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 소년이 북풍이 날려 버린 오트밀을 되찾으러 북풍을 찾아가고, 자신의 복을 빼앗으려는 사람을 혼내 주면서 복을 지킨다.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 줌으로써 복을 얻는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복'이 물건처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복을 구하는 석순에게, 부처님이 '이미 복을 받았다.'고 말하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출판사 리뷰
서천서역국으로 복 타러 간 총각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이야기
행복에 대한 적극적 의지와 다른 이들을 돕는 마음만 있으면
행복이 여러분을 찾아올 거예요!
여기, 부지런하지만 하루 한 끼도 겨우겨우 먹는 아주 가난한 총각이 있다. 어찌나 운이 없는지, 뒤로 자빠져도 지끈 코가 깨지고, 마른하늘에도 번쩍 벼락을 맞고, 수박을 먹다가도 우두둑 이가 부러진다. 이웃 사람들까지 “없다, 없다, 지지리 복도 없다.”라며 혀를 끌끌 차는, 만인이 인정하는 ‘억세게 운 없는 사나이’이다. 《복 타러 간 총각》은 이렇게 운 없는 석순 총각이 복을 타러 서천서역국으로 떠나며 시작된다. 과연, 그곳에는 석순이 바라는 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눔을 통한 복 받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그것에 항의하고 복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모티프는 세계 여러 나라 옛이야기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 옛이야기인 《북풍을 찾아간 소년》에서는 한 소년이 북풍이 날려 버린 오트밀을 되찾으러 북풍을 찾아가고, 자신의 복을 빼앗으려는 사람을 혼내 주면서 복을 지킨다.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 줌으로써 복을 얻는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복’이 물건처럼 주고받는?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복을 구하는 석순에게, 부처님이 ‘이미 복을 받았다.’고 말하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석순이 애초의 결핍을 모두 충족하고 ‘복 받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스로 복을 지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도움을 부탁한 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말이다. 석순뿐만이 아니다. 처녀와 노인은 순수한 마음으로 석순에게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했고, 이무기 또한 조건 없이 강을 건네주었다. 이들 모두 자신에게 있는 것을 나누었기에 함께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적극적 의지가 가져다준 행복
서천서역국은 이승 너머에 있는, 목숨을 걸고 가야 할 만큼 험한 곳이다. 석순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마음, 그리고 더 이상 현재의 불행을 ‘운명’이라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에 서천서역국으로 떠난다. 석순은 위계질서, 신분제도 같은 현실적 제약에 옭매어, 운명에 순응하기를 강요받던 우리 선조들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우리 선조들은 석순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러 길을 떠나고, 결국 원하던 복을 얻는 이 이야기를 통해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을까?
석순은 옛이야기 속에만 살고 있지 않다. 석순은 바로 이 시대에도 살고 있다. 인종차별을 딛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사람, 육체적인 장애를 딛고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한 사람, 가난이라는 굴레와 싸워 부를 이룬 사람. 이들이 사회의 편견과 싸우는 과정은 서천서역국에 이르는 길보다 더 고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명을 거부하는 그들의 적극적 의지는 결국 그들에게 ‘복’을 가져다주었다.
자신의 처지에 푸념만 늘어놓는 사람과 푸념 대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결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적극성, 능동성은 오늘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적극적 의지는 삶을 이끌어가는 에너지다. 이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행동하라는 것이다!
반복 구조를 잘 살려 낸 그림과 글
이 이야기는 석순이 서천서역국으로 가는 길에 처녀, 노인, 이무기를 만나 부탁을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무기, 노인, 처녀를 만나는 완벽한 반복 구조이다. 화가 최민오는 이야기 고유의 반복 구조를 잘 살리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이세계(異世界)와 현세계(現世界)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작품 전반에 판타지적 분위기를 더했다. 또한 거칠면서도 부드러움이 잘 살아 있는 그림은, 석순의 적극적인 의지만큼이나 진지하고 단단해 보인다. 반복 구조의 맛은 글에서도 잘 살아 있다. 《생강빵 아이》에서 단순하고 리듬감 있는 글의 재미를 보여 준 작가 김세실은 이 이야기에서도 원전의 묻고 답하는 재미를 반복 구조 속에 잘 녹여 냈다.
석순은 서천서역국을 향해 길을 떠났어.
올망졸망 마을들을 지나고 지나
뒤도 안 돌아보고 부지런히 가다 보니
어느새 해가 꼴딱 넘어갔지.
마침 저만치 외딴집 한 채가 보여
석순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어.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