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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시공사 | 청소년 | 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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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열다섯 살 소년 소녀들의 첫사랑과 첫 실연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소설. 샴쌍둥이처럼 늘 붙어 다니던 소꿉친구 실비와 칼이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완벽한 순간이었다.
나는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칼은 내게 다가와 내 입술에 키스하지 않았다.
나를 지나, 내 어깨 너머로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인기 작가 재클린 윌슨이 들려주는 첫사랑의 떨림과 실연의 아픔
청소년기의 격렬한 성장통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

《키스》는 열다섯 살 소년 소녀들의 첫사랑과 첫 실연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소설입니다. 샴쌍둥이처럼 늘 붙어 다니던 소꿉친구 실비와 칼이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난생처음 칼과 떨어진 실비는 새 학교가 몸살이 날 만큼 지겹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칼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실비는 학교 급식을 같이 먹을 친구 하나 없습니다. 다행히 실비만큼이나 학교에서 겉도는 루시가 짝을 자청하고 나서지만, 실비는 속으로만 안도할 뿐 루시에게 끝내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루시는 그저 옆자리 친구일 뿐이고, 진짜 친구는 칼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는 것이지요.
사실 실비는 칼을 친구 이상으로 여긴 지 오래됐습니다. 둘의 분신인 실비아나 여왕과 카를로 왕이 나오는 ‘유리 세계 연대기’라는 판타지를 몇 해째 함께 지으면서, 침입자를 함께 물리치고 대 빙하기를 이겨 내고 결혼식도 몇 차례나 올리는 사이에 칼을 정말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실비는 내심 언젠가 칼과 결혼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어 왔고 지금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칼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이렇게 즐거운데, 어떻게 그것을 루시와 나누는 지루하고 시시한 이야기에 견줄 수 있을까? 점심시간에 같이 다닐 여자아이는 정말 하나도 없었다. 나는 거의 모든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냈지만 부담스럽게 친한 척하고 싶지 않았다. _본문 15쪽

그런데 칼은 다릅니다. 유년기의 판타지에 갇힌 채 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실비와는 달리, 새 학교와 새 친구들에게 꽤 적응을 잘하는 눈치입니다. 게다가 칼은 실비가 학교 이야기를 꼬치꼬치 캐물을 때마다 귀찮은 티를 내기 일쑤고, 유리 세계 연대기에도 예전만큼 열의를 보이지 않습니다.
실비는 갑작스런 칼의 변화가 여간 섭섭하지 않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요. 어느 날 실비 앞에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합니다. 몸도 마음도 놀라울 만큼 조숙한 학교 친구 미란다가 바로 그 사랑의 훼방꾼입니다. 게다가 미란다는 부자 아빠와 모델 출신 엄마와 함께 으리으리한 집에 삽니다. 고등학생이 되도록 초경도 맞지 않은 데다가 이혼한 엄마랑 손바닥만 한 집에 사는 실비에게는 차마 우러러보기 힘든 큰 산 같은 존재이지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칼은 미란다가 달콤한 목소리로 유혹하든 어쩌든 돌부처처럼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미란다가 같이 놀자고 꼬드길 때마다 슬쩍 빼는 척하면서도 순순히 따라나섭니다. 저하고는 눈곱만큼도 닮은 구석이 없는 학교 축구 선수 폴을 대동한 채 말입니다.
칼이 미란다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립스틱을 바른 삐죽 내민 입술에 닿는 칼의 부드러운 입술, 미란다의 복잡하게 땋은 머리를 어루만지는 칼의 손. 나는 벌떡 일어났다. 방이 흔들려서 나도 비틀거렸다. 폭풍우 속에 조각배를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문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_본문 84쪽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재클린 윌슨은 네 아이의 기묘한 사각 관계를 점점 더 예상 못한 쪽으로 끌고 갑니다. 실비는 칼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칼을 불러내라’는 미란다의 부추김에 자꾸만 넘어가고, 미란다는 칼에게 호감을 보이면서도 혈기왕성한 폴의 추파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심지어 미란다와 폴은 거의 섹스 직전까지 가기도 합니다). 한편 칼은 실비와 미란다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거드름쟁이 폴을 챙기느라 안절부절못합니다.
마침내 이야기는 재클린 윌슨의 최고 장기라 할 만한 조금은 불편하고 위험한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립니다. 처음부터 결핍되고 불안정해 보이던 주인공들은 사실은 얽히고설킬 까닭이 조금도 없었던 사각 관계의 함정을 뛰어넘어,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민감한 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립니다. 칼이 미란다 앞에서 돌부처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 아니 돌부처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칼의 남다른 성정체성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아, 칼, 괜찮아. 제발 울지 마.”
칼을 안아 주고 싶었지만, 칼은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이 내 손을 꼭 쥐고 있었다.
“괜찮지 않아. 내가 다 망쳐 버렸어. 폴은 이제 나를 싫어해. 그리고 나는 폴을 사랑해.”
머릿속에서 피가 고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칼이 그 말을 입 밖에 냈다. 더 이상 아닌 척할 수 없었다. 올 것이 왔다. 내 꿈은 다 끝났다.
“네가 폴을 사랑하는 거 알아.”
나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썼다. _본문 319~320쪽

