯쟁이 제자는 처지가 처지이니 만큼, 서로 도와주려고 하면 목숨을 걸 만큼 단단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큰돌이의 어린 여동생에게 든 마마를 고치러 며칠 집을 비운 정 선비는 마침 일어난 역모 사건에 새로운 누명을 쓰게 되고, 큰돌이는 저 때문에 더 어려워진 선비의 형편이 못내 가슴 아프다.
“선비님.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다홍치마를 따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큰돌이 말에 선비가 깜짝 놀라 말했다
“무슨 소리냐. 딸애가 사는 곳은 황해도 해주라는 곳이다. 여기서 걸어가자면 한 달도 넘게 걸리는 먼 곳이야. 그런 데를 너 혼자 어떻게 간단 말이냐. 안 된다, 안 돼.”
큰돌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선비님, 절 보세요. 생전 마을 밖으로는 발끝 하나 내딛어 본 적 없는 제가 여기까지 왔지 않습니까. 해주면 어떻고 더 먼 곳이면 어떻습니까? 이참에 세상 구경 한번 해 보지요.” (150쪽)
결국 더 먼 외딴섬으로 귀향 간 스승을 찾아, 생전 마을 밖으로는 발끝도 내딛어 본 적 없는 큰돌이가 먼 길을 떠난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 선비가 딸에게 주려고 마음먹고 정성을 들인 다홍치마를 전해 주기 위함이다. 서로의 상처를 제 것같이 끌어안은 두 사람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신분의 차이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진짜 스승과 제자가 있을 뿐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이미애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습니다. 198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굴렁쇠>가 당선되어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으며, ‘눈높이아동문학상’, ‘삼성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반쪽이>, <모두 모여 냠냠냠>, <이렇게 자볼까 저렇게 자볼까>, <가을을 만났어요>, <행복한 강아지 뭉치>, <뚱보면 어때, 난 나야>, <멋진 내 남자 친구>, <자신만만 세계의 신화> 등이 있습니다.
목차
작가의 말 5 | 그 아이가 내 삶에 끼어들었다 10 | 그 아이는 망부석처럼 앉아 있었다 27 | 그 아이와 아프리카 공원에 갔다 45 | 그 아이 마음에는 가시가 박혀 있다 56 | 그 아이는 바다를 처음 본다고 했다 71 | 그 아이와 함께 물방울 북소리를 들었다 87 | 그 아이에게서 한 발짝 뒷걸음질쳤다 106 | 그 아이가 낮달처럼 희미해 보였다 123 | 그 아이는 양파껍질에 싸여 있었다 137 | 그 아이가 내 앞에서 펑펑 울었다 153 | 그 아이, 은비는 내 친구다 168 | 에필로그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