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결혼식장에서 꿀떡을 싸 와서 경태에게 먹이던 경태 엄마처럼
순호 엄마도 순호가 좋아하는 김치전을 먹이고 싶어서 그랬던 걸 거예요.
필리핀 사람인 순호 엄마나 한국 사람인 경태 엄마나 똑같은 엄마예요.”
나와 다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요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나 교육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육이란 것이 언어 문제나 정체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 문화 가정의 아이와 그 부모에게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한국 사회는 아직도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나와 다른 이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법적, 제도적인 장치로 차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리 스스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또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다문화 교육이 절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 아이들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변하고 마음을 열어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다문화 관련 책읽기’가 아닌가 합니다. 책읽기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그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너, 한국 사람 아니지?”“아프리카 사람이니?”“아니지? 흑인들은 훨씬 더 까맣잖아.”까만 아이가 순호가 전학을 오자, 아이들은 순호 주위로 몰려들어 질문을 쏟아냅니다. 까만 얼굴에 곱슬머리, 유난히 까맣고 큰 눈. 아이들은 아무리 보아도 순호가 한국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전에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순호는 전에 다니던 시골 학교가 그리웠습니다. 그 학교에는 순호처럼 엄마가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사람인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순호는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도시 아이들이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치, 제까짓 게 뭐라고.’경태는 순호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전학 온 까만 아이가 반 아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자기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관심을 순호가 독차지하자, 경태는 약이 올랐습니다.
몇 년 전에 엄마를 여의고 아빠랑 할머니와 살고 있는 경태는 인기도, 친구도 없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태는 순호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대단한 소식인 양 아이들에게 떠벌리고 다닙니다. 경태는 난생 처음 아이들의 관심을 받자, 신이 납니다. 그러다 경태가 순호 엄마를 심하게 놀리자, 순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교실 바닥을 뒹굴며 경태와 싸움을 하고 맙니다. 관심이 싫은 아이와, 관심을 받고 싶은 아이.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며 높은 담을 쌓아가던 경태와 순호는 어떻게 될까요.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요.
다문화 교육이 꼭 필요한 1, 2학년 어린이를 위한 책2010년 현재, 다문화 가정 자녀의 상당수가 8세 전후의 아동이라고 합니다. 이들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언어 문제와 정체성 문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다문화 가정 자녀뿐 아니라 이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게 될 어린이들에게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림책을 떼고 혼자 책 읽기를 시작하는 1, 2학년 아이들을 위한 읽기책 〈혼자 읽는 책이 좋아〉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엄마가 필리핀 사람인 순호와 할머니와 둘이 사는 경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위의 여러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들을 담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뿐 아니라, 한 부모 가정 아이 아이의 심정이 솔직하게 담긴 이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을 내 친구로 보듬는 마음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순호 엄마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야. 필리핀 사람이야.”
“정말?”
아이들이 놀라자, 경태는 더욱 의기양양하게 말했어요.
“그러니까 순호는 한국 사람이 아닌 거지. 혼혈아야, 혼혈아.”
경태는 순호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목소리에 힘을 주었어요.
아이들은 경태 주위로 몰려들어 어떻게 알았냐는 둥,
필리핀 사람은 어떻게 생겼냐는 둥 경태에게 질문을 쏟아냈어요.
순호는 창피하기도 하고 화도 났어요.(21쪽)
“오늘부터 우리는 사물놀이를 배울 거예요. 다들 소고 가져왔죠?”
아이들은 가운데 태극무늬가 그려진 동그란 소고를 꺼냈어요.
소금을 꺼내던 순호는 깜짝 놀랐어요.
‘소, 소금이 아니네?’
순호는 얼른 소금을 책상 서랍에 집어넣었어요.
그런데 눈치 빠른 짝꿍 민지가 그걸 보고 말았어요.
“어? 선생님, 순호는 소고 대신 소금 가져왔어요.”
민지의 말에 아이들은‘정말?’‘어디?’하며 순호의 책상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깔깔 웃었어요. 순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기를 때리는 것 같아 아팠어요.
할머니 손에 떠밀려 들어온 순호를 보고 경태는 피식 웃음이 났어요.
“엄마는 창피하게 먹는 거 가지고…….”
순호는 계속 혼잣말로 중얼댔어요.
순호의 말을 들은 경태는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어요.
경태가 어렸을 때 일이에요.
경태 엄마는 돌잔치에서 꿀떡을 싸 와서는 경태에게 주었어요.
아빠는 창피하게 먹을 것을 싸 왔다고 뭐라고 했지만 경태는 맛있게 잘 먹었어요.
경태 엄마는 창피해도 경태가 좋아하니까 꿀떡을 싸 왔을 거예요.
‘순호 엄마도 우리 엄마랑 똑같구나.’
경태는 할머니랑 부엌에서 웃고 있는 순호 엄마가 낯설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