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8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설 속의 영웅, 로빈 후드!중세 영국에는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사자왕 리처드, 기사 롤랑 이야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웅의 전설들이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영웅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로빈 후드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로빈 후드는 왕도 귀족도 기사도 아닙니다. 숲 속에 살며 부자들의 재물을 훔치는 산적일 뿐입니다. 하지만 로빈 후드는 다른 영웅들에게 뒤지지 않는 민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훔친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탐관오리를 골탕 먹이는 등 약한 사람들 편에 선 의적이자,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귀족에게 억눌리고 세금을 수탈당하던 민중들에게 로빈 후드의 이야기는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가까이 갈 수 없을 만큼 신분이나 지위가 높고 성격도 흠잡을 데가 없는 주인공들과는 달리, 로빈 후드는 사회의 낮은 곳에서 기존 체제에 저항하며, 성격적으로도 완벽하기보다는 단점이나 개성을 부각시킨 인물입니다. 책 속에서 로빈 후드는 급한 성질을 이기지 못해 함정인 것을 알면서도 싸움에 뛰어들어 숲 사나이들을 곤란에 빠뜨리기도 하고, 자신이 제일 강하다는 자만심에 빠져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괜스레 싸움을 걸었다가 도리어 당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잡겠다고 하는 사람 앞에 신분을 숨기고 나타나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지요. 이렇듯 실수를 하는 모습이나 익살맞은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물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고, 책 속 세상을 보다 가까이 느끼게 합니다. 때문에 로빈 후드가 자신이 처한 세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독자들이 사는 현실 속의 일들도 되짚어 보게 됩니다. 로빈 후드의 동료인 덩치 크고 우직한 리틀 존, 성격이 호탕하고 입은 거칠지만 신앙과 배려가 깊은 터크 수사, 로빈 후드의 사촌 윌 스칼렛, 그리고 로빈 후드의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메리언 등, 로빈 후드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독자들을 중세 영국, 숲 사나이들이 사는 셔우드 숲 속으로 인도합니다.
지금도 역시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워 나가는 용기가 여전히 필요한 사회입니다. 로빈 후드도 처음부터 권력에 맞서 싸웠던 것은 아닙니다.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뛰어난 활솜씨로 직위를 얻고자 했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싸우다가 무법자가 되어 버리고, 그 뒤 산적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로빈 후드가 마음만 먹었다면 훔친 재물로 호화롭게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로빈 후드는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과 동료들은 끝까지 숲 속에서 살기를 고집했습니다. 산적이 옳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로빈 후드는 자신이 내쳐진 상황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남을 돕는 데 자신의 위치보다는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은 주로 위인전이나 역사책을 통해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정도를 걸은 인물뿐만 아니라, 이렇듯 정해진 틀 바깥에서 고민하는 인물의 이야기 역시 균형 잡힌 사회 인식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로빈 후드의 모험』은 아이들을 모험의 세계로 데려가 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줍니다.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으로 출간되는 이번 『로빈 후드의 모험』은 영화 『스타워즈』의 포스터, 소설 『반지의 제왕』의 삽화 등을 그린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렉 힐데브란트가 삽화를 그린 판본으로서, 화려한 색감과 묵직한 필치가 로빈 후드의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자넨 참 수상한 친구일세. 어쨌거나 활은 잘 쏘는군. 이름이 뭔가?”
“롭 더 스트롤러입니다. 나리.”
“롭 더 스트롤러,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 있나?”
“롭 더 스트롤러는 자유민입니다. 소인은 상전을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수령은 얼굴색이 어두워졌지만 달리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롭 더 스틀롤러, 황금 화살을 받게. 귀한 사람에게 바쳐야 하는 걸세.”
때맞춰 전령이 롭에게 고갯짓을 했다. 전령의 고개는 수령의 딸에게 향해 있었다. 하지만 롭은 화살을 들고 메리언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가씨, 부디 미천한 떠돌이가 드리는 이 작은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고마워요, 로빈 후드.”
메리언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그네가 공격 자세를 취하자 로빈은 몽둥이를 움켜쥐고 수비 자세를 취했다. 두 싸움꾼은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뒤로 빠지기도 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반복했다. 흙먼지가 구름처럼 뿌옇게 일어나, 두 사람은 싸우는 게 아니라 불을 끄고 있는 듯했다. 로빈은 사내를 세 차례 공격했다. 상대가 약골이라면 벌써 나자빠졌을 만큼 강한 타격이었다.
(······)
“멈춰라!”
리틀 존이 떨기나무에서 툭 튀어나와 나그네가 내려 둔 칼을 집어 들었다.
나그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실수하는 게 아니라면, 당신은 로빈 후드로군요.”
나그네는 처음부터 로빈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소.”
나그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왜 한눈에 자네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롭, 나를 못 알아보겠나? 우리 게임웰 별장에 와 있었지 않나!”
“윌 게임웰!”
로빈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밝게 나그네에게 팔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