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추리소설 형식의 성장 소설. 어느 평화로운 저녁 식탁에 갑자기 경찰이 찾아온다면? 그리고 경찰이 공포에 질려 있는 스무 살짜리 형을 체포해 간다면? 형이 사람을 다섯이나 죽인 연쇄살인범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타난다면? 엄마 아빠마저0 형의 범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초반부터 충격과 불안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이 작품에서 문제는, 주인공 마르텡이 겨우 열여섯 살이라는 데 있다. 모든 어른들이 형 브리스의 유죄를 확신하는 상황에서 마르텡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마르텡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형이 어떤 궁지에 몰려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
도저히 부정할 수없는 온갖 증거들 앞에서 마르텡은 결심한다. "내가 형을 풀려나게 해 줄 거야." 경험도, 노련함도, 지적·육체적 능력도, 심지어는 자신을 방어할 무기 하나 없는 상태에서 마르텡이 가진 유일한 힘이란 형에 대한 믿음뿐이다. 그리고 많은 위험과 장벽을 기지와 끈기, 우연을 통해 극복해 가며 진범에게 가까이 가는 데 성공한다.
출판사 리뷰
어느 날 갑자기, 형이 체포되었다. 그리고……
흔히 경계에 선 세대로 표현되는 청소년. 한 사회가 청소년을 ‘청소년’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보호하고 개입하고 감시하려는 의지가 작동하는 듯하다. 그 덕에 청소년소설에도 나름의 암묵적인 한계가 그어지곤 한다. 과도한 성적 표현은 좀 곤란하다, 자살이나 폭력, 범죄를 방조하는 것도 안 된다, 반사회적 성향을 띠어도 난처하다. 이건 물론 실제 청소년들이 접근하는 숱한 '18禁' 컨텐츠들의 실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청소년들이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부모나 교사가 좀 눈살을 찌푸릴지언정, 혹은 도리어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고자 훌쩍 경계를 뛰어넘곤 한다. 그러니까 진짜로 청소년들에게 읽힐 목적을 가진 소설이라면 본격적으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마음속처럼 울퉁불퉁하고 함정이 많은 곳이 또 있던가? 청소년들처럼 불안에 시달리는 연령대가 또 있던가?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은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해 줄 수 있는 멋진 장르문학이다. 그리고 미카엘 올리비에의『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었다』는 아주 잘 씌어진 추리소설인 동시에 멋진 청소년 소설이다. 어느 평화로운 저녁 식탁에 갑자기 경찰이 찾아온다면? 그리고 경찰이 공포에 질려 있는 스무 살짜리 형을 체포해 간다면? 형이 사람을 다섯이나 죽인 연쇄살인범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타난다면? 엄마 아빠마저 형의 범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초반부터 충격과 불안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이 작품에서 문제는, 주인공 마르텡이 겨우 열여섯 살이라는 데 있다.
모든 어른들이 형 브리스의 유죄를 확신하는 상황에서 마르텡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마르텡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형이 어떤 궁지에 몰려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 다섯 건의 연쇄살인, 마당 한구석에 묻혀 있던 시체, 도저히 부정할 수없는 온갖 증거들 앞에서 마르텡은 결심한다. “내가 형을 풀려나게 해 줄 거야.” 경험도, 노련함도, 지적·육체적 능력도, 심지어는 자신을 방어할 무기 하나 없는 상태에서 마르텡이 가진 유일한 힘이란 형에 대한 믿음뿐이다. 형이 연쇄살인범일 리 없다는 확신. 그리고 많은 위험과 장벽을 기지와 끈기, 우연을 통해 극복해 가며 진범에게 가까이 가는 데 성공한다.
청소년소설과 추리소설, 그 멋진 만남
이 작품의 제목『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었다』는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자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었던 마르텡은 이 끔찍한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럼에도 형의 무죄를 확신하는 믿음으로 진범을 밝혀내고(이 믿음이 없었더라면 마르텡의 가족은 몰살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간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의미는? 브리스와 마르텡에게 ‘피를 나눈 형제’가 또 있었다는 것. 브리스를 꼭 닮은 그 형제가 진범이라는 것! 마르텡이 무수한 의문표를 헤치고 도달한 곳에는 지금껏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배다른 형 로스캉이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끔찍한 연쇄살인범으로 나타난 로스캉.
마르텡이 로스캉을 맞닥뜨리기까지, 그리고 결국 로스캉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는 공포와 불안, 긴장으로 숨이 막힐 듯하지만 정작 문제는 로스캉이 잡히고 난 뒤다. 이젠 누구도 그 사건이 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으로 나타난 배다른 형제 로스캉, 누명을 쓰고 투옥되었던 브리스, 아들의 절박한 호소를 들어주지 않았던 부모, 그리고 사건의 한가운데서 모든 걸 겪어야 했던 마르텡. 모든 일은 벌써 드러났고, 더 이상 감출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알고 보면, 삶이란 원래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하엘 올리비에는 특별히 한국 독자들에게 남긴 서문에서 추리소설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특별한 애정을 이야기한 뒤, 청소년들을 위한 추리소설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들려준다. 추리소설이 문학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소설이란 무엇보다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청소년용’ 추리소설을 구상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하는 팁까지. 그리고 이 한편의 추리소설을 통해 격정적이고 복잡한 인간 내면의 한복판으로 푹빠져 들어가기를 권하고 있다.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류의 추리소설이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널리 읽혀왔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여태 청소년소설에 이렇다 할 추리소설이 없다는 게 의아할 정도다. (오히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에는 있다.) 하지만 인생의 어두운 국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추리소설이야말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울려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었다』는 어둡고 암울한 진짜 추리소설이지만, 명백히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청소년 주인공이 스릴러의 한가운데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긴장과 두려움, 절망 속에서 헤쳐나오기, 그것이 바로 추리소설의 진정한 맛인 것이다!
전부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들이 하나 가득 모여 있는 동네에 있는 눈에 잘 안 띄는 어떤 건물이었다. 입구에 있는 문 유리는 깨져 있었고 벽은 온통 낙서투성이었다. 찌든 담배 냄새와 고양이 오줌 냄새가 공기 중에 떠도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참고 우편함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라스캉이라는 이름이 적힌 우편함은 없었다. 일층에 있는 어느 집에서 오십 대쯤으로 보이는 뚱뚱한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참견을 하고 싶어 하는 게 뻔히 눈에 보였다.
p88
작가 소개
저자 : 미카엘 올리비에
196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와 음악 이론과 합창을 공부했고, 이후 영화 공부를 한 뒤 몇 년 동안 텔레비전 방송을 만들기도 했다. 스물다섯 살부터는 텔레비전 방송과 영화 시나리오,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에 글을 쓰는 데 전념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뚱보, 내 인생>, <엠마의 인생 수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