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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
푸른숲주니어 | 청소년 |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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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마음이 자라는 나무 11권.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의 주인공 시점으로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파헤치는 청소년 소설이다.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카카오 농장을 탈출해 벌이는 열흘간의 모험 속에 인신매매·강제노동·굶주림·폭행으로 점철된 현대판 노예의 삶을 그린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우리의 풍요로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말이다.

작가는 어린이 청소년 강제 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묘파한다. “울창한 나무와 무성한 수풀이 녹색 바다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생긴 배달 기사(피스테르)들의 트럭 바퀴 자국을 “황갈색 흉터”로 일컫는 식(11쪽)의 공간 묘사뿐 아니라, 코코아 음료의 아름다운 향취가 구역질이 치미는 고통과 공포의 냄새로 바뀌는(234쪽) 심리 묘사까지도 집요하고 신랄하게 하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매체를 통해 초콜릿 산업의 실태를 들어 본 적은 있어도, 그 맨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두의 목소리를 담아 낸 이 소설은, 지금까지 각종 통계 자료 속에서 숫자로만 존재했던 수천 명의 닫힌 입을 대변한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다니며 제3세계의 현실을 직접 경험한 작가 자신의 유년기가 이 힘 있는 문장의 모체가 아닐까. “절제된 목소리로 현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집중 조명한 수작”이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절찬은 이를 잘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우리가 농장에서 피땀 흘려 키워 온 카카오가
잠들지 못하는 도시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고요?


달콤하고 씁쓸한 코코아의 비밀을 알아 버린 지금,
이것은 더 이상 잠 못 드는 밤을 달래는 감미로운 향기가 아니었다.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고통의 냄새,
아무리 일해도 매질을 피할 수 없는 공포의 냄새였다.

초콜릿에 관한 무서운 진실을 밝히는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 _ 커커스 리뷰
바삭바삭한 문장으로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을 파헤치다. _ 북리스트
대담한 모험, 스릴 넘치는 묘사! _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절제된 목소리로 현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집중 조명한 수작! _ 퍼블리셔스 위클리

우리에게는 달달한 한 조각의 사치,
그러나 이 소년에게 초콜릿은 끔찍한 공포를 의미할 뿐!


주머닛돈으로 즐기는 달달한 한 조각의 사치!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초콜릿 열풍이 불고 있다. 마트 진열장에는 수입산 초콜릿이 가득하고, 길거리에는 세계 3대 초콜릿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상점도 들어선다. 한편 언론에서는 2012년부터 전 세계 카카오 공급량이 초콜릿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러다 초콜릿이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특급 간식이 되는 건 아닐까?
“아니, 초콜릿을 부자들만 먹는 세상이라니? 그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어?!”
누군가는 이렇게 울상을 지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초콜릿은 충분히 불합리한 비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망각한 채…….
청소년 소설《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의 주인공 시점으로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파헤친다.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카카오 농장을 탈출해 벌이는 열흘간의 모험 속에 인신매매·강제노동·굶주림· 폭행으로 점철된 현대판 노예의 삶을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우리의 풍요로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말이다.
소설의 화자는 말리 출신인 10대 소년 아마두다. 아마두는 2년 전, 동생 세이두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다. 부자 나라인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무 나무에나 금덩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고 전해지기에, 자신도 그곳에 가서 떼돈을 벌어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카카오 농장에 사내아이들을 팔아넘기는 브로커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노예 신세가 되었다. 묽어 빠진 수프나 설익은 바나나로 해결하는 하루 두 끼 쥐꼬리만 한 식사. 위험천만한 야생의 숲에서 목숨을 걸고 카카오 열매를 따도 저녁이면 굶거나 몽둥이질을 당하기 일쑤다. 밤이면 농장 주인들이 일꾼들을 한 오두막에 몰아넣고 자물쇠를 밖에서 걸어 잠근다.
이것이 1년 365일 반복되는 잔인한 일상이지만 아마두는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동생 세이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사람 몫의 일을 하고, 두 사람분의 매를 맞아 가며 참고 버틴다. 병이 들어서건, 독사에 물려서건, 매를 맞아서건, 죽는 일도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도 죽음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 또 아무도 탈출에 성공한 적이 없기에, 죽지 않으려면 약삭빠른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는 중요한 것만 센다.
내리치고, 비틀고, 던지고, 확인. 다시 내리치고, 비틀고, 던지고, 확인. 이제 겨우 25개째 열매다. (중략) 수많은 나무를 지나쳐 걷고 또 걸었다. 옹기종기 매달린 카카오 열매가 마치 우리를 비웃는 듯했다. 아직은 우리가 원하는 색깔이 아니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카카오나무를 그냥 지나쳤는지 세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하지 않은 건 세지 않기 때문이다. 설익은 카카오 열매도 세지 않는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두들겨 맞은 횟수도 세지 않는다. 집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난 후 얼마나 많은 날이 흘렀는지도 세지 않는다. 7~9쪽

