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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고 싶어
지상의책 | 청소년 |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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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외모 때문에 자괴감과 세상에 대한 원망에 빠진 열일곱 살 소녀 헬레나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 세상에 자기 자리만 없다고, 못난 외모 탓에 남자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소외당한다고 여기는 헬레나의 이야기는 십대 사춘기 아이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이런저런 고민들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독특한 친구들이 등장하고, 이미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할머니와 만나게 되면서 헬레나의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헬레나가 자기 힘으로 대답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고 망설이는 과정을 인내심 있게 따라가면서 이야기한다. 살아가면서 고민은 끝없이 계속되지만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다음 고개를 넘을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출판사 리뷰

“예뻐지고 싶어!”
사춘기 소녀들은 누구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지금 내 얼굴에 괜스레 불만이 생기고, 엄마 아빠가 사 주는 옷은 입기가 싫어진다. TV 속 걸그룹 멤버처럼 예뻐지고 싶다. 요즘 아이들에게 메이크업은 기본이고, 성형은 돈만 있으면 선택 가능한 일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때마침 딱 성형수술에 필요한 만큼의 돈이 생긴다면 어떨까?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가 유산을 물려주겠다면서 내 앞에 나타난다면?
《예뻐지고 싶어》의 주인공 헬레나에게 가장 큰 고민은 들창코와 엉덩이 턱이다. 엄마, 언니와 달리 자신만 못난이로 태어나게 만든 원흉은 아빠와 할머니의 유전자! 바람나서 집을 나간 아빠도, 행방불명된 할머니도 전부 다 밉기만 하다. 헬레나는 생각한다. 오직 성형수술밖에 답이 없다고! 하지만 도무지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한 찰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임종을 앞둔 할머니가 유산을 물려주시겠다며 연락해온 것이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인지, 열일곱 모태솔로 헬레나에게 유산 말고도 갑자기 남자 복(?)이 터진다. 헬레나는 괴짜 아모스와 ‘썸’ 아닌 썸을 타고, 짝사랑 슈테파노는 힘들 때 같이 있어 줬더니 스킨십을 한다. 댄스파티에서 만난 야스퍼라는 남자애까지 헬레나에게 추파를 던져온다. “다들 갑자기 왜 이래? 난 내가 싫다니까!”
헬레나는 결국 할머니가 물려주신 유산으로 성형수술을 하게 될까? 정말 예뻐지고, 인기인이 돼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17세 헬레나, 일생일대의 소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성형수술을 하겠어!”


헬레나가 성형수술을 원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계기는 사소했다. 짝사랑하던 남자아이가, 미술시간에 얼굴 스케치를 그려주던 반 친구가 무심코 헬레나에게 “특이하게 생겼다”라고 말한 것. 그때부터 헬레나는 스스로를 엄마와 언니, 친구들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세상에서 꽁꽁 숨겨야 하는 ‘상처투성이’로 여긴다. “네가 어떻게 생겼든 널 사랑해”라는 엄마의 애정 어린 위로도, “넌 충분히 예뻐”라는 친구들의 응원도 헬레나의 귀에는 도무지 들어오지 않는다.
독일 청소년 소설 작가 야나 프라이는 《예뻐지고 싶어》에서 외모 때문에 자괴감과 세상에 대한 원망에 빠진 열일곱 살 소녀 헬레나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세상에 자기 자리만 없다고, 못난 외모 탓에 남자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소외당한다고 여기는 헬레나의 이야기는 십대 사춘기 아이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이런저런 고민들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살짝 독특한(?) 친구들이 헬레나 주변에 등장하고, 이미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할머니와 만나게 되면서 헬레나의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이런저런 사건을 통해 헬레나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턱과 코를 갖고 있지만 그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면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서서히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소설은 헬레나가 좋아하는 비틀스의 노래처럼 경쾌하게 박자를 맞추며 1악장, 2악장을 따라 피날레를 향해 달려간다. 가족과 외모, 우정, 사랑, 자존감……. 헬레나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고민을 정말 성형수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

▷▷ 이 책의 특징

대체 얼마를 내야, 무슨 수술을 해야 ‘인기’를 살 수 있을까?


