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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문학과지성사 | 청소년 |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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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작가 손홍규가 전혀 색다른 장편 성장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문지 푸른 문학’ 열번째 권으로 출간된 『이슬람 정육점』. 이 책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눌러살게 된 터키인이 상처투성이의 한 아이를 입양하면서 그 상처를 보듬어 안는 이야기를 손홍규 특유의 진중하고 유려한 문체 속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 마음속에 도사린 상처와 욕망, 폭력과 광기의 트라우마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서울의 이슬람 사원 주변, 허름한 골목에 모인 지질한 인생들과 부대끼며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한 소년의 가슴 따뜻한 성장기. 『이슬람 정육점』을 통해 우리는 한국 문학에서 성장소설이 다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학적 성과를 목도하게 되었대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출판사 리뷰

이슬람 사원 주변, 허름한 골목에 모인 지질한 인생들과 부대끼며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한 소년의 가슴 따뜻한 성장기

“그날 나는 이 세계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작가 손홍규가 전혀 색다른 장편 성장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문지 푸른 문학’ 열번째 권으로 출간된 『이슬람 정육점』. 이 책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한국에 눌러살게 된 터키인이 상처투성이의 한 아이를 입양하면서 그 상처를 보듬어 안는 이야기를 손홍규 특유의 진중하고 유려한 문체 속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 마음속에 도사린 상처와 욕망, 폭력과 광기의 트라우마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서울의 이슬람 사원 주변, 허름한 골목에 모인 지질한 인생들과 부대끼며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한 소년의 가슴 따뜻한 성장기. 『이슬람 정육점』을 통해 우리는 한국 문학에서 성장소설이 가 다다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학적 성과를 목도하게 되었대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이슬람 정육점』은 손홍규 작가가 쓴 첫 성장소설이다. 소설집 『봉섭이 가라사대』 이후 2년 만이고, 장편소설로는 『귀신의 시대』 이후 4년 만에 출간하는 책이다. “도시화된 폭력적 환경 속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적인 삶과 인간성 소멸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소설을 발표해왔다”는 그간의 평은 이번 소설에서도 여실하다. 더불어, 전쟁의 깊고 오랜 상처와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집약적으로 형상화한 독특한 공간을 창조해냄으로써 그 주제의식은 한껏 웅숭깊어졌다. 이슬람 사원 주변의
허름한 골목과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막다른 인생들을 겪어내는 한 소년의 성장기는 누군가의 상처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것임을 묵묵히 증언한다.
“이 작가는 사람을 말하고 있”(『사람의 신화』; 신형철)다든가, “돌발과 순수, 짠함과 능청이 장바닥처럼 풍성”(『귀신의 시대』; 한창훈)하다든가, “요령부득의 현실과 맞장 뜨길 주저하지 않는 인간 군상들에게 바치는 조문(弔文)”(『사람의 신화』; 김종광)과도 같다든가, “그의 소설엔 진중한 유머가 넘쳐나면서도 역사와 개인 속에 내재된 불합리한 세계가 유장하게 펼쳐져 있어 어느새 등을 세우고 읽게 된다”(『봉섭이 가라사대』; 신경숙) 등의 상찬은 『이슬람 정육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러 명의 캐릭터를 동원하면서도(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를 돌올하게 살려내면서도) 작품의 주제의식과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것은 손홍규 작가 특유의 재능일 터다.

하산 아저씨는 터키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나 휴전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남아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가슴에 깊숙한 흉터를 남긴 총상과 전투 중에 누군가의 살점을 무의식 중에 먹었다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때문. 독실한 무슬림임에도 돼지고기를 파는 모순된 생활을 하는 것도 모두 전쟁의 상처 때문이다. 그런 하산 아저씨의 눈에 깊고 큰 상처를 지닌 한 고아(‘나’)가 눈에 띄었고, 나는 그에게 입양되어 비로소 세상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법칙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온갖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스크랩해두었다가 그 사진들로 이어붙인 지도를 만들게 되는데, 그를 통해 국가, 종교, 인종 따위를 초월하는 혈연과도 같은 끈을 찾게 된 것. 때문에 작품 말미에 ‘나’가 하산 아저씨를 ‘아버지’라 부르고, “내 몸속으로 의붓아버지의 피가 흘러들어온 걸 느”끼며, “이 세계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일련의 성장통은 애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하산 아저씨뿐 아니다. 『이슬람 정육점』에는 내전 당시 사촌 일가를 적으로 오인 사살한 죄책감 때문에 귀국하지 못한 그리스인 ‘야모스 아저씨’를 비롯해, 전쟁의 상처로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후 자신과는 관련도 없는 역사를 주입시키고 있는 한국인 ‘대머리 아저씨,’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피해 도망쳐 나와 살고 있는 ‘안나 아주머니,’ 그리고 가난과 가정불화로 상처를 입은 친구 ‘유정’과 ‘맹랑한 녀석’ 등이 등장한다. 이들의 상처는 그 상처를 개인의 것으로 숨기고 드러내지 않을 때 상처가 곪거나 또 다른 누군가의 상처로 전이되고, 종국에는 서로서로 인과관계로 엮이거나 대물림되는 상처의 속성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올해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는 해이니만큼, 전쟁의 상처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놓은 『이슬람 정육점』이 주목에 값할 듯싶다. 실제로 손홍규 작가는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우리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에 그들도 이곳에서 아파했음을” 어느 순간 깨달았고, “하산과 야모스라는 이름은 전사자 명단에서 발견했다. 아니, 그 이름들이 나를 선택했다”(「작가의 말」)고 고백한다. 오랜 기간 한국전쟁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취재를 이어왔던 작가인 만큼 이 작품은 긴 응시와 성찰의 결과물인 셈. 남북 간의 대결 국면이거나 주변 4강에 한정했던 그간의 역사 인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유럽으로까지 상상력을 확장시킨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아무려나 전쟁의 상처는 당사국을 넘어 전 지구적인 상처로 전이되고 되물림되는 것이므로.