작가는 어린이 청소년 강제 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묘파한다. “울창한 나무와 무성한 수풀이 녹색 바다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가운데” 생긴 배달 기사(피스테르)들의 트럭 바퀴 자국을 “황갈색 흉터”로 일컫는 식(11쪽)의 공간 묘사뿐 아니라, 코코아 음료의 아름다운 향취가 구역질이 치미는 고통과 공포의 냄새로 바뀌는(234쪽) 심리 묘사까지도 집요하고 신랄하게 하고 있다.
지금껏 수많은 매체를 통해 초콜릿 산업의 실태를 들어 본 적은 있어도, 그 맨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두의 목소리를 담아 낸 이 소설은, 지금까지 각종 통계 자료 속에서 숫자로만 존재했던 수천 명의 닫힌 입을 대변한다. 어린 시절부터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다니며 제3세계의 현실을 직접 경험한 작가 자신의 유년기가 이 힘 있는 문장의 모체가 아닐까. “절제된 목소리로 현대 사회의 노예 제도를 집중 조명한 수작”이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절찬은 이를 잘 보여준다.

초콜릿 산업의 거대한 먹이 사슬을 뒤따라가 본 열흘간의 담대한 모험,
그리고 그 끝에 도사린 뼈아픈 진실!


어느 날, 남자뿐인 농장에 살쾡이 같은 여자아이(하디자)가 끌려온다. 야생 동물처럼 포악한 행동거지가 농장 주인들도 꺼림칙하게 여길 정도인데, 결국 첫날부터 탈출 소동을 벌인다. 이 사건에 휘말린 동생(세이두)을 감싸기 위해 나섰던 아마두는 틈날 때마다 도망을 쳤다 잡혀 오는 여자아이와 함께 벌도 받고 감시까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더 이상 세이두를 가까이에서 돌볼 수 없게 된다.
하루는 아마두 없이 혼자 일을 하러 나갔던 세이두가 피범벅이 되어 돌아온다. 작업 도중 팔에 칼을 맞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틀이 지나도록 열이 내리지 않자 농장 주인이 직접 나서서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그게 팔을 잘라낸다는 이야기일 줄이야…….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여기에서 산다는 것은 세이두를 천천히 죽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마두는 탈출을 결심한다.(108쪽)
카카오 씨앗 배달 트럭에 숨어 있던 아마두와 세이두, 하디자는 트럭 기사에게 발각되지만, 기사는 동남쪽 도시까지 타고 가라고 한다. 아마두는 그의 선의가 진심인지 믿기 힘들고, 고향 말리는 남쪽이 아닌 북쪽 방향이라는 점을 들어 기사에게서 도망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디자는, 자기는 코트디부아르 사람이며 집으로 돌아가려면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고백한다. 하디자가 농장 주인들처럼 코트디부아르인이라는 사실은 아마두를 혼란에 빠뜨리고, 하디자는 그때까지 숨겨 온 비밀을 모두 털어놓는다.
하디자는 코트디부아르 대도시 아비장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기자인 엄마는 뭔가 ‘중요한 일’을 취재하던 중 매일같이 협박 전화를 받았다. 모녀는 간단한 짐만 꾸려 쫓기듯이 이사를 했지만, 하디자는 결국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농장에 끌려왔고, 지금까지도 자신이 왜 납치되었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일단 함께 자신의 집까지 동행해 주면 아마두와 세이두를 책임지고 안전하게 말리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하디자! 동포인 줄 알았던 하디자가 증오스러운 코트디부아르인이라는 사실에 충격 받은 아마두! 