십대들이 성형수술을 원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 몸’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까? 얼굴을 고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성장 과정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헬레나에게도 성형수술은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부모님을 비롯해 학교 선생님, 의사 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은 도통 그런 마음을 몰라준다. 도리어 헬레나 마음을 알아주는 건 난생처음 만난, 이 코와 턱을 물려준 당사자인 할머니다. 할머니는 “나도 내 코와 친한 친구가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라고 말할 뿐, 다른 어른들처럼 너 자신을 사랑하라며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헬레나는 모든 책임을 할머니와 아빠에게 돌리곤 했다. 헬레나가 두 사람을 특히나 원망하는 까닭은 그들이 헬레나의 외모뿐만 아니라 가족을 해체시킨 데도 일부 책임이 있는 ‘트러블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어린 시절 아무 말 없이 집을 훌쩍 나가버린 할머니,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엄마와 이혼해버린 아빠……. 헬레나는 자신이 가족을 무너뜨린 당사자들과 닮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절망하는 듯 보인다. 이처럼 소설은 성형을 간절히 원하는 헬레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줄 뿐, 무조건 비판하거나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성형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헬레나를 보며 이 책의 독자인 청소년을 비롯해 교사와 학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성형수술로 정말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예뻐지고 싶다”는 헬레나의 간절한 바람은,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사랑받고 싶다”라는 속내를 담은 것이 아닐까.

가족이 해체되고 학교는 더 이상 완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예뻐지고 싶어》는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헬레나를 통해 그 길을 보여준다. 외모와 신체로 평가되기 쉬운 여성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나다움’, 즉 자존감을 획득하는 길을 함께 탐색한다. “네가 널 존중하면 다른 사람들도 널 존중할 거야. 아빤 널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보고 헬레나는 ‘이건 또 무슨 헛소리’냐며 푸념한다. 하지만 슬쩍 노트 맨 뒷장에다 따라 적는다. 어쩌면 헬레나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열일곱. 모두가 자신의 몸과 전쟁을 벌일 나이다. 자매 중 혼자만 아빠의 커다란 코와 턱우물을 물려받은 우리의 주인공 헬레나에게 그 전쟁은 특히 힘겹다. 야나 프라이의 《예뻐지고 싶어》는 억지로 교훈을 강요하거나 불필요한 가짜 희망을 주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주인공을 자신의 몸과 화해할 수 있는 길로 이끄는 데 성공한다. _듀나 SF 작가, 영화평론가

‘예쁘다’와 ‘못생겼다’를 뛰어넘는 열일곱 인생의 반전

헬레나는 자신은 못생겼고 언니는 예쁘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어도 절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헬레나 같은 재주꾼도 없다. 하프를 연주하고 뚝딱뚝딱 방 안의 소품을 만들어내며 영어 작문 실력도 뛰어나다. 붉은 노을이나 비 내리는 창문 밖을 보면서 제법 멋진 시구를 떠올릴 때도 많다. 주변의 아름다움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멋진 자연 풍경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하나하나 짚어낼 줄 아는 관찰력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감수성 넘치는 능력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헬레나는 정작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능력 많은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외모가 싫다는 이유 때문에 스스로의 장점을 모조리 부정한다. 친구들이, 가족들이 옆에서 이런 사실을 알려주려고 아무리 애써도 헬레나 귀에는 도통 들리지 않는다.

예쁜 것과 못생긴 것, 이 둘 사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헬레나는 상대의 첫인상을 보고 ‘예쁘다’ 혹은 ‘못났다’라고 판단하지만, 그 판단은 끝까지 고정되지 않는다. 소설 속 모든 등장인물에게는 저마다 반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기 많은 자디스는 독일로 전학 오기 전에 촌스러운 이름을 바꾸고 뭉툭코를 성형했다. 파티장에서 만난 못난이 야스퍼는 담배만 피워대는 날라린 줄 알았더니 의대에 입학한 수재인 데다 헬레나에게 따듯한 위로를 건넨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처럼 보였던 아모스에게는 가족에게도 말 못할 슬픈 속사정이 있었다. 심지어 할머니가 오래전 집을 나간 이유도 할아버지의 외도로 생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닫혀 있던 헬레나의 마음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상대의 이면을 발견하고 이해하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미추(美醜)의 기준은 금세 무의미해지고 만다. 헬레나 역시 주변 사람들의 우정과 온기, 이해심과 도움, 그리고 대화에 힘입어 차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반전 뒤에는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이 필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헬레나에게는 타인의 반전을 이해하는 과정이 할머니에게 받은 유산보다 더 가치 있는 인생의 출발점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작가 야나 프라이는 ‘공감’이라는 이름의 이 계기가 청소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로써 각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오류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에 필요한 관점을 넓혀가기를 소망한다.

