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도 혁명하기로 했다.
내 멋대로 즐거운 혁명이다.낮은산 청소년문학 키큰나무 시리즈 15권. 내 멋대로 혁명을 시작하기로 한 열네 살 우연이의 씩씩한 성장을 담은 이야기다. 서화교 작가는 『유령 놀이』『굿 파이트』 등의 작품을 통해 어두운 현실에서도 세상을 똑바로 보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 가는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개성 있고 유쾌한 여성 캐릭터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연대와 그 속에서 마음이 훌쩍 큰 우연이의 이야기를 그려 냈다.
시시하고 비겁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혁명’의 순간을 만들어 가는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직 크고 있는 청소년뿐 아니라, 여전히 크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해 줄 것이다.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 걸까? 벤치 워머. 말 그대로 하면 의자를 따뜻하게 하는 사람, 즉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 후보 선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열네 살, 우울하고 별 볼 일 없는 겨울방학을 보내는 우연이는 벤치에 앉아서 박수나 치는 ‘벤치 워머’가 꼭 자기 신세 같다고 생각한다.
나한테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 성실하게 보살펴 주는 아빠나 엄마가 없다. 외할머니가 계시긴 했지만, 시장에서 반찬 장사를 하고 애인을 만나러 다니느라 늘 바빴다. 나를 사랑하는, 나의 보호자인 엄마는 청각장애인이다. 나는 엄마를 보살펴야 했다. - 23쪽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없었다. 청각장애인인 엄마 대신 엄마의 수화를 말로 옮기는 일은 모두 우연이의 몫이었고, 차별적인 대우와 동정 어린 시선을 받는 일은 예사였다. 게다가 할머니가 애인한테 사기를 당해 살던 집마저 날리게 됐다. 외사촌 언니네 얹혀사는 우연이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다른 여자와 재혼한 뒤 호주로 이민 간 아빠가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 우연이는 몇 달째 연락이 되지 않는 아빠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이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 우연이는 타임머신을 타고서라도 어른이 된 세계로 가고 싶다. 어른이 되면 멀리 있는 엄마가 시시때때로 보고 싶지 않고, 할머니가 죽을까 봐 겁도 안 나고, 일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아빠가 찾지 않아도 무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무겁게만 느껴지는 문제들이 가벼워질까? 우연이 주변의 어른들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어른이어도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며 때때로 좌절하고 우는 일이 많으니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힘들어하는 연주 언니, 구성 작가로 일하지만 월말이면 통장 보며 걱정하는 상지 언니, 이혼하고 혼자 딸을 낳아 키우는 엄마, 그리고 암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간 할머니까지, 어느 누구의 삶도 쉽고 편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며 서로를 보듬는 방법을 안다. 우연이는 이 어른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나도 나이만 먹고 모르겠는데, 우선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하고 살자. 복잡하게 재고 그러지 말고.” - 63쪽
“나중에 속상하고 힘든 일 있으면 이렇게 휘둘러 봐. 배트에 공이 맞아 날아가면, 설명을 못 할 정도로 좋아.” - 130쪽
“내 나이에 이 정도 질곡 없는 사람이 없어. 산다는 게 그 자체로 힘든 일이야. 힘들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 -185쪽
언니, 엄마, 할머니. 이들은 비록 ‘월급 꼬박꼬박 받는 성실한 보호자’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무엇보다 소중하고 든든한 울타리였다는 걸, 우연이는 이들의 따뜻한 연대가 자신을 키웠다는 걸 잊고 있었다.
내 멋대로 즐거운 혁명의 시작아빠를 찾아 제주도에 간 첫날, 아빠는 우연이를 보고 도망가 버린다. 우연이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지만, 다행히 게스트하우스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청각장애인 엄마와 살면서 겪었던 힘든 일들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친구 애나, 그리고 첫사랑의 설렘을 안겨 준 잘생긴 야구 선수 진우 오빠, 마음이 넉넉한 게스트하우스 주인 윤호 아줌마까지. 우연이는 이들을 통해 아빠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받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한계를 스스로 만들고 그 안에 갇혀 있거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그 영화 보면서 나도 혁명하기로 했어. 잘못된 인식을 바로 세우는 거야. 내가 타협한다면, 엄마와 아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는 거니까.” - 174쪽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을 거야.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는 것도 중요하거든.” - 190쪽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언제 올지 모를 행운이나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으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첫걸음은 지금 자기의 모습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우연이가 시작하는 내 멋대로 즐거운 혁명이다.

“나도 나이만 먹고 모르겠는데, 우선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하고 살자. 복잡하게 재고 그러지 말고.”
“나중에 속상하고 힘든 일 있으면 이렇게 휘둘러 봐. 배트에 공이 맞아 날아가면, 설명을 못 할 정도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