과연 이들은 무사히 각자의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 속 소년 소녀의 탈출 과정이 카카오 농장을 벗어나 하역장을 거쳐 다국적 기업의 실체와 초콜릿 소비자의 존재를 알게 되기까지, 생산자부터 최종 수혜자까지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대단원에 이른 순간, 독자는 하디자와 함께, 바로 그 먹이 사슬 맨 끝자락에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이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 어마어마한 이윤을 내거나 중간 상인들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배를 불리면서, 정작 농부들에게 돌아갈 몫은 거의 없”는 초콜릿 산업의 실상!(235쪽) 가난한 농장에는 돈이 적게 드는 노동자가 필요하고, 이 와중에 어린아이들이 납치되는 잔혹한 만행이 반복된다. 작가는 이처럼 강력한 서사를 통해 누구 하나만의 악행으로 규정하기 힘들 만큼 복잡다단한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통찰한다. 일상의 작은 사치가 지구 반대편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손을 맞잡고 있음을 우리 마음 깊숙이 각인시킨다.

노예의 마음에서 인간의 마음으로……
동정 없는 이 세계에 다시, 희망을 걸어도 될까?


아마두와 하디자는 국적도, 계급도,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 다른 성장 환경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이다. 하디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탈출하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농장 생활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아마두와 수없이 갈등을 빚는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하디자의 탈출 시도는, 아마두의 얼어붙은 마음을 처음에는 도끼처럼 내리찍고, 결국에는 요동치게 한다.
타인의 선의를 부정한 채, 희망의 가치를 부정한 채, 오직 생각 없는 기계처럼 모든 감각과 감정을 애써 눌러 왔던 노예 소년 아마두. 그런 아마두가 길들지 않는 야생 동물 같은 정신의 소유자, 하디자를 만나며 서서히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희망에 눈을 뜬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도구가 아닌, 사랑이기 위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에 말이다. 그것은 노예의 마음에서 인간의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러는 속에 자칫, 눈물겨운 신파로 흘러가기도 쉬울 소재는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성장 문학으로 나아간다.
초콜릿은 오랜 세월 유년기의 행복을, 수험생의 당분을, 연인들의 사랑을 책임져 왔다. 어디 그뿐이랴. 장국영부터 박보검까지 초콜릿 CF는 언제나 희대의 꽃미남을 호출해 달콤함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증명해 왔다. 초콜릿이 달달한 기억 속의 단골 조연이라는 점은 너무나 고마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노예가 되라고 강요한 끝에 얻어진 풍요라는 진실을 아는 것은, 세계화 시대 최소한의 교양일 것이다.

*소원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는 법
사장부터 일꾼까지 남자뿐인 카카오 농장. 예정에 없이 갑작스레 여자아이가 들어와 농장 사람들 모두가 혼란에 휩싸인다. 가난한 시골 남자 아이들만 한데 모인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생김새와 차림새. 거기다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는 반항기가 왠지 심상치 않다. 여자아이는 언뜻 아마두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길을 보내는 듯하지만, 아마두는 이를 외면한다.

