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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청소년 | 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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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캐나다 도서관협회 ‘올해의 책’상 수상작으로, 들판에서 양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이주정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남들 다 가는 학교에는 갈 생각이 없고 오로지 할아버지 뒤를 이어 양치기가 되는 게 소원인 팔레스타인 소녀 아마니. 그런데 할아버지를 따라 자유롭게 양떼를 몰고 다니던 아마니의 평화로운 일상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군대를 앞세워 아마니가 양떼에게 풀을 뜯기던 골짜기와 아마니 가족의 터전을 빼앗아 간 것이다. 아마니의 양이 이스라엘 정착민의 총에 맞아 죽고, 아마니의 큰아빠와 아빠마저 이스라엘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가 들려주는 가슴 찡한 이야기
남들 다 가는 학교에는 갈 생각이 없고 오로지 할아버지 뒤를 이어 양치기가 되는 게 소원인 팔레스타인 소녀 아마니. 그런데 할아버지를 따라 자유롭게 양떼를 몰고 다니던 아마니의 평화로운 일상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군대를 앞세워 아마니가 양떼에게 풀을 뜯기던 골짜기와 아마니 가족의 터전을 빼앗아 간 것. 이어서 아마니의 양이 이스라엘 정착민의 총에 맞아 죽고, 아마니의 큰아빠와 아빠마저 이스라엘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이스라엘의 이주정책으로 갈등이 심화된 팔레스타인 지역의 생생한 이야기가 양치기 소녀 아마니의 눈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설
이스라엘과 원주민 사이에 끊임없이 충돌이 일어나는 팔레스타인 지역. 뉴스 속의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사람의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눈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며,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피해자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이 책 《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는 들판에서 양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이주정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과정을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이스라엘에 비판의 날만 세운 것은 아니다. 작가는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났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캐나다 도서관협회에서 전년도에 발행된 어린이 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책을 선정해 수여하는 ‘올해의 책’상을 수상했다.
대대로 땅을 지키며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이스라엘은 아마니네 가족의 집을 부수고 올리브 과수원을 파헤치고 도시로 가는 길마저 막는다. 그것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은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대부분 감옥으로 끌려간다.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아마니의 큰아빠와 오빠는 무력으로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자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증오한다. 반면에 아마니의 아빠는 항의시위 등 비폭력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이를 위해 이스라엘 랍비와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 아마니는 가족의 삶을 망가뜨리는 이스라엘에 반발하지만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횡포를 막으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로 결심하고 우연히 만난 이스라엘 소년과 친구가 된다. 이 세 가지 가치관이 바로 현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대변한다.
소설 속 이스라엘 사람의 부류도 세 가지로 나뉜다. 자신들의 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이스라엘 정착민과 이에 반발하며 팔레스타인을 돕는 사람, 유대인의 불합리한 정착 과정을 지켜보며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다. 한 랍비와 유대인 변호사는 감옥에 끌려간 아마니의 큰아빠와 아빠의 석방을 위해 애쓰며, 이스라엘 소년 조너선은 이스라엘이 아마니네 터전을 빼앗는 것을 보고 절망하며 결국 원래 살던 뉴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십대 시절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에서 생활했던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실제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위의 여섯 가지 가치관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어느 것이 옳다고 강요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어린 소녀의 시점으로 그려내 민감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읽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은 수작이다. 이 책은 자라나는 청소년이 보이는 것의 이면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왜 학교에 오게 됐니?”
이제 말이 그다지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동사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애꿎은 분필만 쳐다보던 아마니는 갑자기 칠판에 씨도의 봉우리와 낙타의 혹을 그렸다.
“씨도가…….”
“할아버지라고 해야지.”
선생님이 말을 고쳐 주었다.
“이 수업 중에는 영어만 써야 해.”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산. 지금은 아니고…….”
모든 영어 단어가 깊고 깊은 뇌의 동굴 속으로 꼭꼭 숨어 버린 것 같았다. 아마니는 좀 더 낮고 편평한 봉우리 주변에 울타리를 그린 다음 둥근 빵모자를 쓰고 총을 든 남자를 그려 넣었다. 아부시 선생님이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 아이들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정착민들.”
아부시 선생님이 단어를 말해 주었다.
