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라임 청소년 문학 28권. 학교 폭력의 후유증으로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세상과 자신 사이에 단단한 벽을 쌓고 살아가는 열다섯 살 소녀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다. 아울러 입시와 진로, 친구, 이성, 게임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혼자만의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세상 밖으로 한 발짝 성큼 내디딜 수 있는 용기와 격려를 선사한다.
오드리네 집은 아이가 셋이라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오드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골칫거리는 온라인 게임에 홀딱 빠져 있는 오드리와 한 살 터울인 프랭크 오빠다. 프랭크 오빠는 두 달 후에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중이다.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게임 대회에 프랭크 오빠와 같이 출전하기로 한 라이너스 오빠가 게임 연습을 하기 위해 날마다 오드리네 집에 온다. 키가 크고 잘생긴 라이너스 오빠를 학교 연극 무대에서 본 뒤로 오드리는 남몰래 짝사랑을 해 오던 터! 그런데 어느 날, 엄마와 프랭크 오빠가 게임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벌이자,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집 안을 돌아다니던 라이너스 오빠가 오드리의 방으로 불쑥 들어서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헉, 나더러 스타벅스에 가라고?
선생님이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어떻게 스타벅스에? 난 절대로 못 간다. 학교에서 그 일을 겪은 후로 내 멍청한 도마뱀 뇌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머릿속을 온통 헤집는데…….
그런데 어느 날! 멀끔하게 남자아이가 오렌지 같은 미소를 날리며 쪽지를 건넸다.
“일종의 스타벅스 알레르기 같은 거구나. 내가 같이 가 줄까?”
앗, 내 가슴이 왜 이렇게 자꾸 두근거리는 거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선보이는 첫 청소년 소설!
들쭉날쭉 인생 그래프를 그리며 살아가는 요즘 청소년들의 쌩쌩 민낯!
열다섯 살 모범생의 학교 폭력 후유증 퇴치 작전 : 세상에 대한 빗장 풀기
사람은 누구나 신체적정신적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며 살아간다.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뛰거나 땀이 흐르거나 청각이 예민해지거나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올해 열다섯 살인 이 작품의 주인공 오드리는 바로 그런 증세, 즉 불안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오드리는 그다지 활달한 성격은 아니어서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공부도 잘하고 별달리 말썽도 일으키지 않는 착실한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난 뒤, 그 후유증으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다. 처음에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각했다. 다행히 지금은 집에서 병원을 오가며 상담 치료를 받고 있는데, 여전히 바깥출입은 자유롭지가 않은 형편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높아지고 공황 상태에 빠지기 때문.
무엇보다 그 일이 있고부터 오드리는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깨어 있는 내내 선글라스를 낀다. 심지어 어두컴컴한 곳에서도, 비가 오는 날에도…….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요즘의 십 대 청소년들은 갖가지 이유로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하면서, 이 작품이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위로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작품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도 오드리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작품에서 자극적인 사건과 맞닥뜨릴 때에 깊은 반향을 일으키거나 오래도록 머릿속에 새겨 두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 표면으로 떠올라 낱낱이 그려지면, 독자들이 오드리의 현재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런 일을 당해서 불안 증세를 겪게 되었다’는 인과 관계에 집중하기가 쉽다.
작가는 살다 보면 때로는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 상처’도 있는 법이라고 하면서, 오드리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남들 앞에 여과 없이 드러내 보여 줘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자의든 타의든 혼란과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청소년 독자들에 대해 깊은 애정과 배려를 보여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스타벅스에 간 소녀》는 학교 폭력의 후유증으로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세상과 자신 사이에 단단한 벽을 쌓고 살아가는 열다섯 살 소녀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다. 아울러 입시와 진로, 친구, 이성, 게임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혼자만의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세상 밖으로 한 발짝 성큼 내디딜 수 있는 용기와 격려를 선사한다.
공부보다 게임을 더 좋아하면 안 되나요? : 게임 중독 중학생의 처절한 항변
오드리네 집은 아이가 셋이라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오드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골칫거리는 온라인 게임에 홀딱 빠져 있는 오드리와 한 살 터울인 프랭크 오빠다! 프랭크 오빠는 두 달 후에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중이다.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라나?
게임 대회에 프랭크 오빠와 같이 출전하기로 한 라이너스 오빠가 게임 연습을 하기 위해 날마다 오드리네 집에 온다. 키가 크고 잘생긴 라이너스 오빠를 학교 연극 무대에서 본 뒤로 오드리는 남몰래 짝사랑을 해 오던 터! 그런데 어느 날, 엄마와 프랭크 오빠가 게임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벌이자,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집 안을 돌아다니던 라이너스 오빠가 오드리의 방으로 불쑥 들어서게 된다.
