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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
양철북 | 청소년 |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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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책따세 추천도서

할아버지가 사춘기 소녀에게 가르쳐 주는 기막힌 인생 처방전. 주인공 야나는 괴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야나는 남자친구와의 근사한 데이트를 상상하고 복권에라도 당첨되어 좋은 옷도 사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하고 꿈꾸는 사춘기 소녀이다. 하지만 현실은 구멍 난 양말, 밑창 떨어진 신발이 보여 주듯 이보다 더 가난할 순 없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괴팍하고 거짓말 9단에 두루 섭렵한 철학책을 밑천 삼아 궤변을 잔뜩 늘어놓는다. 겉으로 보면 철딱서니 없는 노인네로 보일지 모르나 알고 보면 누구보다 속이 깊고 따듯한 인물이다. 각자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가야 할 처지에 놓인 두 사람. 할아버지는 소녀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지만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환상의 짝꿍, 기막힌 가족

주인공 야나는 괴변을 일삼는 괴팍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야나는 신문 배달을 하고 할아버지는 폐지와 고철을 수집을 하며 가난하게 산다. 야나는 복권에라도 당첨되어 좋은 옷도 사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하고 바라고, 같은 반 남자아이와 근사한 데이트,
달콤한 첫키스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구멍 난 양말, 밑창 떨어진 신발이 보여 주듯 ‘이보다 더 가난할 순 없다.’ 누추한 옷차림에도 반 친구들이 쉽게 놀리지 못할 만큼 수학을 잘하고, 체스 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런 야나를 알아본 건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이르카라는 소년이다. 이르카는 잘 깎은 머리에 옷차림이 근사하지만 안짱다리에 오른 다리를 저는 것이 야나는 마음에 조금 걸린다. 야나는 이르카와 데이트를 즐기는 한편, 할아버지가 야나와 함께 살기 위해 세운 계획에 동참한다. 각자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가야 할 처지에 놓여 있지만 딸랑 둘뿐인 가족이 헤어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역시 현실성 떨어지는 할아버지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두 사람은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데…….
야나도, 야나가 아니면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유머를 받아 줄 사람이 없는 바넥 영감도 서로가 없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둘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2인조 은행털이범보다 손발이 잘 맞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진짜 가족의 모습을 온 몸으로 보여 준다.

누더기 같은 삶을 유쾌하게 뒤집는 샤일라 오흐표 캐릭터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지하 임대주택의 극빈한 생활은 가난하지만 구질구질하지 않고, 이야기는 오히려 유쾌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은 샤일라 오흐 특유의 유머와 생생한 캐릭터 때문이다. 삐삐롱스타킹을 연상케 하는 야나는 마음에서 목소리들을 불러내어 고민을 풀어간다. 이르카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또 자신이 경계를 나눈 세계의 집합 관계에서 생겨나는 끝없는 물음표에 답을 달아주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따금씩 괴테의 시처럼 문학적인 표현들을 혀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음미한다. 야나는 소리 없이 나누는 대화인데도 자신이 목소리들과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훤히 꿰뚫어 보는 할아버지가 얄밉고 싫다. 하지만 이따금 생각이 막히거나 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할아버지의 생각을 빌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녀는 할아버지처럼이 아니라 나답게 생각하는 모습으로 한 뼘쯤 성숙해 간다.
할아버지 캐릭터는 지금까지의 성장소설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폐지 더미에서 건진 철학 책들을 두루 섭렵한 할아버지는 퇴폐적인 부르주아 철학 사조에서 고대 철학까지 술술 설을 푼다. 사람들이 내다버리는 철학 책이 할아버지에게는 지식의 보물창고이자 자신의 철학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버팀목이다. 아쉽게도 거기엔 체계가 없고 늘 궤변을 늘어놓는 통에 말이 통하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겉으로 보면 철딱서니 없는 노인네로 보일지 모르나 알고 보면 누구보다 속이 깊고 따듯한 인물이다.
두 인물은 질서를 뒤엎는 전복적 상상력과 유쾌함을 무기로 세상에 맞서는 방법,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잔잔한 감동과 함께 물음을 던지게 된다. 세상을 읽고 살아가는 방식, 가족에 대해서.


나는 식단을 괴테의 시처럼 혀에 올려놓고 살살 녹여 보았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는 송아지고기 슈니첼, 남성들을 위해서는 돼지고기 슈니첼, 비엔나 슈니첼, 집시 슈니첼. 이런 음식들에서는 크고 넓은 세상의 냄새가 풍겼다. 그런데 양파 슈니첼에서는? 이것에서는 우리가 사는 지하의 살림집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 p.17 중에서

“그런 건 우리에게 전혀 필요가 없어! 일단 복권을 사면 우리에겐 필요도 없는데 덜컥 당첨이 될 거야.”
“하지만 난 당첨이 됐으면 좋겠어. 내 말 알겠어?”
“당첨되면, 넌 그 돈으로 뭘 할 거니? 5만 크로네를 가지고?”
“은행에 가져갈 거야. 저금통장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꺼려왔던 것이 바로 그 저금통장이라는 거야. 그놈의 것은 유치한 욕구와 천박한 욕망을 부추기거든. 넌 돈이 생기면, 기름진 음식을 사 먹겠지. 그러면 동맥경화 때문에 머리가 나빠질 거야. 새 신발을 사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흉하게 망가질 거고. 레이스달린 나일론 팬티를 사 입으면, 암에 걸리겠지. 그러다 어느 날 돈이 사라지면, 넌 아직도 네게 필요한 것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나면 넌 머리는 녹슬고, 다리를 절고, 병든 몸으로도 모자라 기만당했다는 기분을 안고 살아갈 거야. 돈이란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물건이야!”
“그래서 땡전 한 푼 없어 행복하겠네!” - p.27~28 중에서

“할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는 뭐예요? 할아버지는 왜 이 세상에 살고 있나요?”
“대안이 되어줄까 해서.”
할아버지가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화려하게 꾸며 입고, 인생에 만족하고, 배터지게 처먹고도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되어 주려고 살고 있어. 내가 두뇌가 되어, 그런 무리 대신 생각을 해 주는 거지.” - p.60 중에서

“나 먹을 건 어디 있어?”
“널 불렀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던데.”
내 몫까지 잔뜩 먹은 것 같은데도, 마지막으로 입에 넣은 음식을 꿀꺽 삼키며 할아버지가 차번하게 대답했다.
“사랑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사랑은 소고기국하고도 바꿀 수 없는 거야.” - p.120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샤일라 오흐
1940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체코에서 영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이다. 오흐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가족과 함께 체코 프라하로 돌아와 영화 전문대학에서 밀란 쿤데라한테 배웠다. 1994년에 발표한 <2인조 가족>은 이듬해 독일 청소년문학상 후보작에 올랐고, 2년 뒤 <돈 벌기는 너무 힘들어>라는 작품으로 마침내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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