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림책 작가가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
칼데콧 상 4회 수상작가 유리 슐레비츠가 들려주는 그림책 창작 비법!
그림책 작가와 지망생은 물론이고 애호가들이 꼭 알아야 할 그림책에 관한 모든 것!그림책 작가와 지망생들이 탐독한 그림책 교과서『그림으로 글쓰기Writing With Pictures』는 1983년 출간된 이래 30여 년이 넘는 동안 그림책 작가와 창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바이블로 자리매김한 고전이다.
유리 슐레비츠는『새벽』,『비 오는 날』등의 그림책으로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다. 1962년 작가로 데뷔한 후 1969년 아서 랜섬이 글을 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에 그림을 그려 1969년 칼데콧 상을 수상했다. 이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보물』(1979), 『스노우Snow』(1999), 『내가 만난 꿈의 지도』(2009)가 모두 칼데콧 영예상을 수상했다. 모두 네 차례나 칼데콧 상을 수상한 유리 슐레비츠는 윌리엄 스타이그나 모리스 센닥 등과 더불어 서구 그림책의 전성기를 구가한 그림책의 대가다.
이런 유리 슐레비츠가 쓴 그림책 교과서가 있다. 바로『그림으로 글쓰기』다. 처음 출간된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림책 작가를 꿈꾸거나 그림책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로서의 사례와 대학에서 그림책을 창작하려는 학생들을 지도한 교육자로서의 경험이 『그림으로 글쓰기』에 풍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그림책 작가나 평론가로 활동하는 이들 중에 유리 슐레비츠의 ‘Writing With Pictures’를 거친 마스터 제본으로 읽었던 이들이 적지 않다. 2천 년대 초반, 이 책의 일부를 초벌 번역한 마스터 인쇄본이 그림책 작가, 편집자, 미술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져왔다.
그동안 여러 문제로 국내 출간이 어려웠던 『그림으로 글쓰기』가 이번에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번역 출간되었다. 어린이책 전문 번역가이자 디자인과 디지털 미디어를 전공한 김난령의 정확한 번역 그리고 600여개에 달하는 도판을 원서의 느낌에 맞게 충실하게 살려 출간했다. 그림책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이렇다 할 교과서가 마땅치 않았던 작가와 지망생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노릇을 할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털어놓은 창작의 비밀그림책은 이야기가 있는 글과 그림의 조화를 특징으로 삼는다. 그림책을 창작할 때는 그림의 전개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하며, 그림을 그릴 때도 독자적인 장면 전개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창작하기란 쉽지 않다. 유리 슐레비츠, 모리스 센닥,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등 글.그림을 함께 작업하는 작가가 극히 소수에 불과한 이유기도 하다. 당연히 글과 그림을 아울러 그림책의 창작론과 구성 원리를 설명해줄 필자 역시 흔치 않다.『그림으로 글쓰기』의 탁월함은 그림책을 어떻게 기획하고 창작하는지를 글과 그림의 양쪽 지점에서 모두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안내서라는 점이다.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 론에서 핵심은 ‘그림으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그림책 작가 지망생들을 가르치며 유리 슐레비츠는 글을 못 써서, 그림을 못 그려서 창작을 할 수 없다며 절망하는 학생들을 숱하게 만났다. 사실 유리 슐레비츠도 같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폴란드 이민자 출신으로 영어가 서툴었던 유리 슐레비츠는 섬세한 묘사와 설명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림책의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창작을 거듭하며 그림책은 소설의 글쓰기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말하는 것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또 행위를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일러스트레이터답게 글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영화처럼 전개하는 시각적 접근법을 사용하는 방법도 터득한다. 이렇듯 『그림으로 글쓰기』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이미지로 그림책의 창작에 접근하는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점만으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그림책의 모든 것흔히 그림책의 글쓰기가 동화와 비슷할 거라고 섣불리 생각한다. 하지만 동화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글쓰기가 그림책의 글이다. 그림책은 오히려 영화, 연극, 시와 비슷하다. 그림책의 그림은 동화책의 삽화와도 다르다. 그림책은 글뿐 아니라 그림으로도 이야기를 전개한다. 따라서 그림책을 즐기려면 그림의 문법을 알아야 한다.
그림책은 글뿐 아니라 그림으로도 ‘쓰여’진다. (…) 그림책은 언어적 묘사가 아니라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그림책 읽기는 하나의 극적 경험이 되어 준다. 이 경험은 즉각적이고 생생하며 마음을 움직인다. 그림책은 다른 종류의 책들보다 연극과 영화, 특히 무성 영화에 더 가까운 독특한 형식의 예술 작품이다. (14쪽)
유리 슐레비츠는 『그림으로 글쓰기』에서 스토리텔링의 요소, 그림책의 특징, 그림의 전개방법을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낱장이 아닌 연속성을 지닌 그림책의 시퀀스 구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그의 통찰이 엿보인다.
그림 시퀀스는 글이 아닌 시각적 상징으로 쓰인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읽으려면 먼저 낱자부터 배워야 하지만, 그림 시퀀스는 낱자를 배우지 않고도 읽을 수 있다.(22쪽)
유리 슐레비츠는 그림책을 기획할 때 부감적 시야birds' eye view를 갖도록 스토리보드(한 장의 종이에 책의 모든 페이지를 축소해서 그리는 것)로 작업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책 속에는 그의『월요일 아침에』, 『새벽』등의 스토리보드가 담겨있으며, 이를 통해 시각적 규칙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꼼꼼하게 설명한다. 또한『보물』과『마법사』처럼 이야기책 원고로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도 설명한다.
스토리보드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은 큼직큼직한 요소들만 사용하여 전체적인 아이디어와 시각적 개념에 집중하는 것이다. (75쪽)
그림책은 여러 장의 그림이 묶인 책이라는 형식을 취한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책의 판형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책의 구조를 알고 물성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리 슐레비츠는 작가 지망생에게 책의 판형과 크기, 책의 권두, 페이지 정하기 등에 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은 정사각형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좁고 기다란 직사각형은 위로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 정사각형이나 가로로 긴 사각형은 바닥에 딱 버티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101쪽)
600여개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을 담아 그림책 작가와 지망생 그리고 그림책의 세계에 눈뜬 어른 독자들, 속속 생겨나는 그림책 서점과 카페 등 사회 전반에 그림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림책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권의 그림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부터 일러스트레이션까지 글과 그림을 넘나드는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리 슐레비츠는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방대한 그림 자료를 동원해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의 사례를 설명한다. 이 중에는 그가 그린 그림책의 장면들 뿐 아니라 작업 과정도 다수 포함된다. 스토리보드, 가더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그린 인물 스케치, 배경을 그리기 위해 참고한 사진 자료 등 마치 작업실을 공개하듯 창작의 전 과정을 그림 자료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들도 다수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드로잉 방법론, 인물의 운동감을 잡아내는 법,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노하우, 그림의 구도를 잡기 위한 기저 구조, 그림의 구도와 입체감에 관한 내용 등을 통해 일러스트레이션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같은 과정을 겪었던 선배로서 작가지망생들을 위해 출판사를 찾는 법, 포토폴리오를 준비하고 출판사와 접촉하는 조언까지 담았다.
이렇게 『그림으로 글쓰기』는 무려 600여개의 도판과 사진 자료를 통해 그림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기획을 시작하여, 글을 다듬고,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을 설명한다.『그림으로 글쓰기』는 그림책 작가 지망생에게는 창작의 노하우를, 그림책 애호가에게는 그림책의 즐거움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단 한권의 그림책 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