“쟤, 여자야?”
세이두가 숨죽여 소곤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이 농장에 여자애는 단 한 명도 없다. 둘째, 한 차에 한 명만 태워 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다 운송비가 비싼 탓이다. 딱 한 명만, 그것도 여자애를 데려오다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이지?
나는 홀린 듯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아이는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채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다. 비록 여자아이이긴 하지만, 덩치 큰 어른들이 낑낑대며 끌어낼 정도로 거세게 저항하는 모습이 흡사 야생 동물 같았다.
그 애는 끝내 아저씨 손에 질질 끌려 나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냉큼 일어나 나무 쪽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뒤따라간 아저씨가 손목을 와락 낚아채는 바람에 금방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아저씨는 무릎으로 여자애의 등을 꽉 눌렀다.
여자애는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매섭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아저씨가 아무리 귀싸대기를 올려붙여도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는 간신히 여자애를 일으켜 세운 다음, 농장 주인들 앞으로 떠다밀었다.
무사 사장은 무언가 경계하는 눈치였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아무리 봐도 저 여자애는 정상이 아니니까. 농장 주인 삼 형제는 팔짱을 끼고 뻣뻣하게 서서 옥신각신하며 토론을 벌였다.
(중략)
나는 엉겁결에 자리에서 일어서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는 찰나, 여자애의 눈빛이 내게로 날아와 꽂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갸름한 얼굴에서 반짝이는 커다랗고 짙은 눈동자가 내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애써 그 시선을 외면했다. 여자애는 곧 내게서 눈길을 거두었다.
(중략)
그들이 거래를 마무리하는 동안, 우리는 얌전히 기다렸다. 트럭 운전사 아저씨가 트럭을 몰고 떠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여자애가 트럭의 꽁무니에 대고 욕을 퍼부었다. 곧이어 여자애가 삼 형제에게 무지막지하게 매타작을 당했다.
드디어 무사 사장이 우리가 모여 앉아 있는 곳으로 여자애를 질질 끌고 왔다.
“좋아, 다들 충분히 쉬었을 거야.”
삼 형제는 각자의 조를 이끌고 작업장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덤불 속을 터덜터덜 걸으면서 여자애를 힐끔거렸다. 가까이에서 보니 살쾡이처럼 사나워 보이지는 않았다. 갸름한 얼굴에 높게 솟아오른 광대뼈가 꽤 예쁘장했다. 하나로 땋아 묶은 머리카락은 매질 때문인지 다소 흐트러져 있었다.
문득, 볼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걸 보면, 우리 같은 시골 출신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토실토실해지려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잘 먹은 게 틀림없을 테니까. 사실 그 여자애가 어디 출신인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지금 우리와 같이 여기에 있으니까.
나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털어내려 고개를 흔들면서 중요한 걸 세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안고 있는 걱정거리는 저 여자애가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할당량이었다.

*지독한 벌칙
아마두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여자아이가 세이두를 속여 탈출한다. 아마두는 세이두를 감싸기 위해 나섰다 여자아이와 한통속으로 몰리고 함께 벌을 받게 된다. 틈만 나면 도망칠 궁리를 하는 살쾡이 같은 여자아이, 하디자. 알고 보니 부잣집 딸에 학교까지 다녔단다. 하디자는 남의 속사정도 모르면서 뻔뻔하게 참견을 한다. “네가 정말로 동생을 위하는 길은 여기에서 하루빨리 데리고 나가는 거야.”라고.