“원래 제일 예쁜 나이에 제일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뜯어봐도 결점밖에 안 보이고. 그게 사춘기야.” 헬레나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 못난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는 헬레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다행히 아무도 헬레나에게 “이렇게 해야 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헬레나는 자기만의 방식대로 건강한 대답에 도달합니다. 여러분도 수없이 흔들리는 시간을 겪겠지만, 언젠가 헬레나처럼 나만의 대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헬레나는 이 길을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한번 들어 보지 않을래요? _문지현 미소의원 원장, 《십대답게 살아라》 저자

한때 좀 놀아본 작가가 들려주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사

이 소설의 작가 야나 프라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청소년을 절대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나 프라이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면서 유쾌하고 솔직한 십대 시절을 보냈다. 머리에 핑크, 보라, 초록, 온갖 색깔로 알록달록 물을 들이고,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다니며, 양쪽 색깔이 다른 짝짝이 신발을 신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헬레나처럼 코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불안하고 초조한 순간들을 보내기도 했다. 야나 프라이는 사춘기 시절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멋진 존재가 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는 십대들의 심리를 소설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낸다. 동시에 청소년들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실제로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청소년과 관련된 주제를 다뤄왔다. 외모부터 자존감, 학교 폭력, 왕따, 섭식 장애 등 다양한 문제를 생생하면서도 친밀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작가의 특기로 꼽을 만하다. 《예뻐지고 싶어》에서도 야나 프라이는 헬레나뿐만 아니라 다른 청소년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고민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연애 경험이 많은 자디스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를 고민한다. 휠라는 다른 종교를 가진 남자친구는 절대 사귀면 안 된다고 반대하는 아빠 때문에 마음대로 연애하기도 힘들다. 카를로타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고민할 여유가 없다. 헬레나의 ‘썸남’ 아모스는 남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을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병을 앓는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고민은 그 아이들 각각의 개성만큼이나 색다르고 다양하다. 작가는 이성 관계부터 성(性) 정체성, 종교, 경제적 상황, 가족과의 관계 등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결론을 규정짓거나 어른들의 방식을 따르라고 훈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고민은 성장에 가장 필요한 자양분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고민의 주체인 청소년이 스스로 자기만의 답에 도달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으로 알기 때문일까.
작가는 헬레나가 자기 힘으로 대답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고 망설이는 과정을 인내심 있게 따라가면서 이야기한다. 살아가면서 고민은 끝없이 계속되지만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다음 고개를 넘을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독자들은 헬레나가 정말로 성형수술을 선택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닥치더라도 쿨하게, 멋지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것이다.

외모 콤플렉스는 십대 청소년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이다. 남들이 ‘예쁘다’고 하는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바꾸는 게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헬레나가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럽다. 모든 선택에는 늘 용기가 따른다. 그리고 용기 있는 자는 단순한 ‘예쁨’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길 바란다! _전아리 소설가, 《어쩌다 이런 가족》, 《직녀의 일기장》




사실 딱 두 마디 말이었다. 나를 나로 볼 수 없게 만든 것은. 그 두 마디가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 나는 절대, 절대, 절대 그 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처음은 작년 미술 시간이었다. (…)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림 모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더구나 헨리한테는. 머릿속에 솜뭉치가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안절부절못했다. 왜, 왜, 왜 이런 한심한 짓을 시키는 것일까? 수학은 필요하다. 외국어도 필요하다. 괴테나 실러, 페터 한트케와 막스 프리쉬 같은 대작가들의 책도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햄릿》도. 하지만 잘 부스러지는 얇은 목탄 연필로 서로의 얼굴을 그리는 짓은 필요하지 않다.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다.
그 순간 헨리가 중얼거렸다.
“아, 코가 특이하게 생겨서 그리기 엄청 힘들잖아.”
그는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서 뺨에 검은 목탄 얼룩을 묻힌 채 엉클어진 머리로 스케치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아무 느낌도,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세 번째로 엄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식기 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는 중이었고 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온몸이 납덩이처럼 축 처져서.
“엄마, 엄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나…… 못생겼어?”
나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들으며 나직하게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연히 아니지.”
엄마가 대답했다.
기계적으로.
하긴 달리 뭐라고 대답하겠어? 딸한테 대놓고 이렇게 말할 순 없잖아?
그래. 맞아. 넌 못생겼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단다. 그래도 이 세상엔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더 많아. 굶주리는 아이들, 에이즈, 또 전세금을 올려 달라는 우리 집 주인…….
나는 온 세상이 미워서 내 방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았다.

  작가 소개

저자 : 야나 프라이
1969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뉴질랜드에서 문학과 역사, 예술을 공부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작품을 집필했으며, 특히 마약, 폭력, 섭식 장애 등 10대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뤘다. 《아래쪽으로 비상》으로 2004년 독일청소년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아침식사로 공기 한 모금》 등의 청소년 소설을 출간했다.

  목차

1악장 7쪽
2악장 105쪽
피날레 163쪽

작가의 말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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