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악동이라는 이유로 성장을 멈추게 한다면?착한 아이로 자라기를 강요하는 사회에 의문을 던지다.
성장이 유예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한 '펑'의 험난한 자아 찾기!
성장이 멈춘 채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 것인가,
나이에 걸맞게 모범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것인가? 펑, 남자, 1982년 생, 올해 만 10세.
본 학생은 수년간 저지른 잘못과 나쁜 짓이 100여 차례에 이르고,
좋은 일을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에 특별 법원 7인의 재판관은
아래와 같은 판결을 내린다.
1. 본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더불어 본 학생이 이대로 성장하여
사회에 나갈 경우 사회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본 학생은 8년을 유보한다.
악동이라는 이유로 '성장'하길 거부당한 소년 펑과 개 나이트.
자신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도 모른 채 팔 년째 열 살로 살아가는 소년 펑은 성장 유예 기간이 풀리는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 낯설어지고, 거리에서 학교에서 펑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장난을 칠 때면 누군가 다가와 의문의 검은 카드를 건네고, 내용을 읽고 나면 카드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한다. 급기야 13초 전에 일어난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담임 선생님은 펑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린다. 선생님은 펑을 돕기 위해 갖은 애를 쓰기 시작한다. 선생님과 펑은 진실을 알아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억을 잃은 소년》은 '성장'을 거부당한 펑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윤리와 성장, 성숙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소설이다. 또한 완전하게 성장했다고 혹은 성장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펑의 엄마, 선생님, 친구들, 이웃집 할아버지와 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품 속 가장 성숙한 인물은 어쩌면 펑이 기르는 개 나이트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꼭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하고 묵직한 메시지가 가볍고 유쾌하게 담겨 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와 선생님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아이들와 어른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어 보길 권한다.
중국 청소년 문학의 대가 창신강,
추리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창신강은 중국 우수아동문학상, 좡중원 문학상, 쑹칭링 아동문학상, 헤이룽장성 문예상, 빙신 도서상 등 중국의 도서상은 모두 받았을 정도로 탁월한 문학성을 인정받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신랄하고 유쾌한 풍자소설로 우리나라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기억을 잃은 소년》에도 사회 문제를 신랄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 내는 창신강 특유의 색이 잘 담겨 있다. 게다가 창신강의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추리' 형식을 빌려 이야기의 흥미를 더한다.
'못 말리는 악동 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펑의 개, 나이트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펑에게 냉랭하던 담임 선생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엄마는 펑에게 어떤 존재인가?' 등등 처음부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펑에게 일어난 일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신이 팔 년 동안 자라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펑을 보며, '성장'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토록 결말이 궁금한 청소년 소설을 접한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순간순간 든 생각이다. 정말 흥미롭고 신선한 작품이었다. (중략) 호기심과 흥미로움 가득한 마음으로 신나게 책장을 넘기다가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먹먹한 가슴으로 책을 덮었다. 작가는 지금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독자들에게도 깨우쳐 주고 싶었던 것일까?
-옮긴이의 말 중에서
[미디어 소개]☞ 경향신문 2016년 7월 25일자 기사 바로가기라오더우푸는 무심코 그 오래된 건물의 나무 발코니 위를 올려다보다가 그만 돌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땅에 떨어뜨리고 턱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발코니를 가리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라오더우푸가 가리킨 것은 펑이었다. 나무 발코니에 선 펑은 그날도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라오더우푸가 팔 년 만에 처음 거리로 나온 날이었다.
'저 아이는 어째서 그동안 하나도 자라지 않았지? 팔 년 전에 열 살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열여덟 살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직도 열 살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라오더우푸는 너무나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윙윙거리고 머리에서 불똥이 튀는 것만 같았다.
그날 밤, 라오더우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가족들이 어디 편찮으시냐고 물어보자 겨우 입을 열어 한마디 했다.
"내가 앓아누운 지 정말 팔 년 된 것 맞느냐?"
펑은 시험지를 내려다보았다.
"이거 제 시험지 아니에요. 여기 있는 단어들도 다 제가 쓴 것 아니에요!"
담임 선생님은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펑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펑은 억지를 쓰거나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펑의 얼굴을 보자, 선생님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무언가, 자신과 펑 사이에, 아니면 어떤 거대한 존재와 펑이라는 작은 존재 사이에 커다란 문제가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일까?
순간 담임 선생님은 진땀이 났다. 반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의 얼굴에 땀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선생님은 손을 들어 관자놀이 위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늘 단정하던 선생님의 이마가 이날은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펑을 한번 돌아보고는 손을 움직여 열 개의 비밀번호를 맞추었다. 펑은 선생님의 등 뒤로 고개를 내밀고 그 서류함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여러 장의 검은 카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선생님은 그중 하나를 꺼내 들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그것을 도로 집어넣고 다른 카드를 꺼냈다.
"아마 넌 못 믿겠지만 이 서류함 안에는 너와 관련된 숫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단다."
펑은 왠지 모르게 또다시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슨…… 숫자요?"
"특별 재판부에서 심사한 바에 의하면, 넌 총 팔백육 개의 잘못을 저질렀고 세 개 반의 좋은 일을 했어."
"네? 잠깐만요, 선생님. 다시 한 번만요. 특별…… 재판부요? 팔백 몇 개의 잘못을 저지르고 세 개 반의 좋은 일을 했다고요, 제가?"
"네 기억력이 아주 엉망은 아니구나."
펑은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세 개 반은 또 뭐예요? 세 개면 세 개고, 네 개면 네 개지 세 개 반이라뇨? 반 개짜리 좋은 일도 있나요?"
"그만 좀 다그쳐라. 일단 생각 좀 해 보자."
선생님은 한참 동안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