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시아·태평양전쟁, 베트남전쟁, 코소보 분쟁,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공간의 전쟁 이야기와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집이다. 후루타 다루히같은 원로 작가부터 1980년생의 젊은이까지,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로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걸프전 이후로 전쟁이 TV로 중계되는 현실에 더 익숙한 어린 독자들이 과거의 전쟁과 먼 나라의 전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누가 전쟁을 일으키는지,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는 쪽은 누구이며 이익을 얻는 쪽은 누구인지,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소중한 평화의 지침서가 되고자 했다.
출판사 리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전쟁의 총성과 포성……. 올림픽 개막식으로 세계가 들떠 있던 지난 8월 8일에도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폭격해 사실상 전쟁이 발발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졌다. 언제쯤에나 인류는, 역사상 단 하루도 그친 적이 없다는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낸 뒤 논밭을 일구고 꽃을 가꾸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낮은산 출판사의 청소년문학 시리즈인 ‘키큰나무’의 일곱 번째 책으로『하늘은 이어져 있다』가 출간되었다. 아시아 ? 태평양전쟁, 베트남전쟁, 코소보 분쟁,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공간의 전쟁 이야기와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집이다.
2003년 가을, 일본 정부가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하자 일본의 진보적인 아동문학 단체인 ‘일본아동문학자협회’는 ‘새로운 전쟁아동문학’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단순히 말로써 반대성명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작품으로 작가들의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은 작품 모집과 합평회를 거듭하며 작품집을 묶어냈다. 후루타 다루히(古田足日, 1927~) 같은 원로 작가부터 1980년생의 젊은이까지,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로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의 원제는 “이야기의 피스워크peace walk”이다. 이야기를 통한 평화의 행진, 전쟁 없는 세상과 평화를 염원하는 이야기의 행진이라는 의미다. 2003년 가을에 시작된 이 활동은 2008년 현재까지 작품수로는 40여 작품, 책으로는 모두 여섯 권으로 그 결실을 보았다. 낮은산에서 출간한 한국어판은 그 가운데서 11편의 작품을 모아 번역한 것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은 것 ― 평화
누구나 말로는 쉽게 ‘평화’를 이야기하고 ‘평화’를 바란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생각, 큰 용기, 의미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이라크 전쟁터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취재를 나간 아들을 걱정하며 전쟁반대 시위에 참가한 치카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들어 보자.
“전쟁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 전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전쟁을 하기로 정한 사람이 전쟁터에 가는 일은 없지. 모두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말하지 않으면 찬성이 되어 버린다는 걸.” (「하늘은 이어져 있다」, 139쪽)
그렇다면 어린이.청소년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까. 자위대원인 아버지의 일은 “불이 났을 때 사람을 구해 주거나 나라를 지키는”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라크 전쟁터에 가야만 한다는 사실에 혼란을 느끼던 6학년 소녀 미쿠의 이야기는 그 해답을 제시해 준다. 학급신문을 함께 만드는 친구들과의 토의 끝에 미쿠는 “전쟁을 없애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전쟁뿐만 아니라 세상의 여러 가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가진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도깨비딸기를 먹은 날부터」, 85쪽)라는 결론에 도달할 만큼 훌쩍 마음의 키가 자란다.
일본의 자위대 파견이 진보적인 작가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평화 행진”에 나서게 할 만큼 충격이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일본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의 맹세를 깨버린 일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작품인「매운겨자국밥」에는 고집쟁이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아픔을 겪은 할아버지는 우연히 인연을 맺은 주인공 소년에게 “이 나라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다 믿어선 위험하다” “헌법이 있으니 전쟁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는 나라에서 어느새 핵무기를 만들어 놓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거라고 말한다.
