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선운사의 창건설화.
옛날 옛적 전라도 땅 도솔산 아랫 마을. 사람들은 뒷산에서 약초를 캐고, 앞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기름진 들에서 곡식을 거두며 살아간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은 늘 먹을 것이 없어 헤매인다. 해적들이 쳐들어와 애써 거둔 양식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낯선 떠돌이 할아버지가 마을에 온다. 사정을 전해들은 할아버지는 굶주린 마을 사람들을 바닷가로 불러 모아, 소금 만드는 법을 일러준다. 바닷물과 햇볕만은 해적들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고, 귀한 소금을 파는 이상 굶주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영험스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이름 모를 배가 나타나 금빛 찬란한 불상을 전해주는가 하면, 할아버지의 도술로 해적들이 마음을 고쳐먹기도 한다. 그리고 선운사가 완성된다.
선운사에 얽힌 이러한 전설이 그림책으로 형상화되었다. 때로운 다채로운 빛깔로 때로는 다소곳한 모노톤의 빛깔로 표현된 그림이 시선을 붙잡는다. 먼 풍경을 그리던 정적인 분위기는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역동적으로 변해가다가는, 절정부분에서는 엄청난 힘을 내뿜는다. 그야마로 호랑이가 종이를 박차고 나오는 느낌...
자박자박 이야기를 밟아가는 목소리도 무척이나 차분하다. 시인이 쓴 글답게 운율감이 느껴져 소리내어 읽으면 정감이 느껴진다. '...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끝맺음 말 역시 옛이야기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풍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