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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없는 땅
뜨인돌출판사 | 청소년 | 20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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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생존을 위해 다른 가치가 무시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각자의 반응과 선택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환경 파괴에 따른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온난화로 인해 육지마저 잃은 세상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를 가진 인물들이 부딪치면서, 이야기는 생존 투쟁과 계급 제도, 권력 구조의 문제를 아우르며 예리하게 현실을 집어낸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사건의 가정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 얽힌 문제까지 파고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21세기 말, 극심한 온난화에 빙하가 녹자 바닷물이 대부분의 육지를 삼켜 버린 상황에서 시작한다. 한때는 산꼭대기였지만 지금은 섬이 된 마지막 육지 ‘윙’. 이곳마저 점점 파도에 잠겨 가자 섬사람들은 공포에 시달린다. 폐기된 사이버 세상에 접속해 노는 것이 취미인 소녀 마라는 그곳에서 이상한 여우를 만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건설된 공중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라는 섬사람들을 설득해 그 공중 도시를 향해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벽을 둘러친 공중 도시와 오염된 바다 위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난민들이었다. 그 비참함에 놀란 것도 잠시, 마라는 가족도 단짝 친구도 병든 바다에 빼앗기고 마는데…

  출판사 리뷰

1. 땅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에 매달리다

나무도, 동물도, 심지어 땅마저도 없는 세계에서 사람은 살아갈 수 있을까?
『태양이 없는 땅』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환경 파괴에 따른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온난화로 인해 육지마저 잃은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자, 섬이 된 고지대 몇 군데를 제외하고 지구상의 모든 뭍이 물에 잠긴다. 목숨을 건진 각지의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신들이 마지막 인류라고 믿으며 자급자족 생활을 확립한다.
한번 성난 자연은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마라가 사는 섬은 항상 폭풍우가 심해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농사도 목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공중 도시의 기둥 아래 숨어 사는 트리네스터 일족은 세상을 멸망시킨 옛 지식을 금기시하며 나무를 숭배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간신히 살아간다.
작가는 나무 한 그루, 흙 한 줌이 바로 생존에 직결되는 미래의 혹독한 환경을 묘사하며, 인물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자작나무 아래쪽에 난 가지를 꺾으려고 도끼를 들자 누군가가 마라의 손목을 아프게 붙잡는다. 마라가 몸을 돌린다. 고밸스다.
“뭐 하는 거야?”
고밸스가 놀란 눈으로 묻는다.
“나무가 필요해서. 불이 너무 약해서 춥잖아. 왜 그러는데?”
고밸스는 마라의 손에서 도끼를 빼앗고는 마치 마라가 클레이슬랩스를 불에 굽자는 말을 한 것처럼 끔찍한 눈으로 마라를 노려본다.
“우리는 나무를 죽이지 않아.”
고밸스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마라를 살펴본다.
“네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넌 돌의 얼굴이 될 수 없어. 나무를 죽이는 건 끔찍한 죄야.”
고밸스는 이윽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말한다.
“설마 나무를 죽여 본 것은 아니겠지?” --- pp.189-190

2. 극한 상황 속에서 엇갈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바로 하늘 높이 우뚝 서 있는 첨단 과학의 집결체, 공중 도시다. 그곳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전 인류의 0.00001%에 지나지 않는다. 절로 머리가 아득해지는 구원의 확률이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지어졌던 피난처는, 모든 이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 기득권층의 요새로 변했다. 공중 도시는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자 버려진 사람들을 모른 척한다. 심지어 갈 곳 없는 바깥사람들을 데려다 도시 건설의 노예로 삼기까지 한다.
마라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공중 도시를 비난하지만, 난민들을 구하려다 배가 위험해지자 서둘러 도망친 후 죄책감을 느낀다. 마라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공중 도시를 창조해 낸 칼레돈 역시 처음에는 사람들을 구하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뒤 난민들을 노예로 착취하거나 버리는 것을 묵과하고, 그에 반대하던 연인도 도시 밖으로 내쫓는다. 당장 사느냐 죽느냐가 걸린 상황에서 사람은 어디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 수많은 선택과 갈등이 교차하면서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말이야. 하지만 보트 캠프라니. 게다가 노예라고? 어린 노예?”
여우의 투명한 눈이 마라를 보고 애원한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놔두다니 믿을 수가 없어. 할아버지는 나쁜 분이 아니야.”
여우의 갈색 눈빛이 단호해진다.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신세계가 난민과 어린이들을 노예로 쓰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할아버지가 아니야.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할아버지가 알고 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왜 장벽을 지었다고 생각해? 난민들을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서야!”
마라가 외친다.
“신세계 확장 사업의 노동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해? 바로 노예들한테서 나오는 거야.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겠지. 너한테는 자상한 할아버지일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의도가 빗나가기 시작한 거야. 신세계는 잘못되기 시작했다고. 너희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야.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보트 캠프에서 죽었고 그 친구의 쌍둥이 오빠도 이미 죽었을지 몰라. 우리 가족은 여기 오기도 전에 물에 빠져 죽었어. 저 더러운 캠프에 닿기도 전에 말이야. 내 여섯 살짜리 동생도!”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여우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말없이 마라를 바라본다.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가 어떻게 했어야 해?”
여우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어떻게 세상 사람들을 다 구할 수 있었겠어? 신세계 사람들은 최대한 노력했을 거야!” --- pp.290-291