오드리는 당황한 나머지, 커튼 뒤로 황급히 도망쳐 버린다. 라이너스 오빠는 오드리의 돌발 행동에도 전혀 낯설어하거나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막내 필릭스를 통해 쪽지로 인사를 건넴으로써 오드리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오드리에게는 이것이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는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자리하면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며칠 후, 라이너스 오빠와 만나면서 자신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호전돼 가고 있다고 믿는 오드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프랭크 오빠가 숙제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게임을 하다가 들켜서 엄마에게 ‘10일간 게임 금지령’을 받은 것! 그것도 모자라, 프랭크 오빠는 그 벌칙 기간을 참지 못하고 날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남몰래 게임을 하다가 또다시 걸리고 만다. 결국 엄마는 너무너무 화가 난 나머지 프랭크 오빠의 노트북을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 평생 동안 게임을 금지해 버린다. 이 일로 라이너스 오빠가 오드리네 집에 올 명분이 사라지게 되자, 두 사람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한편, 상담 선생님은 오드리가 상담을 받으러 갈 때마다 조금씩 어려운 과제를 내준다. 이번 과제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에 다녀오라는 것! 라이너스 오빠는 이 과제를 기억해 두었다가 오드리에게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스타벅스에 간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오드리에게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이다. 그래도 오드리는 있는 대로 용기를 짜내어 라이너스 오빠를 만나러 스타벅스로 향한다.
이와 같이, 《스타벅스에 간 소녀》에서는 오드리 외에도 마치 바로 옆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하고 생생한 남자 중학생 캐릭터 프랭크를 만날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말투와 태도를 신랄할 정도로 실감나게 대변해 내는 프랭크와,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달복달하는 엄마의 모습은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우리네 집안 분위기와 너무도 흡사해서 크나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시트콤을 보고 있는 듯 자신도 모르게 질펀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 못 말리는 우리 집
이 작품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점은 작가의 건강하고도 열린 시선이다. 오드리에게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어딘지 약간 부족한 듯이 뵈는, 이른바 작은 결함을 지니고 있어서 시시콜콜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그 결함은 간단하게 ‘중독’으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는데…….
먼저, 삐딱하고 반항적인 요즘 중학생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입이 쩍쩍 벌어지게 만드는 프랭크는 ‘게임 중독’이다. 다른 것에는 아무 흥미도 없고 밤낮없이 게임만 한다. 심지어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며, 새벽 2시에 일어나 한국의 게이머들과 대전을 펼치다 들켜서 엄마의 심기를 여지없이 자극한다.
반면에, 엄마는 오드리의 불안 장애와 프랭크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는 것이 지나치다 못해 ‘걱정 중독’에 빠져 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데일리 신문>을 읽고는 기사에 실린 내용대로 자녀 교육을 하려 무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오히려 아이들에게 학을 떼게 만든다. 오드리는 그런 엄마를 보고 <데일리 신문>이 엄마의 삶을 관장하는 여신쯤 되는 것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네 살배기 막내 필릭스는 영화 <겨울 왕국> 중독이다. 불안 장애에 시달리는 까닭에 방 안을 온통 컴컴하게 해 놓고 지내는 누나의 방문을 똑똑 두드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맑은 목소리로 “같이 눈사람 만들래?”를 열창해 눈치 없는 귀여움을 발산한다.
언뜻 ‘중독’이라고 하면 거북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삶에 지쳐 있는, 혹은 고민에 싸여 있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작가 특유의 위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친근한 캐릭터의 목소리를 빌려서,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완벽한 사람은 없을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애써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작가는 오드리가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대본 형식으로 만들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끼워 넣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은 오드리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한편,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오드리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누구나 저마다의 인생 그래프를 그리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 그래프에서 때로는 신나게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쭉 미끄러지기도 한다. 그러다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릴 때마다 그 순간이 인생의 가장 어두운 때라며 절망에 빠져 괴로워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 높은 곳을 향하여 천천히 여행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힘들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아파해도 괜찮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 되니까. 오드리는 행복한 순간도,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도 모두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한 뼘 더 성장하게 된다.
