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태풍이 제일 부러워요. 진로가 정해져 있잖아요.”
혼란이 일상인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처방전
대한민국 대표 마음 주치의 하지현이 쓴, 첫 청소년 심리학 정신과 의사이자, 다양한 심리 관련 저서를 통해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 주치의로도 활약하고 있는 하지현이 대한민국 청소년의 마음을 설명하고 조언하는 책을 냈다. 십 대에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부터 공부 스트레스, 친구 문제, 진로 불안까지 지금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대표적인 마음속 갈등과 고민들을 담았다. 20여 년간 수많은 부모와 청소년을 상담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며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하지현이 내놓는 처방전은 독특하다. 흔한 위로와 공감을 앞세우는 대신, 심리학과 의학의 최신 지식들을 활용해 십 대의 마음속에 솟아나는 혼란과 갈등의 정체부터 면밀히 밝힌다. 내가 누군지 알아야, 내 마음속 폭풍의 진원지를 알아야 스스로 갈등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명쾌한 분석에 이어 곧장 활용이 가능할 만큼 쓸모 있는 조언들도 가득 담았다. 화가 김줄의 유머러스한 카툰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능보다 내 마음이 더 어렵다,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내 마음 탐구 생활! 십 대란 어떤 기분일까? 십 대가 된다는 것은 “혼란과 짜증, 기분 좋음과 나쁨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십 대는 본격적으로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일인분’의 어른이 되려고 준비하는 시기이다. 아직 완전히 독립한 것이 아니라 ‘독립하는 과정’에 있다 보니, 한 해가 다르게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달라지고 그 와중에 다양한 갈등과 혼란, 좌절이 생겨난다.
롤러코스터를 무사히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에서 저자 하지현은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의사로서 많은 청소년을 상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이,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서 벌어지는 일들을 목격할 때였다고 한다. 십 대 때에는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나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파악하는 것이 고민 해결의 첫 번째 열쇠이다.
그래서 저자는 십 대 시절에 찾아오는 다양한 마음의 변화와 파장들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우선 1부에서는 2차 성징 이후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뇌의 발달을 이야기한다.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어떤 혼란을 가져오는지 밝힌다. 2부에서는 마음에 더욱 집중한다. 십 대가 되면 왜 마음이 공허해지는지, 자존감은 어떻게 쌓이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대다수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공부이다. 3부에서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공부 스트레스를 설명하면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잘못된 공부법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십 대가 되면 인간관계도 크게 달라진다. 친구 사이의 우정은 더욱 깊어지고, 그 우정을 디딤돌 삼아 부모에게서는 조금씩 독립한다. 4부와 5부에서는 인간관계의 양상이 달라지고 복잡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그로 인해 찾아오는 자기 개념의 혼란 역시 필요한 과정임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6부에는 진로 고민과 관련해 전해 주고 싶은 말을 주로 담았다.
십 대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인생의 과제들이 주어진다. 그 과제들을 하나씩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또한 이 책은 청소년 자녀의 심리 상태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부모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내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무엇이 정말 나일까?’ 하는 고민이 들이닥친다. ‘나 좀 가식적인가?’ 하는 자학에 빠질 수도 있다. 자기 개념이 일관되지 않은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식적인 나’도 나의 일부이고, ‘어른들의 말을 순종적으로 잘 듣는 모범적인 나’도 나의 일부이며 ‘공상의 나래를 펴며 백일몽을 꾸는 나’도 또 다른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38면)
의외의 반전부터 ‘쿨’한 포기까지,
현실적이어서 더욱 쓸모 있는 하지현식 해법십 대에 찾아오는 다양한 마음의 변화와 갈등, 좌절에 대한 명쾌한 분석 끝에는 현실적이고도 유용한 조언이 따라온다. 예컨대 불면증이 생길 만큼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에게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같은 이상적인 훈계 대신, 인지 이론과 뇌 과학 분야에서 선별한 적절한 공부법을 제안한다.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적어도 노력에 비례하면 스트레스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예인, 혹은 ‘덕질’에 빠져 있는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깊이 빠져 보라고 제안한다. 기존의 가치들을 마음 밖으로 내몰고 자기만의 가치관을 새로이 세우는 청소년 시절에는 누구나 마음이 주인 없는 산처럼 텅 비게 된다. 이때 마음속에서 무엇이든 불타오른다면, 그것이 내 삶을 든든히 지탱해 줄 수 있다.
한편 규칙을 세우려는 부모님과, 규칙 너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갈등을 빚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면서도, 최소한 ‘감정이라는 지뢰’는 밟지 말자고 제안한다.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처럼 부모님의 약점을 건드리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말은 집 안을 참혹한 전쟁터로 만들 뿐이다. 저자는 스토리텔링부터 공감 전략까지, ‘지뢰’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쿨’한 타협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친구가 부러운 나머지 미워질 지경이라는 친구들에게는, 더욱 부러워 해 보라고 조언한다.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 ‘분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곧 나에게 변화를 도모할 충분한 에너지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몇 번을 물어봐도 별로 분하지 않다는 친구를 만나면 “너는 참 착한 아이구나.”라는 말이 나오기보다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든다. ‘친구가 잘해도 하나도 부럽지 않아.’ 하는 마음은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다.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으니 남들이 보기엔 성격이 좋아 보이지만, 발전을 위한 노력의 불씨를 당길 이유가 없으니 나아지기가 쉽지 않다. 일단 에너지를 써 본 적 없으니 그것을 끌어내는 것부터 난관이다. 그러니 열등감에 ‘절어’ 있고, 사소한 일에 분한 마음이 드는 자신을 너무 자학하지 마시길. 그것을 박차고 올라갈 힘이 나에게 있다는 뜻이니까.(131면)
우울증, 등교 거부, 강박 장애, 폐소 공포증...
고민 많은 친구들을 위한 일대일 맞춤 상담실책의 말미에는 청소년들이 정신과 의사에게 가장 많이 상담하는 구체적인 증상들을 모아 따로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특별한 맞춤 상담실에서는, 하루 종일 멍하니 있게 되는 우울증부터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조차 가기 두려운 폐소 공포증, 친구와 과자를 나누어 먹기가 싫어지는 강박 장애, 수능 때 실수할까 봐 벌써부터 걱정되는 시험 공포,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흡연 습관 등 다양한 고민들을 친절하게 상담했다. 묵직한 고민을 들고 찾아온 청소년들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베테랑 의사의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다.
중요한 건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더 살아 봐도 별 의미가 없을 거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에요. 이렇게 비유해 보면 어떨까요? 인생은 영화와 같아요. 처음 30분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보다 말고 극장을 나온다면? 정작 영화는 그다음부터 속도가 붙고 흥미진진해 져서 1시간 30분 즈음에 클라이맥스에 이르는데, 그런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는 거잖아요? 지금 당장은 삶이 버겁더라도 ‘조금만 참고 더 가 보자, 이제부터 재미있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렇게 생각해 봐요.(198면)
이전의 한 번의 실수와, 이번의 한 번의 성공은 똑같은 한 번입니다. 우리는 흔히 단 한 번의 실수가, 잘해 왔던 것 백 번을 다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하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모두 똑같은 한 번일 뿐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은 저 멀리 가 버릴 겁니다.(19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