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판타지 소설의 대가 어슐러 르귄이 쓴 열두 편의 동화 중 큰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정상'의 기준에서 빗겨 있거나, 사회적으로 작고 약한 것들로 일컬어지는 존재들에 대한 긍정과 존중의 시선이 담겨 있다. 재치 있는 상상력, 간결하고 우아한 문장 속에 담긴 깊이 있는 철학이 보석처럼 빛나는 이야기.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통에서 나고 자란 셀마, 로저, 제임스, 해리엇은 날개가 달린 '이상한' 고양이들이다. 새도 고양이도 아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날고양이들은 사람들의 눈에 띌 때마다 위험에 빠진다. 르귄은 남과 다르기 때문에 배척받거나 이용당하는 날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사회의 비정한 단면을 묘사한다.
성장의 고통과 치유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부모 품을 떠난 날고양이 5남매와 날개 없는 고양이 알렉산더는 저마다 독립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먹을 것을 구하고, 안전하게 살 집을 찾기 위해 고양이들은 새로운 세상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리고 문제에 직면할 때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 1988년부터 1999년까지 십여 년에 걸쳐 출간된 '날고양이' 시리즈(Tales of The Catwings)의 완역본이다. 1995년 <날개 달린 고양이>란 제목으로 고려원 출판사에서 출간된 바 있다.
출판사 리뷰
판타지 문학의 대가 어슐러 K. 르귄의 보석 같은 판타지
'날고양이' 시리즈(TALES OF THE CATWINGS) 국내 최초 완역!!!
'봄나무 문학선' 시리즈의 새 책 <날고양이들>이 출간되었다. 판타지 문학의 대가 르귄이 쓴 열두 편의 동화 중, '날고양이' 시리즈 4권을 묶어 봄나무에서 국내 최초로 완역본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1988년부터 1999년까지 십여 년에 걸쳐 출간된 작품으로 르귄의 동화 중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르귄은 해박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는 SF나 판타지 장르의 작가로 유명하지만, <날고양이들>을 통해 볼 수 있는 동화작가로서의 면모는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다. 재치 있는 상상력, 간결하고 우아한 문장 속에 담긴 사려 깊은 통찰은 이 책이 왜 시대와 세대를 넘어 끊임없이 사랑받아 왔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날개를 달고 태어난 '이상한' 날고양이들과, 날개 없는 '평범한' 고양이들이다. 도시의 뒷골목 쓰레기통에서 나고 자란 셀마, 로저, 제임스, 해리엇은 모두 날개가 있었지만 엄마인 얼룩고양이 제인 부인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새도 고양이도 아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날고양이들은 사람들의 눈에 띌 때마다 위험에 빠진다. 엄마 품을 떠나 날개를 펼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간 날고양이들은 막내 날고양이 제인과 날개 없는 고양이 알렉산더를 만나 갖가지 모험을 하고, 수잔과 행크 두 어린이와도 우정을 나눈다.
르귄은 남과 다르기 때문에 배척받거나 이용당하는 날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을 묘사한다. 이 작품에서 분명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정상'의 기준에서 빗겨 있거나, 사회적으로 작고 약한 것들로 일컬어지는 존재들에 대한 긍정과 존중의 시선이다. 르귄은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이거나, 장애를 가졌거나, 남들과 다른 소수자로 해석될 수 있는 캐릭터를 쉽게 동정하게끔 하지 않으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은 언제나 그들 자신이다. 작가는 정상과 비정상, 다수와 소수의 경계에서 우리가 다른 존재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때문에 '고양이에게 날개가 있다면'이라는 재치 있는 발상은 현실에 뿌리를 둔 설득력 있는 판타지로 다가온다.
현실에 단단히 뿌리 내린 설득력 있는 판타지
이 이야기는 성장의 고통과 치유를 다루는 한 편의 뛰어난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부모 품을 떠난 날고양이 5남매와 날개 없는 고양이 알렉산더는 저마다 독립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먹을 것을 구하고, 안전하게 살 집을 찾기 위해 고양이들은 새로운 세상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리고 문제에 직면할 때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특히 호기심 많고 용감하지만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제인과, 자기중심적인 고양이 알렉산더는 복합적인 캐릭터이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말을 잃었던 제인이 다시 말을 찾는 과정은 한 존재가 자기 안의 상처와 직면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감동적인가를 보여준다. 알렉산더 역시 제인을 통해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고양이로 변화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마냥 약하거나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다. 르귄은 자식들을 독립시키는 제인 부인의 태도를 모성이 결핍된 부정적인 어머니로 묘사하지 않는다. 제인 부인은 새끼들이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하나의 존재로서 자신의 삶 역시 소중히 하는 지혜롭고 매력적인 어머니 상을 보여 준다. 가장 작고 어리지만 현실의 테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제인 역시 독립적이고 당찬 여성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날고양이를 괴상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사려 깊게 배려하는 사라 할머니를 통해서도 나이 든 여성의 현명함을 엿볼 수 있다. 많은 판타지에서 남보다 우월한 존재로 묘사되는 남성 주인공들과 달리 <날고양이들>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독립적이고 지혜로우면서도 서로를 배려한다.
