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반올림 시리즈 20권. 우정과 사랑, 가족, 잊고 싶은 과거, 뭔지 모를 현재, 도무지 자신없는 미래까지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담고 있는 소설로, 주인공 애너벨이 겪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따뜻한 시선으로 찬찬히 더듬어나가며 애너벨 주위 사람들까지도 하나하나 생생한 존재로 그려낸다. 남자주인공 오언은, 어딘가 이런 아이가 있다면 세상 살 만하다 싶을 만큼 믿음직스럽고 선하며, 소피나 클라크, 휘트니와 커스틴은 말할 것도 없고, 있는 듯 없는 듯 뒤를 받쳐주는 아빠 캐릭터 역시 단단하다.
출판사 리뷰
친구를 사귀고, 잃는다는 것
우주정거장을 홀로 지키는 우주인이 아닌바에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나서 어울리고 친해지고 서로의 성격과 습관, 말투에 익숙해진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래 친구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완성해 나가는 청소년들이라면, 이거야말로 지상최대의 과제다. 딱 한 명만, 진짜 친구가 있다면 온 세상이 등을 돌려도 외롭지 않을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딱 한 명’이란 게 가장 어려운 것이다.
『그냥, 들어 봐』의 애너벨이 당면한 문제 역시 단순하게 말하자면, 친구 관계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학교에서 애너벨은 외톨이다. 늘 붙어다니던 친구 소피는 애너벨을 볼 때마다 으르렁거리고, 어릴 적 단짝 친구였던 클라크는 곁에 와 앉은 애너벨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 가버린다. 그리고 애너벨은 소피의 남자친구인 윌을 볼 때마다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데……. 학교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애너벨 곁에는 또다른 외톨이 오언 암스트롱이 있고, 애너벨과 오언은 점심시간을 함께하면서 차츰 가까워진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요일 아침 DJ를 맡고 있는 암스트롱은 음악을 좋아하고, 의외로 친절하고, 무엇보다도 무척이나 정직하다. 오언과 이야기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들을 쏟아놓는 애너벨. 오언이 구워준 열장의 CD에는 낯선 음악들이 잔뜩 들어 있고, 음악적 취향에 있어서는 일치되기가 상당히 요원해 보이지만, 오언과 함께 있을 때면 애너벨은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재미있는 아이가 된다. 그리고 애너벨과 오언은 서로에게 점차 소중한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비밀은 아무래도 말하기가 쉽지 않은 법. 잊을 만하면 애너벨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쉬이이, 애너벨. 나야." 소피의 남자친구 윌이 애너벨을 겁탈하려다가 소피에게 발각된 이후, 소피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 애너벨은 누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그날 일을 잊고 싶다. 애너벨이 택한 방법은 그냥, 참고, 억누르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입을 다물기.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정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대의 말을 무척이나 잘 들어주는 오언에게도 그럴 수 있을까? 혹시 오언은 모든 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자기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해질 수 없는 애너벨은 결국, 아무 말 없이 오언 옆을 떠나 버린다.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비밀, 고통스럽지만 털어놓기
학교에서 외롭고, 두렵고, 슬픈 애너벨이 집에서라고 편한 것은 아니다. 언니들을 따라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모델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엄마를 실망시킬 수 없어 고민만 할 뿐이고, 거식증에 시달리는 휘트니 언니하고는 서먹하기만 하다. 밝고 명랑한 커스틴 언니는 멀리 뉴욕에서 공부중이고, 커스틴 언니와 휘트니 언니는 최악으로 사이가 나쁘다. 휘트니 언니가 식사를 못 하고 폭발할 때마다 집안 분위기는 가라앉는데, 이래서야 편히 쉬고 위안을 받는 가정이라고는 할 수 없을 터. 오언에게라면 모든 것이 분명했을 텐데, 애너벨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점심시간이면 모두를 피해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애너벨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마리는 오언의 충고대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뿐. 변화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애너벨처럼 윌에게 성폭력을 당한 에밀리는 그 일을 비밀로 묻는 대신 윌을 고소하고, 클라크는 혼자 고통받는 애너벨에게 다가와 위로의 뜻을 전하고, 휘트니 언니와 커스틴 언니는 어릴 적 일을 각각 영화와 글로 표현하면서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알고보면 모든 일은 더할나위없이 간단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라! 오언이 준 CD 중에서 ‘그냥, 들어 봐’라는 제목이 붙은 열 번째 CD를 들어본 애너벨은 그제야 귓가에 들려오던 목소리가 윌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였음을 깨닫는다. 그러자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몇 달 만에 오언을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놓는 애너벨, 그리고 오언은 말한다. “애너벨, 미안해.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미안해." 애너벨은 어려운 일을 마침내 해냈고, 오언은 당연하게도, 애너벨의 마음을 받아준다. 해피엔딩이여, 만세!
무언가 문제에 부닥쳤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크게 두 가지다. 정면으로 뚫고 나가기와 모른 척하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고 어딘가로 꽁꽁 숨어버린다면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슬쩍 돌아앉아 모른 척하기란 온몸으로 부딪치는 것보다 얼마나 쉬운가. 그러니 애너벨에게 오언이 없었다면, 애너벨의 가족들에게 서로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냥, 들어 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냥, 들어 봐』는 애너벨이 겪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따뜻한 시선으로 찬찬히 더듬어나가며 애너벨 주위 사람들까지도 하나하나 생생한 존재로 그려낸다. 남자주인공 오언은, 어딘가 이런 아이가 있다면 세상 살 만하다 싶을 만큼 믿음직스럽고 선하며, 소피나 클라크, 휘트니와 커스틴은 말할 것도 없고, 있는 듯 없는 듯 뒤를 받쳐주는 아빠 캐릭터 역시 단단하다. 장편소설을 읽는 재미란 이런 것! 이처럼 『그냥, 들어 봐』는 우정과 사랑, 가족, 잊고 싶은 과거, 뭔지 모를 현재, 도무지 자신없는 미래까지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선물세트처럼 펼쳐놓고 마음껏 맛보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사라 데센
1970년 미국 일리노이 주 에반스톤에서 태어났으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에서 창작을 가르치고 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의 채플 힐에 살고 있다. 작품으로는 영화 [하우 투 딜]의 토대가 된 두 소설 《그해 여름》과 《너를 닮은 사람》 외에 《그냥, 들어 봐》 《드림랜드》 《이 자장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