게임 절대 금지
오드리는 그다지 사교적인 편은 아니어서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공부도 잘하고 큰 말썽도 일으키지 않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그 일이 있고부터 사람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오드리는 깨어 있는 내내 선글라스를 낀다. 어두컴컴한 곳에서도, 비가 오는 날에도……
내가 노트북으로 영상을 찾는 동안, 엄마는 가만히 앉아 내 방을 둘러보았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나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반짝이는 두 눈이 내 방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는 걸. 뭘 찾는 거냐고? 아무거나, 뭐든지. 이제 엄마와 나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은 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에 속뜻이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수많은 일들 중에 바로 그 점이 가장 슬프다. 엄마와 나는 예전처럼 서로를 마냥 편하게 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건넬라치면, 엄마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호들갑부터 떤다. 그럴 때 엄마의 머리는 쉴 새 없이 팽팽 돌아간다. 이게 무슨 뜻이지? 우리 오드리가 괜찮은 건가? 오드리가 진짜 하려는 얘기가 뭐지?
선글라스를 쓴 소녀
오드리네 집은 아이가 셋이라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오드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골칫거리는 <정복자들의 땅> 게임에 빠진 프랭크 오빠다. 프랭크 오빠는 두 달 후에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라나?
하여간 요즘 애들은. 이건 곧 우리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나는 거실에 앉아 엄마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서히 조짐이 보였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 자꾸만 달싹이는 입술,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 그리고 짠, 드디어 공격 개시!
“프랭크, 네 몸은 하나뿐이잖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보살펴야지! 엄마가 진짜 걱정되는 건 너 스스로 건강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야. 허구한 날 인스턴트 음식만 먹으려 들고…….”
오빠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가 엄마 나이쯤 되면 인공 장기가 나올 거래.”
“네 또래 애들 중에 당뇨병에 걸린 애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비만이랑 심장병은 또 어떻고. 말도 마.”
“응, 알겠어요. 말도 말게.”
오빠는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야 말았다.
“너, 진짜 문제가 뭔지 알아? 이게 다 그 흉악한 게임이며 텔레비전 때문이야. 심지어 몇몇 애들은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더라!”
“애들 몇 명? [……] 내 또래 애들 중에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애가 몇 명이나 되냐고? 엄마 또 <데일리 신문> 봤지?”
엄마가 오빠를 한껏 노려보며 대답했다.
“꽤 돼.”
말하다 말기
게임 대회에 오빠와 같이 출전하기로 한 라이너스 오빠가 게임 연습을 하기 위해 날마다 오드리네 집에 온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와 프랭크 오빠가 게임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벌이자, 그들을 피하려고 집 안으로 돌아다니다 오드리의 방으로 불쑥 들어서게 된다.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또 라이너스 오빠다. 엄마가 컴퓨터 게임을 금지한 동안은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뜨악한 표정을 보니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게 분명했다. 엄마가 아래층에 대고 소리쳤다.
“너 게임 금지인 거 라이너스도 알지?”
오빠는 까칠한 말투로 답했다.
“당연하지. 근데 나 말고 라이너스는 해도 되잖아?”
엄마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입을 쩍 벌리기는 했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규칙은 규칙이야! 쟤도 그걸 배워야지!”
애들이 뭘 알겠냐며 적당히 봐주자는 아빠와, 컴퓨터 게임이 아들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엄마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나는 얼마간 귀를 기울여 듣다가 이내 지루해져서 동굴로 내려가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는 건 아니다. 음,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나는 예전에 유행하던 시트콤을 틀어 놓고 앉아서 시간을 헤아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게임 연습이 끝난 뒤, 라이너스 오빠가 내게 인사를 하러 올지 안 올지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냥 그런 생각만으로도 짜릿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뭐, 꼭 라이너스 오빠가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해야 된다는 건 아니다. 하기 싫을 수도 있겠지. 다만, 지난번에 라이너스 오빠가 분명 나에게 말했다. 또 보자고. 죽을 때까지 날 못 본 척하고 지낼 마음이라면 굳이 또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겠지?
작가 소개
저자 : 소피 킨셀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스물네 살 때 본명인 ‘매들린 위컴’이라는 이름으로 첫 소설을 발표했다. 2000년 9월에 ‘소피 킨셀라’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쇼퍼홀릭’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후 그의 작품들은 40여 개 나라에 소개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스타벅스에 간 소녀》는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로 큰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작가가 십 대 자녀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그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 작품의 주인공 ‘오드리’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목차
게임 절대 금지
선글라스를 쓴 소녀
위험천만한 생일 기념 데이트
망할 놈의 도마뱀 뇌
말하다 말기
노트북이 작살나던 날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스타벅스 프로젝트
조울증 망나니 사이코
우리 오빠 왜 저래?
누구나 비밀은 있다
결전의 순간
들쭉날쭉 인생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