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로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대추리 마을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다룬 동화. 2006년 5월 4일 일명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 시행된 대추분교 대파괴 사건인 '대추리 사태' 발발시점을 기준으로 바로 그전의 마을 상황과 그후 2007년 4월 7일 '대추리 매향제' 의식을 치르는 것까지 작품에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철저하게 아이 입장에서 ‘대추리 사태’를 겪으며 상처받고 갈등하며 그 속에서 한층 커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아울러, 작품 곳곳엔 대추리 마을에 얽힌 사연과 역사가 세세하게 녹아 있고, 책 뒤에는 대추리 사태를 정리한 '대추리 저항 일지' 등이 붙어 있다.
출판사 리뷰
대추리 아이들
살다 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 재해로 마을이 물에 잠기고, 집이 폐허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오랜 시간과 고생 끝에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우리 집, 우리 마을을 복원해낸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다.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로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마을, 대추리는 주민들이 끝까지 버텨내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도 결국 ‘갈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 ‘대추리 사태’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대추리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대추리 아이들』의 작가 김정희는 일제시대를 다룬『국화』, 해방 공간기 내란의 아픔을 그린『야시골 미륵이』, 그리고 한국전쟁 때 미군이 자행한 주민학살사건을 다룬『노근리, 그 해 여름』등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작지만 눈여겨보아야 할 사건들을 동화로 발표해왔다. 이번에 펴낸『대추리 아이들』은 미군기지 확장 이전 문제로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대추리 마을 사람들의 아픈 사연을 다룬 것이다. 작가는 2005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주민들의 아픔을 몸소 느끼고, 모든 아이들이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이 사건을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 작가는 2006년 5월 4일 일명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 시행된 대추분교 대파괴 사건인 ‘대추리 사태’ 발발시점을 기준으로 바로 그전의 마을 상황과 그후 2007년 4월 7일 ‘대추리 매향제’ 의식을 치르는 것까지 작품에 담아냈다.
평화로운 마을, 평범한 소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대추리에 사는 한솔이는 이웃동네 도두리에 사는 은우와 둘도 없는 단짝이다. 한솔이는 은우가 자기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이사 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황새울 들판을 함께 지키자고 약속한 게 엊그제 같은데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다니 말이다. 한솔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은우네 집으로 가보지만 이사 간 지 하루밖에 안 된 빈집은 부러 그런 듯이 난장판이 되어 있다. 한솔이는 점점 변해가는 마을 모습이 보기가 싫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도 싫고, 갑자기 ‘평화의 땅, 생명의 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게 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을 어른들이 자주 모이고, 한솔이나 친구들이 늘상 노는 대추분교에 벽화나 벽시가 새겨지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할머니 말처럼 “학교가 무당 집이 된겨. 어쩌다 우리가 이런 꼴을 다 당하고 사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할머니 역시 자신들이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에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터를 다져서 지은 학교와 일제시대부터 갯벌 땅을 간척해 손수 만든 마을을 속수무책으로 내주게 된 상황에 분통이 터질 뿐이다.
한솔이는 그야말로 평범한 열두 살 소년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치기 좋아하고, 사춘기에 슬슬 접어들어 어른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만 혼낸다고 생각한다. 또 마을 사람들을 욕하는 반 친구를 이기려고 운동회 달리기 연습을 열심히 하기도 한다. 한솔이가 사는 대추리 역시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다. 밤사이 누구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다 알 정도로 친한 이웃들이다. 한솔이가 집에 늦게 들어가 아빠가 큰 소리로 부르며 찾아다니면 그 다음날이면 마을 어른들 모두한테 잔소리를 들을 정도다.
