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3권.『조선왕조실록』『추안급국안』을 비롯한 조선시대 기록들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 오항녕이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기록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서, 후대 사람들에게 경계를 남기고자 기록한다는 최초의 역사 개념이 동아시아에서 ‘변하는 것’ 모두를 남겨 후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자 했던 품격 있는 역사의식이 된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역사시대와 선사시대 역시 희뿌연 경계일 뿐이라며 동아시아와 서양의 ‘역사 관념’이 어떻게 생기고 분화되었는지, 그 시대의 기록들은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는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간 중간 질문을 던지고 때로 명쾌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답을 하고 또 생각을 유도하는 글은 쉽고도 유쾌하게 읽힌다. 각 장 끝에는 ‘기록의 오류와 역사’ ‘역사와 국사’ ‘선조의 한글 교서와 언어의 변화’ ‘흥미로운 정보 공개 사례’ 등 본문과 확장해서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었다.
출판사 리뷰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과 지금의 내가 평등하게 만나는 곳입니다.”
- 오항녕 선생님이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역사란 무엇인가?’
『기록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학자가 청소년들과 역사를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쓴 최초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조선시대 사관제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조선왕조실록』『추안급국안』을 비롯한 조선시대 기록들을 연구해 온 오항녕 선생이 오랜 기간의 역사 자료 연구와 고전과 인류학 등 학문을 넘나들며 해 온 사유를 호쾌한 문장과 풍부한 사례들, 친절한 설명으로 펼쳐낸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기록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서, 후대 사람들에게 경계를 남기고자 기록한다는 최초의 역사 개념이 동아시아에서 ‘변하는 것’ 모두를 남겨 후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자 했던 품격 있는 역사의식이 된 과정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사고전서』『조선왕조실록』등 전통시대의 위대한 기록들은 그러한 의식의 산물이며, 과거가 현재보다 뒤떨어져 있고 동양이 서양보다 후진적이라는 관념을 넘어설 수 있는 단서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서구 중심과 국사 중심의 역사 연구를 뛰어넘어,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내가 평등하게 만나는 곳으로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자고 한다. 저자가 펼치는 이야기와 사유를 따라가 보면 역사가 왜 흥미로운지 느껴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길, 삶의 리듬이 바로 역사라는 말이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십대들과 함께 우리의 말을 새롭게 새겨 보며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고자 하는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첫 권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글)』, 『탐구한다는 것(남창훈 글)』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초등학교 칠판에 적혀 있던 ‘떠든 아이’를 기억하시나요?
국사(역사)를 배우는 첫 단원은 늘 ‘역사의 개념과 역사 학습의 목적이다. 역사의 개념은 ‘과거에 있었던 사실’ 혹은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한 기록’이라는 두 의미가 있다, 역사 학습의 목적은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이해한다, 삶의 지혜를 배운다, 역사적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운다 라는 정도를 확인하는 정도로 넘어가게 마련이다. 만화부터 교양서까지 수많은 역사책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주어지지만, 여전히 역사는 아이들에게 골치 아픈 ‘암기과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가만 생각해 보면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가 아닐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사유가 없이는 역사가 나의 삶과 긴밀히 연결된 것이며 그것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기록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학자가 청소년들을 위해 쓴 첫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익숙한 ‘떠든 아이’의 기억으로부터 이야기를 건넨다. 교실 칠판 한구석에 쓰인 ‘떠든 아이’ 밑에 이름이 적히면서 왠지 위축되고 선생님 오시기 전에 얼른 지워 주기만을 바라던 그 기억. 누구나 갖고 있는 기억이지만, 놀랍게도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은 물론 이란 영화에도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이것의 기원은 어디일까? 저자는 그것이 어렴풋이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어떤 역사적 유전자가 아닐까 문제제기한다. 그리고 그 기원을 찾아서 우선, 기록과 기억에 대한 정의와 상식에 대해 살펴보고, 선사시대의 기록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자 기록만이 기록일까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경계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기억과 기록의 정의와 상식에 대해 우선 문제제기한다. 인간은 기억을 연장하기 위해 기록한다. 일기, 메모, 사진, 동영상 촬영 등 매체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기록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 남자의 얼굴에 수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염이 있다고 답했으나, 실제 그 남자는 복면을 하고 있었다는 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가 말하듯이, 질문이 기억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개인에게 그러하듯이, 한 사회와 시대의 기록 역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기록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역사가가 기록, 사료를 보며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진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가 발전해서 기억이 완전해지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인가? 저자는 그에 대해 회의적이다. 사진과 동영상 역시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없으면 별 의미 없이 남아 얼마 후 삭제될 뿐이다. 흔히 경험하듯이. 휴대전화에 번호를 저장한 뒤로 기억하는 전화번호가 몇 개 없어진 것은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기억과 기록의 안정성을 취약하게 한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또 멀티미디어는 어떤 경험과 그것을 기억하고 나누고자 하는 본질에 있어서는 이전 시대의 기록과 다르지 않다. 이 논의를 읽으면 우리가 이전 시대의 기록을 왜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하는지 이해된다.