사장은 곧 공구 창고로 들어가 하디자를 긴 쇠사슬에 묶어 끌고 나왔다. 그러고는 쇠사슬 반대쪽 끝을 간이 창고 옆 콘크리트 바닥에 있는 쇠고리에 채워 놓았다. 마지막으로 마체테 두 개를 가져다 우리 쪽으로 휙 던졌다.
여기에 칼 두 자루와 우리 둘만 남겨 둘 속셈이로구나. 그때 하디자가 내게 눈을 부라렸다. 이윽고 사장이 말했다.
“껍데기 까는 일이 많이 밀렸다. 알다시피 피스테르가 씨앗을 가지러 오기 전에 적어도 나흘은 건조를 해야 하니까 후딱 해치우도록 해.”
사장이 발길을 돌리자마자 나는 마체테를 향해 돌진하듯 손을 뻗었다. 뜻밖에도 살쾡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떨결에 칼 두 자루를 모두 잡아채는 바람에 골치가 아파졌다. 내가 칼을 둘 다 가지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나누어 가질 것인가? 나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노라는 핑계를 듣지 않으려면 온종일 살쾡이를 감시하고 있어야 할 판이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두 칼날을 비교해 보았다.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좀 더 무뎌 보이는 마체테를 하디자 앞에 툭 던졌다.
“그거 써.”
이미 사장은 세이두와 아이들을 이끌고 숲으로 총총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때 땅에 있던 칼이 들리며 쉬익, 끌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하디자가 왼손에 마체테를 단단히 움켜쥐고 서 있었다. 나는 싸울 태세를 갖추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한동안 서로를 그렇게 응시했다. 텅 빈 마당의 적막을 메우는 것은 벌레들이 윙윙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뭔데? 언제 덮칠까 고민하며 입맛 다시는 살쾡이처럼 온종일 그러고 서 있을래?”
“나한테 칼을 겨누고 있는 쪽은 너라고.”
하디자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얼굴이 퉁퉁 부어 한쪽 눈은 뜨지도 못했다.
“난 널 공격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그냥 껍데기를 까고 싶을 뿐이야.”
“아, 어련하시겠어? 넌 말을 아주 잘 듣는 애니까.”
빈정대는 소리에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무기를 들고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넌 왜 그렇게 못돼 먹었냐? 그렇게 일하기 싫은 애가 국경은 왜 넘어왔는데?”
하디자는 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난 꼭 도망칠 거야. 막을 생각 하지 마. 난 내 할 일을 하는 거니까.”
나는 다시금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냐? 너, 말 한번 잘했다. 네 할 일이 도망치는 거라면 내 할 일은 저 통을 꽉 채우는 건데,”
나는 채우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가슴 높이의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마체테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난 동생 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세이두 말이야! 네가 어제 속이고 짓밟아 버린 내 동생! 그러니까 네가 지금 나한테 덤빌지 말지 알아야겠어. 곁눈으로 널 감시해 가며 느려 터진 속도로 일할 순 없으니까.”
하디자는 아이들이 사라져 간 숲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금속처럼 단단하고 밋밋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네가 정말로 동생을 위하는 길은 여기에서 하루빨리 데리고 나가는 거야.”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게 그렇게 쉬울 것 같아? 여기서 도망치는 게?”
“적어도 나는 시도를 해 봤어!”
“나도 해 봤어! 넌 너 하나잖아. 난 두 사람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나는 손가락으로 이유를 꼽기 시작했다.
“세이두는 빨리 못 달려. 세이두는 높이 올라가지도 못해. 세이두는 거짓말도 못해. 세이두는 깜깜한 걸 무서워해. 뱀이랑 농장 주인도……. 그러니 십 미터도 못 가서 잡혀 버렸지.”
하디자는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게 차선책이야. 빚을 갚자. 다 갚으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다.”
“누가 그래?”
“……농장 주인들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왔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년 동안 여기 있으면서 빚을 다 갚고 나간 아이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농장 주인들이 말하는 빚이란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와 팔아넘긴 시카소(말리의 도시?옮긴이)의 중개인에게 지불한 돈을 뜻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얼마에 팔려 왔는지, 우리가 하루에 얼마를 버는지, 숙식비로 얼마씩 제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사장이 잘 관리하고 있다고만 철석같이 믿어야 했다.
“착각은 자유지. 내 일에만 상관하지 마.”
등을 돌린 하디자에게서 끼익끼익, 하고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려왔다. 칼날로 쇠사슬을 가는 모양이었다. 어디 잘해 보라지. 더 얻어터지고 굶주려 봐야 뭔가를 알게 되겠지. 나는 이미 그렇게 배웠기에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고통은 슬픔과 똑같다
