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통 직업이라는 새로운 통로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책이다. 가마꾼, 대장장이, 뱃사공처럼 아주 친숙한 전통 직업에서부터 사기장,지장,채상장,갓장이 같은 전문 기술자, 주모,침모, 매파,궁녀, 방물장수 같은 여자의 직업, 봉수군, 보부상, 염간, 내시, 훈장처럼 완전히 사라진 직업, 멸화군(오늘날 소방관),의원,역관처럼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 지금까지 이어지는 직업들을 담았다.
출판사 리뷰
이야기 한 자락, 정보 두자락 옛날 사람들이 들려주는 옛날 직업 이야기
"아니, 재수 없게 웬 각설이야. 어서 가지 못해?
우리 주막 근처엔 얼씬도 말거라! 내일이 장날인 건 귀신같이 알아서는."
점심 장사를 마치고 잠시 한가한 틈을 타 마당을 쓸고 있던 주모가 거지 행색의 각설이를 보고 소리를 질러 댑니다. 장터 주변 장사치들은 장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각설이 패거리의 행패에 진저리가 났던 겁니다. 그러다 문득 어린 각설이가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지 국물에 찬밥 한 덩어리를 말아서 속이나 채우고 가라 합니다. 그러곤 마루 한 켠에 앉아 자기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어떻게 주막을 열게 되었는지, 주막 이름이 무언지, 자신의 손맛 칭찬이 자자하다느니 하며 이야기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주막에 관한 거라면 자기만큼 할 말 많은 사람이 없는 듯합니다. 또 국밥 한 그릇이라도 좋은 재료를 써서 내놓는다며 자부심도 대단해 보입니다.
주모가 들려주는 주모 이야기, 가마꾼이 들려주는 가마꾼 이야기. 전통 직업을 가진 과거의 인물 20명이 주인공이 되어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자연스레 섞여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일을 오래 하였으니 할 말도 많고, 이 일을 내가 안 하면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이 없다는 자부심이 잔뜩 묻어납니다.
옛날에는 어떤 직업이 있었을까?
오늘날만큼 많지 않으나 옛날에도 '직업'으로 부를 만한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20가지 직업은 조선 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양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선정한 것입니다.
먼저 여자의 직업으로 주모, 침모, 매파, 방물장수를 다루었습니다. 간혹 몰락한 양반집 부녀자들은 상민이나 다름없이 육체노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양반집 부녀자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자의 직업이라고 하면 비양반 신분에 속하는 것입니다.
가마꾼, 대장장이, 뱃사공, 백정은 친숙한 옛날 직업이지요. 단, 백정을 흔히 도살업자로 알고 있는데, 백정은 하는 일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뉩니다. 버드나무 가지로 엮은 바구니인 '고리'를 짜는 고리백정, 짐승을 잡는 소백정, 가죽신을 만드는 갖바치, 재주를 부리는 광대가 모두 백정입니다.
봉수군, 보부상, 염간, 내시, 훈장처럼 사라진 직업도 있습니다. 염간은 소금을 만드는 사람으로, 염한이라고도 합니다. 오늘날 소금을 만드는 제염업 종사자들이 있지만, 옛날 염간과 다른 점은 제염 방법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바닷물을 커다란 소금가마에 끓여 소금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자염'이라고 하지요. 끓여서 만든 소금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은 염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이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서해안의 태안에서 '자염법'을 복원하여 전통 소금인 자염을 생산하고 있고, 이곳에 가면 전통 제염법을 견학할 수도 있습니다.
멸화군, 의원, 역관처럼 부르는 이름만 달라졌을 뿐 지금까지 이어진 전통 직업도 있지요. 멸화군은 조선 시대의 소방관입니다. 1891년 경복궁 화재 때 큰 활약을 한 '수총기'라는 소화기구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관이라는 직업도 있는데, 지관은 예나 지금이나 지관이라고 부르지만 오늘날에는 풍수가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그리고 지금은 소중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보호받고 있는 여러 장인들도 소개됩니다.
또한 40여 개의 옛날 직업을 설명한 부록을 덧붙여 더 풍부한 정보를 통해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게 했습니다.
내가 누구냐 하면 갓장이여, 갓장이.
갓장이가 뭐 하는 사람인고 허니, 말 그대로 갓 만드는 사람이여.
사내란 자고로 위엄과 몸가짐에 신경을 써야 하는 법.
이 갓을 써야 위엄이 선단 말이지.
요새야 갓 하면 이 흑립을 말하는데, 본디 갓이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 보통은 모양에 따라 나눠. 양태와 모자의 구별이 뚜렷한 것과 그렇지 않을 것으로 말이야.
이 나라 조선이 처음 생겼을 적에는 이런 흑립이 없었어. 그때는 패랭이와 초립을 쓰다가 나중에야 검게 옻칠을 한 흑립을 만들어 쓰게 되었지. ― '갓장이'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영란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출판사를 거쳐 지금은 출판 기획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게 물렀거라! 가마꾼 납신다》, 《화학아, 친하게 지내자!》,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가야금》, 《닮았지만 다른 교과 개념 54가지》, 《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김치 이야기》, 《화학 원소 아파트》, 《하늘은 왜 파랗죠?》, 《내 작은 몸속 커다란 세계》, 《고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성교육을 부탁해》, 《세종 대왕의 한글 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목차
지은이의 말
미리 알고 갈까요? 조선의 신분 제도
1. 주모
2. 가마꾼
3. 봉수군
4. 대장장이
5. 사기장
6. 뱃사공
7. 보부상
8. 염간
9. 멸화군
10. 의원
11. 역관
12. 지장
13. 내시
14. 갓장이
15. 훈장
16. 사또
17. 백정
18. 침모와 매파
19. 채상장
20. 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