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왜 그렇게 슬퍼하니?”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사실은 슬퍼. 고양이가 사라졌거든.”
다정한 소년 브루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브루는 슬퍼요. 고양이가 사라졌거든요. 브루는 슬픔에 빠져 길을 걷다가 많은 이들을 만나요. 전 재산을 잃어버린 카우보이, 발에 자갈이 박힌 까마귀, 마을이 물에 휩쓸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 ……. 그런데 모두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할 뿐, 브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아요. 브루는 점점 움츠러듭니다. 다른 문제에 비하면 브루의 슬픔은 정말 사소한 것 같기 때문이죠.
브루도 압니다. 세상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는 걸요. 하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를 잃어버린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브루는 마음을 나눌 누군가를 찾기 위해 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브루는 어느새 북극에 다다르지요. 브루는 언제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만나게 될까요?
내 슬픔이 제일 커!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는 어른들에게 공감받지 못할 때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상실로 슬픔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공감과 배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루가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슬픔과 자신의 문제만을 중요시합니다. 재산을 잃은 카우보이, 부상당한 까마귀, 자연재해로 고향을 잃은 난민은 물론, 환경과 사회, 나아가 세계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조각상도 저마다의 상실과 아픔을 이야기할 뿐, 브루 개인의 슬픔은 어린아이의 사소한 일쯤으로 치부합니다. 브루가 어떤 고양이와 어떤 시간과 마음을 나누었는지, 지금 얼마나 슬프고 아픈지는 누구도 알려 하지 않죠.
‘그랬구나’라는 끄덕임마음을 나눌 상대를 찾지 못한 채 걷고 또 걷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브루는 이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할 용기조차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결국 북극에 다다르죠. 저자는 북극이라는 공간을 통해 공감의 부재로 대화가 단절되면서 감정마저 얼어붙은 현실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브루는 이곳에서 만난 소년을 보고도 어깨를 움츠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소년에게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브루의 입에서는 추위 때문인지 한숨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입김이 뿜어져 나오죠.
바로 그때, 개 한 마리가 다가옵니다. 개는 브루의 슬픔에 대해 물어요. 그리고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그랬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문제대로, 개개인이 마음을 나눈 시간과 상실의 아픔은 또 그것대로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걸, 개는 알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온 브루는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나갈, 다정한 소년 브루와 길들여지지 않은 고양이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요.
안 에르보의 슬프지만 다정하고 아름다운 글과 그림안 에르보는 크레용과 콜라주, 수채화 물감, 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단순화시켜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주인공 브루와 고양이, 강아지는 크레용으로만 표현해 아이다운 순수한 매력을 보여주고, 브루가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들은 대표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콜라주로 표현해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을 형상화합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헝클어진 머리에 반바지 차림의 주인공 브루의 슬픔에 공감하고, 브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를 하루 빨리 만나기를 응원하게 되지요. 저자는 또한 각 장면마다 백색의 공간감을 부여해 독자들로 하여금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해 주세요 한편으로 저자는 어른과 아이, 소외된 개인의 문제와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사회 문제들을 대비시키며 근본적이고 강렬한 질문을 던집니다.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상실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루를 비롯해 카우보이와 난민, 이누이트처럼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도는 이들도 많죠. 이들 모두에게 위로와 공감은 아픔을 딛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어 줍니다.
귀 기울이기, 공감하기, 배려하기는 4~7세 누리교육과정에서부터 등장하는 중요한 주제지만, 우리 모두는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이 가치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느라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닫고, 잘 모르는 분야의 일들은 무시해 버리기 일쑤지요. 상대가 어린아이와 같은 약자일 때 이런 경향은 더 심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누군가가 고민을 이야기한다면, 흘려듣거나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라며 핀잔을 주는 대신, 진지하게 집중해서 들어주세요. 개인의 문제, 소수의 문제라는 이유로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함께 슬퍼하고 함께 아파하며 공감할 때, “응, 그렇구나” 위로할 때, 우리 아이와 이웃, 나아가 세상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