한편 문자 기록만 기록일까? 문자 기록이 없던 시대의 벽화나 암각화, 말로 전해지는 기록 등도 그것을 통해 그 시대의 삶과 소망을 담았고, 또 수천 년이 흘러도 그것을 우리가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이라고 보아야 한다. 매체가 다르고 상황이 다를 뿐, 우리 시대가 그 시대보다 더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역사시대와 선사시대 역시 희뿌연 경계일 뿐이라며 동아시아와 서양의 ‘역사 관념’이 어떻게 생기고 분화되었는지, 그 시대의 기록들은 어떠한 것인지 살펴보는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간 중간 질문을 던지고 때로 명쾌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답을 하고 또 생각을 유도하는 글은 쉽고도 유쾌하며 막힘 없이 유려하다.
치열하고 품격 있는 조선과 동아시아 전통 시대의 기록 정신을 찾아서
‘적는다’를 요즘은 ‘두드린다’라고 한다면 갑골문 시대에는 ‘판다’라고 했을 것이다. 당시 ‘사관’라는 사람은 갑골문을 가지고 ‘점을 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 춘추전국시대부터는 이들이 역사를 기록하는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역사’라는 관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춘추』를 편찬한 공자의 의도는 ‘난신 적자들을 벌벌 떨’게 하기 위해서라고 맹자는 말한다. 즉 기록을 남겨 후대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면 당대의 처신을 바로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생각, 역사 관념이 싹튼 것이다. 이는 서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독교가 서양 사회를 지배한 뒤 초월자-신이 최종 심판을 하게 되면서 동아시아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동아시아는 ‘새 도끼자루를 만들 때는 낡은 도끼자루를 본보기로 삼’듯이 역사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변하는 것’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잘 전달하려는 전통이 자리 잡게 되었다. 『사고전서』『조선왕조실록』 등이 모두 그러한 전통의 결과이다.
이 기록들이 위대한 것은 『사고전서』 원본 복사본이 교실을 채울 만큼이며,『조선왕조실록』번역본 분량이 63빌딩 세 배, 조선후기의『추안급국안』번역본이 저자의 키만큼이라는 분량의 방대함뿐만이 아니다. 실록에 남아 있는 기사들을 보자.
태종이 말에 떨어져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고 한 말을 기록한 기사, 이현로가 장죄란 글자를 고쳐주기를 청하여 고쳤다는 기사 들을 보면 당시의 힘에 좌우되지 않는 치열한 기록 정신을 알 수 있다. 또한 수정실록을 만들고서도 이전 실록을 남겨 후대 사람들이 평가하게 하였던 정신, 후대 사람들 또한 동등한 자격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위대하고 품격 있는 정신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집권 당시의 기록을 모두 사유화해 버린 현대 우리나라의 여러 집권자들의 사례들은 너무나 대조된다. 또 은연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기록만을 남기려는 우리들에게도 경종을 던진다.
‘대칭성 역사학’이란 무엇일까요? 과거와 미래, 현재가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오항녕 선생은 신화시대와 역사시대의 경계는 문자의 유무, 혹은 문명이 그 기준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에 생긴 위계에서 찾아진다고 본다. 그리고 이 위계를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 ‘대칭성 역사학’을 주장한다.
사서삼경은 물론 『춘추』『전국책』등 고전이 쏟아지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노자는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게 하라. ……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끈으로 묶은 글자를 사용하게 하고 …… 거친 옷을 아름답게 여기게 하라.’ 는 글을 남겼다. 그 이유는 복잡한 글자의 사용이 지혜나 발전의 증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타무스 왕 또한 ‘적어 두면 된다는 믿음 때문에 바깥에서 오는 낯선 흔적들에 의존할 뿐 안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힘을 빌려 상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자를 경계한 바 있었다. 이러한 문명에 대한 고민은 동아시아 사유의 주요한 축을 이루어 왔다.