나무할아버지와 마음을 나누다
한솔이 아빠가 다니던 대추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폐교가 되었고, 한솔이나 은우, 마루는 통학차를 타고 다른 읍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마을 잔치나 행사는 꼭 이곳에서 열리고, 한솔이나 친구들도 대추분교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는 마을 솔숲에 사는 천연기념물 솔부엉이를 따서 지은 도서관 ‘솔부엉이 도서관’도 있다. 한솔이가 대추분교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거기에 심어진 느티나무 때문이다. 한솔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빠 어렸을 적 심었다는 그 나무는 하늘을 떠받칠 듯 가지가 쭉쭉 뻗어 있어 마치 사진 속 할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든든한 느낌을 준다. 한솔이는 할머니가 느티나무를 어루만지며 혼잣말로 뭔가 중얼거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한솔이도 언제부턴가 할머니처럼 답답하고 힘들 때면 나무할아버지를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곤 한다.
한솔이는 학교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대추리나 도두리 마을 아이들은 왕따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미군이 많이 들어와야 장사가 잘돼서 돈을 버는데, 대추리 도두리 사람들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고, 백만장자가 돈 더 받아내려고 싸우는 거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한솔이의 이런 속상한 마음을 엄마는 모른다. 엄마는 버럭 화내는 한솔이에게 “그분이 오셨어?” 하며 놀리고 혼내기만 한다. 한솔이는 언제나 잘 웃고 다정하던 아빠가 촛불 문화제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이다 하며 투사처럼 변해서 두 주먹을 치켜들고 무서운 구호를 외치는 것도 싫고, 마을 도우미들에게 밥을 해준다며 정작 자기랑 동생은 나 몰라라 하는 엄마도 밉다. 그 때마다 한솔이가 찾아가 하소연하는 상대는 나무할아버지다.
어느 날 한솔이는 나무할아버지한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돌아서다가 나무할아버지의 슬픈 목소리를 듣는다.
“저 들판이 울고 있어……. 들판이 아프다고 울고 있어……. 너무 슬퍼서 내 가슴도 아프구나.”(39쪽) “누가 저 들판을 지켜 줄 수 있을까?”(40쪽)
한솔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나무할아버지를 지켜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솔이는 나무할아버지한테서 할아버지가 열두 살 적 마을 이야기도 듣는다.
“예전에는 집과 들판, 우물, 농사짓는 물을 끌어다 쓸 커다란 저수지가 있었지. 마을에 느티나무도 참 많았어. 아름드리 나무들이 동구 밖이며 저수지, 골목 곳곳에 서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쉴 곳도 되어 주었지. 뒷산에는 족제비가 어찌나 많이 살던지, 동네에라도 내려오면 온 동네 아이들이 쫓아다녔어. (…)” (64쪽)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동네와 들판과 저수지가 있던 자리에는 전투기, 미군기지, 미군 가족 숙소, 망루, 군견 숙소, 활주로 등이 차지하고 있다.
마을엔 불안한 기운이 집집마다 스며들고, 사람들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지만, 마을 어른들은 농사를 지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자기와 마을 사람들을 욕하는 영훈이를 꼭 이기겠다고 다짐하며 다음날 운동회를 기다리는 한솔이의 마음을 배반하기라도 하듯 대추분교를 부순다는 소문이 밤사이 마을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5월 4일 새벽, 대추분교를 중심으로 마을 들판을 전경들이 새까맣게 에워싸고 있고, 마을 지킴이들과 전경들 간에 심한 몸싸움이 흡사 전쟁을 방불케한다. 하늘에서는 헬리콥터에서 칼날 철조망 뭉치가 떨어져내려 마을 곳곳을 포위하고, 대추분교는 결국 거대한 포클레인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나무할아버지 역시 그루터기만 남겨졌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한솔이는 운동회날과 어린이날을 불안 속에서 보내야 했다. 보리싹이 자라던 논에는 칼날 철조망이 자라나고, 마을은 전쟁 난민촌처럼 변했다. 학교에 간 한솔이는 운동회 이야기에 어린이날 선물 자랑하느라 바쁜 아이들 속에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이제 한솔이는 철조망과 군인, 전경, 검문소를 보며 학교를 다닌다. 한솔이는 폐허로 변한 대추분교에서 나무할아버지 그루터기에서 새 가지가 나와 잎이 돋은 것을 본다. 한솔이는 아빠와 동강 난 나무로는 솟대를 만들고, 그루터기는 솔부엉이 숲에 옮겨 심는다.