“정착민들.”
아마니는 선생님의 발음을 똑같이 따라 했다.
“정착민들이 와요. 정착민의 울타리. 정착민들이 우리 할아버지의 산을 빼앗았어요. 난 할아버지의 산을 사랑해요.”
아마니가 양을 한 마리 그렸다.
“내 양.”
여자애도 하나 그리고는 양과 여자애와 자신을 가리켰다. 왜 지금 그렇게 중요한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걸까?
“네가 양치기란 말이지?”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마르가 말해 줬어.”
“양치기. 맞아요.”
아마니는 뺨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양에 관해서는 입도 벙긋 말라던 사촌의 말이 생각났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전 양치기예요. 정착민이 제 양을…… 한 마리 죽여요. 정착민은 영어를 써요. 난 영어가 필요해요. 그들을 말려야 하니까요.”
아무도 웃지 않았다. 교실에 침묵이 흘렀다. 수아드의 눈이 축축해졌다. 알리아도, 다나, 하니아도 마찬가지였다.
- 17장 중에서


내 이름은 아마니,
여러 가지 소원이라는 뜻을 가졌다네.
하지만 내겐 오직 한 가지 소원뿐.
내가 태어나던 날 밤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산을 오르는 게
출산을 촉진시키는
알라의 방식이라고 하자
엄마는 그 말을 믿고
양떼가 오르던 그 길을 따라 갔다네.
할아버지 집 위로 산꼭대기까지.
마침내 내가 엄마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네.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자유롭게.
내 이름은 아마니,
여러 가지 소원이라는 뜻을 가졌다네.
하지만 내겐 오직 한 가지 소원뿐.
내 피가 이 땅의 흙과 섞일 때까지
절대로 이 땅을 떠나지 않는 것뿐이라네.
-21장 중에서


“난 뉴욕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아마니는 조너선이 돌아간다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았다.
“왜? 그렇게 겁나?”
조너선이 몸을 움찔했다.
“우리 아버지도 똑같은 소릴 했는데……. 아버진 진짜 유대인이라면 거룩한 땅을 지켜야 된다고 했어. 하지만 난 이제 진짜 유대인이 뭔지 잘 모르겠어. 우리 할아버지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는 걸 목격하셨대. 그래서 고향땅에 가면 안전할 거라고 믿으셨다는 거야. 하지만 그게 이런 걸 의미할 줄은 정말 몰랐어.”
머리를 저으며 말을 잇는 조너선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불도저가 널 쫓아가는 걸 봤을 때…….”
아마니는 조너선이 불도저를 멈추게 하려고 달려가던 모습을 기억해 냈다. 게다가 조너선은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오아시스 옆에서 추위에 떨며 앉아 기다렸다. 모든 정착민이 조너선이나 아빠가 아는 랍비 같다면 두 민족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넌 겁쟁이가 아니야. 아깐 네가 가는 게 싫어서 한 말이었어. 난 정착민이 두렵지 않아. 네가 거기에 있다는 걸 알면 그렇게 무섭지 않을 거야.”
“이제 정착촌에 머물기가 힘들어. 날이면 날마다 과거에 네 생활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거든. 널 처음 봤던 날처럼 네가 양에게 평화롭게 풀을 뜯기던 모습을 상상하게 돼. 장벽도 없고 군인도 없고 너희 땅에 고속도로도 없는 그런 날 말이야. 정착촌이 네 삶을 망쳐 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 뉴욕으로 돌아가면 내가 직접 본 일들과 너에 관해서 이야기할 작정이야. 뉴욕에서 내가 뭘 할지 상상해 봐.”
- 29장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앤 로럴 카터
앤 로럴 카터는 여러 상을 수상한 어린이와 청소년 책 전문 작가이다. 1971년부터 이스라엘을 수차례 방문해 키부츠에서 일하면서 히브리 어를 공부했고, 이 소설의 자료조사를 위해 라말라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몇몇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머물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 《Last Chance Bay》는 캐나다 도서관협회상을, 그림책 《Under the Prairie Sky》는 미스터 크리스티상을 수상했다. 이 책 《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도 2009년 캐나다 도서관협회가 가장 뛰어난 어린이 책에 수여하는 ‘올해의 책’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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