손홍규 작가는 첫 성장소설을 쓰고 난 소회를 통해 우리 삶에서 “통과의례란 없다”고 단언한다. “아무것도 그냥 우리를 통과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 역시 그 무엇도 무심하게 통과해서는 안 된다. 삶의 비밀이란 우리가 의례를 치르듯 통과한 뒤 찾아내게 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곳이 삶의 한복판이다”(「작가의 말」)라고. 통과의례처럼 특별한 국면들이 삶의 순간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지금’ ‘바로 여기’들이 “두 번 다시 겪지 못할” 삶 자체라는 것. 작가의 인생관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이슬람 정육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문장들로 빼곡하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이 꼭 먼저 읽어야 할 성장소설이라고 자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출발한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운명은 면식범이다.”
제기랄, 이런 화법은 「수사반장」 탓이었다. 운명은 우리 주위에 기거하면서 호시탐탐 우리를 수렁에 처넣으려고 기를 쓰는 녀석이다. 우리는 녀석을 안다고 믿기에 방심하게 되고 운명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최초이면서 최후인 발길질로 간단하게 우리를 끝장내버린다. “그러니까 얘야, 네가 겪어보지 못한 운명이란 없단다―이 불쌍한 녀석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네가 태어날 때 너만 태어난 게 아니라 너의 운명도 함께 태어났거든.” 그날 운명은 나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방심했던 탓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낯선 이가 찾아오면 숨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하산 아저씨를 보고도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까맣게 모른 채 너른 개활지에 홀로 핀 들꽃처럼 서 있었던 거다. (17~18쪽)

배가 고프지 않아도 라면을 끓여 먹었다. 홀로 라면을 끓여 먹으면 내가 사는 곳이 고아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석유곤로의 심지를 돋우고 유엔성냥으로 불을 붙이면 화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심지 손잡이를 좌우로 움직여주면 이내 불꽃이 자리를 잡아 푸르게 익었다. 나는 석유 사르는 냄새가 좋았다. 아득한 사막 혹은 바다 아래 어느 퇴적암에서 끌어올린 순결한 액체들이 타는 냄새는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의 심정과 흡사한 기분이 들게 했다. 야모스 아저씨는 전쟁터의 병사들은 누구나 자신이 천국에 갈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가 지금 견디는 이 세상이 지옥이기 때문이라고. 수긍할 수 없었다. 살아서 지옥인 사람이 죽어서라고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지옥에서 살았던 사람이 지옥 이외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지옥일 뿐이겠지. (26~27쪽)

“반품이 안 되는 건 아시죠? 설령 저 녀석이 사고를 치거나 감당하기 힘든 불량배로 자란다 해도 저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원장은 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나를 껴안았다. 원장의 머리에서 역겨운 냄새가 났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산 아저씨가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어르신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내가 언젠가 찾아가서 혼을 내줄 거니까.”
원장은 껄껄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배워두기로 했다. 언젠가 돌려줄 기회가 있을 테니까. 하산 아저씨가 원장은 무시한 채 내게 말했다.
“아이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 있는 자들 가운데 백 년 뒤에도 이곳에서 숨 쉴 자는 단 한 명도 없단다. 우리 모두 이 아름다운 하늘과 땅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 말이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거나 나를 감동시켰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 말이 아니었다면 순순히 하산 아저씨를 따라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96쪽)

  작가 소개

저자 : 손홍규
197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서울』 등이 있다.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이슬람 정육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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