일본이 아시아 ?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직후 만들어져 이제 환갑이 넘은 일본 헌법은 ‘평화헌법’이라고 불린다. 일본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 군대를 가지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 전쟁하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를 갈망하는 일본인들은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 대한 갈망을 담은 이 헌법 제9조야말로 일본 헌법의 핵심이며 그 정신을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는 헌법 9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존재한다. 현행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도 분분해, 결국 2011년에는 헌법 개정을 둘러싼 국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헌법이 개정되어 자위‘대’가 자위‘군’이 되고, 언제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지 모른다는 고집쟁이 할아버지의 말이 자칫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지금 평화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중이다. 그래서 아동문학 작가들이 “어린 독자들로부터 의문을 이끌어내고, 그 의문에 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작품집을 출간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전한다
한편「마르코의 축구공」은 보스니아 내전을,「마른나무 숲의 아이들」은 베트남전쟁과 고엽제의 후유증을 다루고 있다. 우리로서는 신문기사의 짧은 뉴스로밖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의 구체적인 충돌 양상을 ‘축구’와 ‘우정’을 매개로 펼쳐 보이며 민족 간 갈등과 힘겨루기의 허망함을 고발하고, 고엽제를 뒤집어쓴 어머니들한테서 태어난 장애 어린이들이 꿋꿋이 현실과 맞서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현실의 전쟁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주걱할아범」「산타클로스를 그만둔 날」등은 옛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우회적으로 평화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탄환 대신 주먹밥이 펑펑 터지는 대포 앞에서 주먹밥을 받아 든 병사들은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간절하게 떠올랐고, 모내기 노래와 가을 축제의 큰북 소리가 마냥 그리워”져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고향으로 돌아간다.「산타클로스를 그만둔 날」에서는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집 문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고 말없이 사라진 젊은 산타클로스를 통해,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의 마음에 전쟁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를 조용히 생각하게 해준다.
부시와 고이즈미의 멋들어진 연설문과 병치시켜서 아프가니스탄의 고단한 일상을 그려낸「죽어도 말하지 않아」는 독특한 형식, 냉정한 서술방식이 눈길을 끈다. 굶주린 가족을 위해 총알받이에 불과한 병사를 자원해 떠난 오빠를 그리워하는 조그만 여자아이가 “적을 격파하고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고가의 정밀 기계” 클러스터(cluster) 폭탄에 갈가리 몸이 찢겨 생명을 잃는 순간, 우리는 전쟁의 불합리함과 비극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걸프전 이후로 전쟁이 TV로 중계되는 현실에 더 익숙한 어린 독자들이 과거의 전쟁과 먼 나라의 전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누가 전쟁을 일으키는지, 전쟁으로 인해 상처 입는 쪽은 누구이며 이익을 얻는 쪽은 누구인지,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소중한 평화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휴전’ 상태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뜻밖에도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전쟁 혹은 평화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둔감한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부시의 방한 뒤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비군사적 지원 등이 언급되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평화의 참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우리나라 작가들도 작품으로서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평화를 지키는 데 앞장설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날은 심하게 무더웠다.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모락모락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길을 가는 사람들은 모두 나른한 얼굴로 걷고 있었다. 시부야 거리의 빌딩도 사람도, 그 모든 것이 다 녹아 내려 증발해 버린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한여름의 햇볕이 쏟아져 내리는 공원 벤치에 마사노리는 앉아 있다. 공원의 나무 아래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로 얼룩무늬가 그려진다. 희미하게 접힌 선이 보이는 마사노리의 티셔츠에도 얼룩무늬가 흔들린다. - 본문 103쪽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일본의 진보적인 아동문학 작가, 시인, 번역가, 평론가, 연구자 들로 구성된 모임. 1946년에 결성되었다. 2003년 가을,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하기로 결정하자 ‘새로운 전쟁아동문학 위원회’를 발족시켜 작품 모집과 합평연구회를 거듭하며 ‘이야기의 평화 행진’ 시리즈를 출간했다.
목차
시작하는 글 - 후루타 다루히
매운겨자덮밥 - 오카다 이요코
주걱할아범 - 나카하라 히카루
환상의 개 - 시마무라 유코
도깨비딸기를 먹은 날부터 - 모가미 잇페이
산타클로스를 그만둔 날 - 기무라 겐
한여름의 배틀필드 - 가와키타 료지
하늘은 이어져 있다 - 하마노 교코
죽어도 말하지 않아 - 시라카와 다쿠토
문을 열고 - 모리타 미치코
마르코의 축구공 - 다카하시 우라라
마른나무 숲의 아이들 - 오우라 에리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