이 책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이다. 날고양이들은 그 모습이 특이할 뿐 아니라,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는 점에서도 위험에 빠진다. 사람들의 위협에 쫓기기도 하고, '개발'을 위해 건물을 부수는 공사 현장에서 위험을 겪기도 한다. 제인을 발견한 아저씨는 맛있는 먹이와 장난감을 주지만, 제인을 돈벌이에 이용하려고 한다. 반면 날고양이들과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것은 수잔과 행크 두 어린이다. 두 어린이가 날고양이 남매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으로, 어른의 가치로 돌아가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애완동물을 갖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한편,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음에도 돋보이는 것은 아이들과 날고양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어른의 존재다. 수잔과 행크의 엄마가 날고양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은연중에 드러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갖고 있는 믿음과 신뢰는 건강한 가족 관계를 보여 준다. 자신들의 세계를 이해해 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은 세상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눈을 갖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르귄이라는 대작가의 통찰력과 깊은 철학을 떠나 어쨌든 이 책은 재미있는 판타지이다. 곳곳에서 등장하는 말하는 동물들이 주는 재미, 하고자 하는 말을 쉽고 간결한 어휘로 표현하는 위트 있는 문체는 아이와 어른을 떠나 고양이와 판타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기에 충분하다. 르귄은 고양이들의 습성이나 움직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고양이는 매력적인 동물이지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날고양이들의 모습은 더욱 매력적이다. 고양이들의 사랑스럽고 우아한 움직임을 섬세한 펜선과 차분한 채색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쉰들러의 그림 역시 이 책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지빠귀가 말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에 내가 나뭇가지 하나를 둥지로 물고 가고 있었는데, 글쎄 고양이가 날아오는 거야! 고양이가 날아오더라고! 떡갈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가 날아오면서 나를 보고 씩 웃는 거야!"
나머지 새들이 한꺼번에 지지배배 소리쳤습니다.
"이럴수가! 기가막혀! 어이없네!" -p26 중에서
행크가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어저께 엄마가 로저를 본 것 같아. 로저가 언덕 위를 날고 있었는데, 집에서는 언덕이 보이잖아."
"엄마는 오래 전에 다 본 것 같아. 하지만 우리 엄마라면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수잔은 이렇게 말하며 셀마의 턱 밑을 긁어 주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얼룩고양이들을 처음 본 순간, 아이들은 아무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알게 되면 철창에 가두거나, 서커스나 애완동물 쇼에 내보내거나, 실험실로 보내거나, 돈벌이에 이용하거나, 아예 팔아넘길까 봐 겁이 났거든요. -p53 중에서
"내가 그때 그 소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었던 건 네 덕분이었어. 너는 그 끔찍한 일에서 벗어날 힘이 있어. 나는 그걸 알아. 하지만 그 끔찍한 일이 대체 뭔지 네가 말을 안 해 주면, 내가 도와줄 수가 없어. 제발 말해 줘, 제인."
제인은 계속 베짱이를 쫓아다니는 척했습니다. 알렉산더는 제인의 꼬리를 밟아서 못 가게 했습니다. 제인은 알렉산더에게 으르렁거렸습니다.
알렉산더가 말했습니다.
"으르렁거리고 싶으면 으르렁거리렴. 네가 말해 줄 때까지 나는 계속 네 꼬리를 밟고 있을 거야." -p141 중에서
제인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하늘을 날 수 있는데, 왜 아무 데도 가지 않지? 어디로든 날아가서 무엇이든 볼 수 있을 텐데?"
오빠 로저가 말했습니다.
"에이, 제인. 너도 왜 그런지 알잖아."
맏언니 셀마가 말했습니다.
"남과 다르면 살기 어려워. 남과 다르면, 아주 위험할 때도 있어."
제인은 혼잣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난 어려운 게 좋아. 위험한 게 좋아. 이곳은 다 지루해!" -p155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어슐러 K. 르 귄
1929년 10월 21일,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와 동화작가 디어도어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중세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으며, 1953년 역사학자인 찰스 르 귄과 결혼, 슬하에 엘리자베스, 캐롤라인, 디어도어 세 아이를 두었다. 1962년, 시간 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소설 <파리의 4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69년 《어둠의 왼손》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해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으며, 1974년에 발표한 《빼앗긴 자들》로 또 한 차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휩쓸었다. 1968년부터 시작된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힌다.판타지와 SF는 물론 에세이, 어린이책, 비평, 시에 이르는 폭넓은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SF 문단 내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문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0여 차례에 걸쳐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세계환상문학상, 카프카상 등을 수상했다. 평생토록 SF와 판타지소설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2001년 SF 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었으며, 2003년에는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미국 문학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내셔널 북 어워드’에서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목차
1. 날고양이들
2. 돌아온 날고양이들
3. 멋진 알렉산더와 날고양이 친구들
4. 날고양이 제인의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