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반올림 시리즈 22권. SF 전문 작가와 청소년 소설 작가가 함께 그려 보이는 50년 뒤 미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암울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소설이며 유능한 마약수사요원이 등장하는 형사소설인 동시에 열다섯 살 고랑의 사랑과 자아 찾기를 이야기하는 모험 소설이다.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진 고랑이 가슴 벅차하는 모습이나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은 장르 불문 가장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르주가 보여주는 범죄와 음모의 세계는 어느 헐리우드 액션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출판사 리뷰
어느 가까운 미래, 내가 아는 사람이 사는 곳
아주 먼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데까지 펼쳐야 한다. 날아다니는 자동차, 바닷속 수중 도시, 손쉬운 시간여행, 안드로메다에서 온 거대벌레 등등. 이런 상상은 꽤 즐겁지만 대체로 무책임해 보이기도 한다. 몇백 년 뒤의 일을 알 게 뭐냐, 라는 심정이랄까. 내가 살아갈 세상도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이 살아 있을 것 같지도 않다면 아무래도 절박함이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그러니 SF를 읽는다는 건 과학적 상상력이 투영된 ‘이상한 나라’를 구경하는 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50년 후쯤의 미래라면 어떨까?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비슷한 듯 다르게 바뀌어 있을 사회란 어떤 모습일까? 운 좋으면 내가, 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살아 있다면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할까?
『이덴』이 그려 보이는 50년 뒤의 미래는 익숙한 듯 낯설다(SF 전문 작가와 청소년 소설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낸 이야기인 만큼 과학적 상상력이 현실적인 기반을 단단히 딛고 서 있다고나 할까). 공해 경보 시즌이 되면 도시 전체에 인공바람이 불어오고 전기자동차와 석유로 가는 자동차가 공존하며 모든 신생아에게는 의무적인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다가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세상. 요컨대, 공학이나 의학 기술이 인간의 삶을 훨씬 윤택하게 만들어준 세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제도 많다. 아메리카에서는 도시간 분쟁이 끊일 줄 모르고, 유럽 곳곳에 신종 마약이 판을 치며 범죄도 증가하고 있으며, 대도시의 일정 구역은 마약중독자로 우글거리는 우범지대로 격리되어 있다. 그리고 차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세상은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진다.
유럽 의회의 유력한 정치지도자의 딸 멜이 신종 마약으로 인한 코마에 빠지면서 마약수사본부의 베테랑 요원인 세르주 푸와레는 아들 고랑과 다녀오려는 휴가도 포기하고 파리로 되돌아온다. 세상을 더 좋아지게 할 수는 없어도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세르주. 그것이 아들 고랑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자부하는 세르주는 고랑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은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마약 수사에 온힘을 쏟는다. 한편, 우연히 보게 된 멜에게 한눈에 반한 고랑은 아무도 모르게 신종 마약 ‘이덴(E-den)’을 손에 넣게 되는데……. 이때부터 고랑을 구하기 위한 세르주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된다.
가상 세계와 실재 세계, 우리의 선택은?
‘이덴’은 새로운 개념의 전자 마약(e-drug)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나노봇을 신체에 주입해 뇌의 감각기관을 점령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덴을 투여한 사람들의 신체는 코마 상태에 빠져 있으나 정신은 ‘에덴’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에덴’으로 들어가 멜을 만난 고랑은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곧 현실 세계의 일을 떠올리면서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가상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멜과 함께 탈출을 시도하는데…… 출구가 없다! 게다가 고랑을 구하기 위해 ‘에덴’으로 뛰어든 세르주가 사악한 과학자 실비아의 함정에 빠지면서 문제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이때부터 세르주와 고랑, 멜, 고랑의 여섯 친구들까지 합세하여 ‘에덴’을 탈출하기 위한 분투가 시작된다.
오늘날에도 아이들은 갑갑한 현실을 잊고 싶을 때면 게임 속 가상현실로 도망치기 일쑤다. 끼니도 걸러 가며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는 현실이 그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게임 속 가상 현실이 그만큼 즐겁기 때문일까? 영화 『매트릭스』가 그러했듯이, 『이덴』 역시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한 실재 세계와 거짓 행복으로 가득한 가상 세계를 대비시켜 어느 곳에서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 묻는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힘들고 아프더라도 실재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것은 선과 악처럼 옳고 그름이 분명하기 때문이 아니다. 원래부터 답은 하나였다는 것, 가상 세계는 그저 가짜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덴』은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암울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소설이며 유능한 마약수사요원이 등장하는 형사소설인 동시에 열다섯 살 고랑의 사랑과 자아 찾기를 이야기하는 모험 소설이다. 또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진 고랑이 가슴 벅차하는 모습이나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은 장르 불문 가장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르주가 보여주는 범죄와 음모의 세계는 어느 헐리우드 액션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눈앞의 세상을 성찰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담겨 있으니, 겹직하고 진중한 청소년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프랑스에서는 여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는 꽤나 흥미진진한 설정이 숨어 있다. 공저자 중 한 사람인 미카엘 올리비에는 우리나라에서 『뚱보, 내 인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 작가인데, 한국 독자에게 들려주는 작가 서문에서 주인공들의 성씨를 눈여겨보라고 귀띔하고 있다. 세르주와 고랑의 성은 푸와레, 그리고 고랑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이 벵자멩과 클레르…… 바로 『뚱보, 내 인생』의 남녀 주인공이다! 벵자멩과 클레르가 나중에 어떻게 됐을지, 끈질기게 묻고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가 마련한 친절한 서비스인 셈. 사랑에 빠진 청소년 주인공들의 미래를 궁금해했더니, 그 주인공들을 통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고랑과 멜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할 차례다. 물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야기는 쭈욱 계속된다. 당연하게도, 미래란 언젠가 다가올 현재니까 말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미카엘 올리비에
196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와 음악 이론과 합창을 공부했고, 이후 영화 공부를 한 뒤 몇 년 동안 텔레비전 방송을 만들기도 했다. 스물다섯 살부터는 텔레비전 방송과 영화 시나리오,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에 글을 쓰는 데 전념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뚱보, 내 인생>, <엠마의 인생 수업> 등이 있다.
저자 : 레이몽 클라리나르
1961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유력 주간지 「꾸리에 앵테르나시오날」에서 번역 책임자로 일하는 동시에 사이언스 픽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동유럽 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코소보 전쟁에 대한 언론보도를 분석한 기사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원래 분야인 사이언스 픽션으로 돌아와 이 작품 『이덴』으로 청소년문학상인 NRP상을 수상했다. 미카엘 올리비에와는 『화성의 그림자』 이후 두 번째로 공동 작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