하디자의 두 번째 탈출 기도로 아마두는 매를 흠씬 맞고 창고에 갇힌다. 번번이 이용당한 아마두는 하디자에게 증오심을 느끼지만, 농장 주인들이 도로 잡아온 하디자에게 가한 무지막지한 폭행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 사건 이후로 하디자의 눈에는 죽음이 드리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깼다. 거친 고함 소리와 발길질 소리 사이로 들리는 가녀린 울음소리……. 이어서 공구 창고의 자물쇠를 푸는 소리와 끼익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횃불이 문틈으로 몰려 들어오자, 나는 구석에 쌓여 있는 농약통 뒤로 후다닥 도망쳐 몸을 숨겼다.
횃불 때문에 그림자들이 내 뒤의 벽을 타고 껑충 뛰어올랐다. 문득 그들이 나를 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안에서 희망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들은 널 까맣게 잊고 있어. 하디자 덕분에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거야. 그러니까 조용히만 있으면 널 발견하지 못할걸?
그들의 그림자가 내 위에서 춤을 추었다. 나는 마음속 외딴 방을 찾아 어떻게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여기만 아니라면 그 어디든, 어떤 곳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공처럼 몸을 웅크린 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눈을 감고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이제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소리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듣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속 외딴 방은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었다.
공기를 갈가리 찢으며 울부짖던 하디자의 소리가 뚝 끊겼다. 드디어 모든 것이 멈추었다. 농장 주인들은 자신들이 이겼다고 확신한 듯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하디자와 나만 어둠 속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사시나무 떨듯 몸이 덜덜 떨려 왔다. 쟤가 걱정스러워? 하디자가 세이두를 속였다는 사실을, 하디자 때문에 흠씬 두들겨 맞은 사실을 되새기려 애썼다. 그러나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자, 상처받았을 때 혼자라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한지가 떠올랐다. 잠시 뒤, 나도 모르게 어둠 속을 헤치고 기어갔다.
무릎이 흙바닥을 쓸며 쉬익, 하는 소리를 내자 하디자의 흐느낌이 멈추었다.
“쉿! 괜찮아. 나야, 아마두. 너한테 해코지 안 해.”
“난……, 아…….”
하디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심코 하디자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 애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나는 얼른 손을 치우고 무릎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말없이 그 옆을 지켰다.
우리는 마치 밧줄 두 개가 돌돌 말려 있는 것처럼 그 상태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하디자가 살그머니 내게 몸을 기댔다. 나는 오른팔을 하디자에게 두르고서 내 어깨에 기대어 울도록 했다.
“미안해.”
나는 마치 잔뜩 겁먹은 아이를 달래듯 작게 원을 그리며 등을 쓸어 주었다.
“미안해.”
다른 말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성미 급한 태양이 밤하늘에 붉은 피를 흘릴 때까지 우리는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판자벽 틈새로 분홍빛 여명이 새어 들자, 마침내 최악의 시간은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은 슬픔과 똑같았다. 둘 다 낮에는 견디기가 더 쉬웠다.
“봐, 아침이 왔어.”
나는 하디자에게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작가 소개

저자 : 타라 설리번
인도에서 태어났으며, 국제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방글라데시와 에콰도르, 볼리비아, 도미니카 공화국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스페인 문학과 인지 과학을 공부했고, 인디애나 주립 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학과 행정학을 공부하며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다.첫 소설인 《골든 보이》는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YALSA), 커커스 리뷰,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 미국어린이도서협회(CBC) 주목할 만한 청소년 도서상(사회 부문)을 받았다. 초콜릿 산업의 씁쓸한 먹이 사슬과 어린이와 청소년의 노예 노동 실태를 고발한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목차

소원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는 법 007
지독한 벌칙 028
고통은 슬픔과 똑같다 062
불길한 생각 085
마지막 기회 105
작전 개시 135
무서운 기억 162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171
도착 211
고통의 냄새 226
숫자의 의미 257
작가의 말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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