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이 때문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 덕분에 좋은 친구와 이웃들을 만나 삶이 더 풍요로워진 사람들이 있다!독박유아, 전투육아, 고립육아…. 육아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은 요즘,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도시에서 살며 독박육아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보여준다. 마을이 아이를 키우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마음이 통하는 이들끼리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함께 아이를 키우는 다양한 시도는 도시화한 우리 사회의 앞날을 밝히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삶을 꾸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육아의 대안을 넘어서 삶의 대안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한다.
젊은 엄마들은 왜 이토록 힘들어할까?오늘날 젊은 엄마들은 분명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졌고, 더 많이 배웠고, 더 풍부한 세상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젊은 엄마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요한 한 가지는 ‘고립’이다. 아기 엄마들은 일단 나갈 수 있는 시간, 장소, 그리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된다. 출산 이후 이전에 가졌던 모든 자유와 관계에서 단번에 멀어지게 된다. 관계의 단절, 사회와의 단절, 일과의 단절, 문화생활과의 단절은 그 모든 것을 당연히 누려왔던 엄마들에게 크나큰 박탈감을 안겨준다. 갑작스런 고립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지금 엄마들은 이미 너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혼자, 그것도 ‘잘’ 해내려고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한들 혼자서는 결코 아이를 다 책임질 수 없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이렇게 ‘독박’을 쓰는 일이 되어버린 것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으뜸 요인이라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도 결국 육아의 어려움 때문이다. 제도 개선은 부모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움직임을 북돋는 방향이어야 한다.
인류사적으로 육아는 마을 전체의 몫이었다 인간이 모여 살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다. 초원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새끼를 돌보기 위해서는 무리를 짓지 않을 수 없다. 힘센 사자나 호랑이처럼 어미의 힘만으로도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사람들은 마을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겠지만, 약한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새끼를 함께 기르는 것이 안전하고 힘이 덜 든다는 것을 안다.
최근 대도시에서도 아이들을 같이 돌보고자 마을을 만드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파트촌에서도 아이들이 매개가 되어 이웃이 생기고, SNS라는 새로운 소통 수단 덕분에 지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에게 마을은 옛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마을 살리기’가 특별시의 시정 목표가 되어도 낯설기는 매한가지다.
오늘날 마을은 공간보다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다‘마을육아’라는 말이 자칫 남의 동네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질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관계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잦은 이사나 이직이 이를 쉽지 않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마을육아는 공간적인 의미보다 관계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은 가까운 지역에 모여 살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꽤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면서 함께 아이를 돌보는 형태다.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피어나는 풀꽃처럼 오늘날 한국 사회의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새로운 방식의 공동육아라 할 수 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 협동조합 방식의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일반명사인 ‘공동육아’라는 말이 사실상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지만, 원래 육아는 공동의 일임을 이 사례들은 말해준다.



들어가는 이야기_독박육아를 넘어
이 책은 나처럼 고립육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 엄마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힘든 현실을 불평하며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찾아 도전하는 엄마들, 관계에서 필연적인 갈등을 직면하고 넘어서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연합’육아를 펼쳐나간 엄마들, 그들의 생생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나만 유난스러운 게 아닐까 싶었기에 이 책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지금도 꽉 막힌 아파트 한 구석에서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초보 엄마들에게 부디 이 책이 가닿길 바란다. 그들이 육아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에게 연민과 연대감을 느끼고, 세상으로 걸어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길, 그래서 엄마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_들어가는 이야기 가운데
1. 아이들과 엄마, 숲에서 함께 놀다
공동육아네, 기관육아네 하면서 육아 방식에 선을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네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이웃엄마들과 함께 오후에 서로 아이들을 돌보며 잘 지내는 사람도 많다. 맞벌이 부모들도 주말에 모여서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면 된다. 어떤 틀을 고집하는 것은 육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행복한 육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엄마도 밥 좀 먹는 육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숲일 필요도 없다. 숲이 좋다고 숲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마음이 맞지 않아 갈등이 계속되는 모임도 보았다. 가족의 경계를 조금 허물고, 결이 맞는 이웃과 함께하면 그것이 함께 하는 육아 아닐까? 멀리 있으면 커 보이고 가까워지면 작아진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멀리서 볼 때 품앗이 공동육아는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저 일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_숲동이놀이터 백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