칼이 폴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순간, 실비의 첫사랑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실비가 애써 지키고 싶어 했던 순진무구하고 구김살 없던 유년기도 그 순간 함께 파열음을 터뜨립니다.
칼의 첫사랑도 실비 못지않게 고통스러운 파국을 맞습니다. 그 또래의 혈기왕성한 사내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사내 티를 내지 못해 안달하는 폴이 칼의 고백을 가만히 듣고 있을 리 없으니까요. 자신까지 게이로 몰릴까 봐 지레 겁이 난 폴은 온 학교에 칼이 게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칼은 첫사랑의 상실과 폴에 대한 배신감, 자신에게조차 감추고 싶었던 비밀을 들켰다는 수치심에 씻기 힘든 상처를 입습니다.
이처럼 재클린 윌슨은 실비와 칼이 처절하리만큼 고통스럽게 첫사랑을 잃는 과정을 특유의 담백하고 진솔한 필치로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그려 냅니다. 아울러 이토록 격렬한 아픔도 성장의 계단을 힘 있게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을 넌지시 일깨웁니다.
결국 이 책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때로 성장의 아픔은 이전까지의 삶을 뿌리째 흔들 만큼 격렬하지만, 그래도 우리 곁에는 친구와 가족이 있어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슬프지만 감동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실비, 난 너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칼이 한 걸음 다가왔다. 우리는 연대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섰다. 칼은 고개를 기울이고 상냥하게, 부드럽게, 다정하게 내 입술에 키스했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키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좋은 키스였다. _본문 434~435쪽


나는 우물쭈물 줄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와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제리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함께 있을 폴과 미란다를 생각했다. 자기 방에 혼자 있을 칼을 생각했다. 내게서 겨우 몇 미터 떨어져 있지만 전혀 다른 나라에 있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p275

  작가 소개

저자 : 재클린 윌슨
영국의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가운데 하나이다. 영국에서만 그녀의 작품이 2,500만 부 이상 팔렸고, 전 세계 34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영국의 많은 최고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가디언 상과 스마티즈 상 등이 대표적이다. 2005~2007년 영국 계관 어린이 문학가로 선정되었고, 2008년에는 ‘데임’ 재클린 윌슨이 되었다. ‘데임’은 영국에서 남자의 ‘경’에 해당하는 훈장을 받은 여성에게 붙는 직함이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로티, 나의 비밀 친구>, <일주일은 엄마네, 일주일은 아빠네>, <미라가 된 고양이>, <리지 입은 지퍼 입>, <잠옷 파티>, <키스> 등이 있다.

  목차

비키 아일랜드에게

1 ~ 23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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