한솔이는 평화롭던 마을에 철조망이 쳐지고 변해가는 속에서 미군기지 반대 싸움을 하는 아빠와 자신도 다른 식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아빠는 자신이 짓밟히고 보니까 힘없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들판을 빼앗아 가려고 하자, 들판에 사는 모든 생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138쪽) 한솔이 역시 ‘내가 어른이 되고 힘이 세지면 우리 마을처럼 억울하게 자기 땅에서 쫓겨나는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게 할 거’(131쪽)라고 마음먹고, 동네 아이들을 친동생처럼 보살펴준다.
결국 한솔이와 마을 사람들은 대추리를 떠나, 송화리에서 임시 생활을 한다. 이듬해 봄 매향제를 올리기 위해 다시 찾은 대추리에서 한솔이는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삼킨다.
한솔이는 향나무 판에 소원을 쓰는 사람들 속에서 나무할아버지의 소원이기도 한 자신의 소원을 적었다.
‘나는 아직도 열두 살 적에 뛰놀던 내 고향 들판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단다.’(195쪽)
실제로 대추리 주민들은 현재 평택시 팽성읍 송화리의 한 빌라단지에 '대추리'라는 문패를 내걸고 잠시 머물고 있다. 책 나오기 한달 전에 찾아간 그 곳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미군기지고 뭐고 아무것도 짓지 않은 땅을 농사도 짓지 못하고 놀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대추리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의 오랜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노와리에서 새롭게 시작될 평화마을 대추리를 꿈꾸고 있다. 결국 오랜 싸움이 그들을 황폐하게 만들었지만, 한솔이와 한솔이 아빠를 변화시켰듯이 모두가 함께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게 만든 것이다.
『대추리 아이들』은 철저하게 아이 입장에서 ‘대추리 사태’를 겪으며 상처받고 갈등하며 그 속에서 한층 커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대추리 문제는 단지 대추리 사람들만의 아픔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만 알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사 속에서 아이들만이라도 남의 아픔을 방관하지 말고, 함께 알고 함께 아파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로 커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 작품 곳곳엔 대추리 마을에 얽힌 사연과 역사가 세세하게 녹아 있고, 책 뒤에는 대추리 사태를 정리한 ‘대추리 저항 일지’ 등이 붙어 있다. 사계절출판사에서는 김정희 작가와 함께 5월 23일 토요일 송화리에 임시로 마련된 대추리마을회관(포유빌라)에서 대추리 주민들과 소박한 점심을 하며 출간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정희
경상북도 하양에서 태어나 한양여자대학에서 도자기 공예를 공부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국화』, 『야시골 미륵이』, 『노근리 그 해 여름』, 『대추리 아이들』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이 밖에도 『먼저 온 미래』, 『겁쟁이 하늘이』, 『내 친구 야야』, 『지옥에 떨어진 두 악당』, 『빨간 집게다리가 최고야!』, 『아홉 살은 괴로워』, 『별이네 옥수수밭 손님들』, 『학교 다니기 싫어!』 등의 책을 썼습니다.
목차
글쓴이의 말
1.봄을 닮은 아이
2.우울한 하루
3.나무할아버지의 속삭임
4.빈집에는 뭐가 있을까
5.아직도 나는 꿈꾼단다
6.글짓기 시간
7.달리기 연습
8.운동회날
9.재수 옴 붙은 5월
10.철조망 속의 나날들
11.전설의 고향
12.지붕 위의 시인들
13.깊어 가는 대추리병
14.매향제 올리는 날
대추리 저항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