3. 태양이 없는 땅,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생존 외의 다른 가치들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세상은 너무나 차갑다. 마라도 그를 피해갈 수 없다. 친구는 죽고, 가족도 잃고, 이웃들로부터 비난받고, 또 다른 친구는 노예로 끌려가고, 연인과는 헤어지고, 자신도 죽을 위기에 처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세상에 분노할 뿐이었지만, 각각의 사회를 경험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큰 고민에 빠진다. 살아남는데도 급급한 세상에서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희생당하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되는 사회 구조는 극한 상황 속에서 더 확연히 드러난다. 공중 도시 시민들, 난민들과 노예들, 트리네스터들, 바다 꼬마들까지….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정말로 없는 걸까? 앞서 그 길을 찾아 헤맸던 사람들은 이미 좌절하거나 실패하여 사라졌건만, 마라는 끊임없이 자문하고 정보를 모으고 발로 뛴다. 과연 마라는 앞서 실패했던 사람들과 다른 제3의 선택지를 찾아낼 수 있을까?

‘로완과 다른 섬사람들은 어떡하지?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밖에 없어.’
마라는 항해 디스크를 재가동 시킨다. 배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라는 갑판으로 뛰어나간다.
갑작스런 배의 움직임에 바다로 나가떨어진 난민들의 비명이 공기를 가득 메운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로 파도에 거품이 인다. 마라는 말할 수 없이 괴롭다. 차마 지켜볼 수 없다. 그러나 마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 기다렸다면 배가 뒤집어졌거나 경찰에 잡혔을 것이다. 마라는 갑판에 풀썩 주저앉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후들거린다.
“마라, 저것 좀 봐!”
고밸스가 장벽을 가리키고 갑판에는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다른 배들의 흰색 선체가 장벽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마라의 떨리는 몸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러나 함께 환호성을 지를 수가 없다. 마라는 숫자를 세고 있다. 모든 배가 다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한 척도 못 나온 것보다야 낫지만, 마라는 죄책감과 충격에 휩싸인 채 팔에 얼굴을 묻는다. 난민들이 몰려와 배가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 되자, 마라는 자신과 배에 탄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자 하는 강력한 충동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죽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른 난민들을 돕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칼레돈이 한 짓과 다를 게 없다. 만약 상황이 더 심했다면, 마라는 아까와 같은 생존 욕구를 못 이겨 더 심한 짓도 마다않고 행하지 않았을까? --- pp.358-359

4. 환상적인 모험 속에 메시지를 절묘하게 녹여낸 문제작

『태양이 없는 땅』은 21세기 말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SF 모험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자연의 소중함과 권력 구조의 문제점을 내용에 절묘하게 녹여 냈다. ‘『황금나침반』의 필립 풀먼에 버금간다는 호평을 듣고 있는 저자답게 그녀가 쓴 청소년 소설들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으며, 그 중에서도 『태양이 없는 땅』은 휘트브레드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각종 추천 서적에 선정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작가 소개

저자 : 줄리 버타그나
줄리 버타그나는 스코틀랜드의 에어셔 주에서 태어나 글래스고 대학에서 문학을 배웠고, 편집자, 교사, 저널리스트를 거쳐 아동 · 청소년 문학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버타그나의 청소년 소설들은 하나같이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으며, 그 중에서도 『태양이 없는 땅』은 휘트브레드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각종 추천 서적에 선정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온난화 때문에 육지가 줄어든 세상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과 기득권층의 권력 문제를 고발한 『태양이 없는 땅』은 최근 영국에서 속편이 발간되었다.

역자 : 이다희
1999년 이화여대 철학과에 입학, 200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신화의 역사』,『사막의 꽃』 등 다양한 청소년 소설과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중견 문학가이자 번역가로 잘 알려진 아버지 이윤기 씨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역하기도 했다.

  목차

황폐한 지구

집어삼키는 바다
대혼란
위브
숲 속의 여우
폭풍의 눈 정중앙
사라진 세상
지구의 승리
공중 도시
기분나쁜 기운
고동 소리

네더월드
도시 안으로
장벽 안에서
고밸스
돌의 예언
종소리
마법사 모자 속에서
네크로티로 가득한 꿈
사람들의 땅
전멸
롱호프

누스페이스
여우 찾기
호기심
무아지경
옛날옛날에
여우굴
마음속의 이끌림
뉴멍고의 심술쟁이들
잠입
지구의 가장 위대한 기술자
바로 지금이다
지금은 여우의 시간이다
낭비할 수 없는 시간
돌조각
영광의 순간이 시작된다
돌의 에언은 이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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