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
어두운 시대의 빛이 된 독립운동가 이회영 이야기 역사를 보는 눈, 사회를 읽는 눈을 틔우는 봄나무 사람책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가 출간되었다.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말고도 존경할 만한 인물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등을 집필해 온 작가 김은식이 이번에는 우당 이회영의 삶을 재구성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작가는 그간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생생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해 왔다. 그런 노련함과 치밀함으로 빚어 낸 이회영 이야기가 우리 앞에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는 이회영이 만주 대련 항에서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순국했다는 내용의 전보를 받은 독립운동가들의 통곡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 명문가에서 태어나 모자를 것 없었던 이회영이 어떻게 백성의 고통과 마주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고민했고 행동했는지, 그의 일생을 촘촘하게 복원해 낸다.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는 그 파란만장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 온 이회영 이야기를 발굴해 내며,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이회영의 삶뿐 아니라 근대사 전반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 65세 된 노인이, 온몸을 던져 일제와 맞서겠다는 마지막 신념으로,
만주로 가는 배 밑바닥으로 발길을 옮길 때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1932년, 이회영은 침체된 독립운동을 다시 일으키고자 만주 대련으로 향하며 말했다. “젊은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사지에 뛰어들었는데, 나는 벌써 나이가 육십이 넘어 칠십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이렇게 앉아서 늙어 죽기만을 기다린다면 그 젊은 동지들에게 짐밖에 되지 않을 테니, 부끄럽고 면목 없는 일이다.”
이회영은 일생을 이런 생각으로 치열하게 살았다. 동지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백성을 향한 미안함으로, 시대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회영은 부끄러워했고, 가장 험하고 낮은 곳으로 향했다.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지위와 재산 그리고 목숨까지 전부를 바치고 간 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삶을 절절하고 감동적으로 그려 낸다. 또한 이회영과 관계 맺고 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업적을 다시 씀으로써,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독립운동가들을 기린다. 이회영과 독립운동가들의 애달프고도 용감했던 삶 이야기가 우리 가슴을 애절하게 하고, 아프게 하고, 감동하게 한다.
이회영과 독립운동가들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우리 근대사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1910년, 줄잡아 60명 넘는 일행이 서울을 떠나 압록강을 건넜다. 한시도 일본 치하에서 살고 싶지 않았던 이회영과 일가족이 지금 돈으로 6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정리한 후 서둘러 떠난 망명길이었다. 이회영은 이항복의 11세 후손으로, 명문대가에서 태어나 한평생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리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라와 백성의 비운 앞에서 자신이 가진 특권을 스스로, 기꺼이 내려놓고 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망명 후 이회영은 가지고 간 재산을 모두 독립운동에 바쳤다. 결국 입을 옷마저 전당포에 맡겨야 했을 정도로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고, 일본 밀정들의 감시와 위협 속에 살았다. 하지만 숱한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을 배반하고 돌아설 때조차 이회영은 굳건했다. 그는 암울한 시대와 백성을 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 목숨마저 내준들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회영은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거나 표면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우리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신민회, 헤이그 특사 파견 사건, 고종의 망명 계획과 3.1운동, 무장 독립 투쟁 등 의미 있는 사건 가운데 이회영의 숨결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양성해 낸 ‘신흥무관학교’나 아나키스트들의 요람 ‘남화한인청년연맹’ 등의 중심에도 늘 이회영이 있었다. 사상과 노선이 다른 독립운동가들도 대부분 이회영을 믿고 따랐고, 그래서 그는 북경을 찾는 누구에게나 얼마간 의지할 수 있는 그늘 넓은 정자나무 같은 사람으로 통했다.
이 책에서는 이회영의 일생뿐 아니라, 이회영과 평생을 함께했던 독립운동 동지들의 이야기와 업적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회영과 어릴 적부터 절친한 친구였으며 ‘율곡 이이 선생을 뛰어넘을 재목’이라는 평을 들었으나, 이회영과 함께 모의한 헤이그 특사 파견 사건 이후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끝내 러시아에서 순국한 이상설의 이야기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또한 가난한 숯 장수 집안에서 자라나 스크랜턴 선교사의 집에 일꾼으로 들어갔다가 기독교 목사가 된 전덕기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한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길에 방치된 시체를 거두며 진정한 사랑을 베풀 길을 고민했던 전덕기 목사의 일생 속에서 당시 백성의 어려운 생활과 기득권자였던 친일 양반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낮은 곳에 머물며 조국의 독립을 고민했던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는 이 밖에도 이완용 등의 을사오적, 상동교회에 모여 조국의 앞날을 논했던 지식인들 ‘상동파’, 상해에 수립된 임시정부와 임시정부에 반대해 북경에 모여 독립운동을 전개한 ‘북경파’, 그리고 백정기, 이규창, 엄형순 등의 아나키스트까지 이 책은 험난한 시대를 살다간 여러 인물 이야기를 담아낸다. 우리 근대사에 적힌 사건들을 독립운동가의 삶 하나하나로 구체적으로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한 나라의 독립을 넘어 온 인간의 해방을 꿈꾼 사람대대로 함께 살아온 노비를 해방시키고 노비에게도 존대했다는 이회영. 이회영이 품은 정치적인 이상은 모든 인간이 서로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대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자는 ‘아나키즘’이었다. 그는 신분 차별과 남녀 차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독립운동의 목적이 단순히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나라를 되찾는다면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세계의 열강들이 식민지 다툼을 벌이던 제국주의 시대에 이회영은 자유와 평화를 이상으로 생각하고 이를 위해 투쟁한 선구자였다.
독자들은 이회영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립운동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폭넓게 이해하고 근대사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술국치 이후 100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리 아이들은 이회영이 살았던 식민지 시절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회영이 추구한 평등과 평화는 오늘날에도 우리 시대를 밝히는 귀한 등불이며, 우리 아이들이 견지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이회영의 일생은 현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조국과 동지, 자기 자신을 배반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험난하고도 꿋꿋한 삶 속에서 단단한 의지와 깊은 사랑, 진정한 용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는 이회영이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희망의 가치와 의미를 전하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보이지 않는 나침반이 될 책이다.

처음 이회영이 독립운동을 시작한 것은, 그것이 나라에 충성하는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대대로 큰 벼슬을 하며 왕의 신임을 받은 집안 자손으로서의 도리라고 여긴 까닭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설, 전덕기와 뜻을 나누고 상동교회에 나가 백성의 삶을 고민하는 동안 그의 생각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지금껏 자신이 당연한 듯이 누려 온 것들, 부족함 없던 재물과 공부의 기회들이 수많은 백성의 피땀 덕에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자 재물이든 뭐든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백성에게 되돌리는 일이 결코 ‘베푸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 할 ‘의무’라는 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동지들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이회영의 말에 일리가 있기도 했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을 저렇게 천연덕스레 이야기하는 이회영의 담력에 놀랐기 때문이다. 이동녕이 신음하듯 한마디 내뱉었다.
“아무튼 우당 선생님은 정말 온몸이 쓸개 덩어리로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사람의 용기가 쓸개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흔히 겁 없고 담력 센 사람에게 ‘쓸개가 크다.’라고 했다. 지금 이회영이 하고 있는 말은 실로 엄청난 일었으므로, 이동녕은 ‘이회영은 온몸이 쓸개로 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