신화시대는 인간과 동물과 식물 등 우주가 평등하다고 사유했던 시대였다. 사람이 곰이 될 수 있고 곰도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신이 인간처럼 나약하고 비겁하기도 했던 그러한 대칭적인 사유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애초에 우주에서 인간이 그 어떤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역사시대가 되면서 인간이 동물과 자연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 더 나아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대칭성이 깨어져 버렸다는 ‘대칭성 인류학’이라는 인류학의 연구 성과를, 저자는 역사학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우리가 과거의 어떤 사람과 사건을 볼 때 살아서의 힘이나 영향력이 우리에게 직접 미치지 못한다. 즉 당 태종의 고구려 침략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누구나 평가하지만, 당대에 그 주장을 했던 위징은 쫓겨났던 것을 상기해 보자. 실록이 잘못 되었다 하여 수정실록을 만들었지만 두 가지를 나란히 남겨 후대가 평가할 수 있도록 남긴 의식이 바로 ‘대칭성 역사학’이다. 이렇게 대등하게 만날 때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를 거울로 삼아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차별이 없는 그러한 세계를 그려 보는 것, 그러한 담대한 사고 속에서 우리는 과거가 지금보다 못 살았고, 서구가 동양보다 선진적이고 현대 기술문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직선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러한 사유는 현재로는 어떻게 이어질까? 그 하나로 저자는 ‘정보공개제도’를 소개하고 방법을 자세히 소개해 준다. 정보가 더욱 집중되는 현대 우리 사회에서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정부의 정보 독점을 막고 서로를 존중하고 더 편안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또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기록을 남길 것인지 기준을 알려주고, 그 기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삶을 깊이 있게 만들고 잘한 일을 흐뭇하게 떠올리게 하여 미래를 희망차게 열어 가자고 이야기를 맺는다.
조선사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오항녕 선생님이 청소년에게 주는 첫 메시지
저자 오항녕 선생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자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사관 제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태동고전연구소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을 공부했으며, 『조선왕조실록』『추안급국안』 등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기록 자료들을 오랫동안 번역하고 연구해 왔다. 또한 국가기록원에서 국가의 행정 기록을 보존하는 체계를 세우는 일을 맡았던 기록학의 이론과 실무 분야를 두루 꿰고 있는 흔치 않은 전문가이다. 또한 역사교육에 관심을 갖고 [역사교육] 학회지에 꾸준히 논문을 발표해 오기도 했다.
오항녕 선생은 올해 초 조선사 연구의 쟁점들을 새롭게 정리하고 문제제기한 『조선의 힘』을 출간하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조선이 500년 동안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상과 시스템의 힘이었다는 것, 식민사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식민사관이 폄하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자라는 식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떤 사건에 대한 해석에 따라 ‘노론’과 ‘소론’으로 양분하는 학계의 편협함 등을 지적하였다.
저자가 동아시아 고전과 사상사, 조선시대 제도사에 대한 탄탄한 연구에 기반하여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쓴 최초의 책이『기록한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오늘날이 더 발전했다고 보는 진보주의적 사관, 근대 서구적 사관으로는 동아시아와 한국사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 지금의 내가 평등하게 만나는 곳으로 역사를 보자는 역사관은 역사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청소년들에게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 ‘왜 내 삶이 곧 역사가 되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첫 출발이 될 것이다.
상상력을 북돋아 주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역사 개념을 확장시켜 주는 작은 사전
『기록한다는 것』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독특하다. 본문의 글에서 담고 있는 의미를 해석해서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결합한 독특한 기법으로, 기억과 망각 사이에 있는 인간, 늘 사료 사이에서 고민하는 역사학자, 우리의 삶의 길이 역사로 이어져 남을 것이라는 것,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가 성장한다는 등의 주제 의식을 담아, 상상력을 한껏 불러일으켜 줄 것이다.
각 장 끝에는 ‘기록의 오류와 역사’ ‘역사와 국사’ ‘선조의 한글 교서와 언어의 변화’ ‘흥미로운 정보 공개 사례’ 등 본문과 확장해서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었다. 일기, 구술 기록과 역사 기록, 대칭성 역사학, 다른 나라로 간 기록 등 본문에 나오는 개념 혹은 소재와 관련한 설명과 생각해 볼 문제들을 맨 마지막에 실었다. 이러한 부가 요소들은 아이들과 역사 선생님이 함께 공부할 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소개]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는 십대 청소년들과 삶을 구성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데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생각한다는 것, 탐구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느낀다는 것, 읽는다는 것, 믿는다는 것 등의 말에 담긴 의미를, 먼저 공부하고 배운 대로 살고 있는 저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십대들과 나누자고 했다. 학문 분야로 말하면 과학, 예술비평, 역사, 인권, 한의학, 고전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 이야기이자 과학자, 역사가, 시민운동가, 의사, 평론가 등으로 살아온 흥미진진한 삶의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펼쳐지며 아이들과 나누는 명실상부한 열린 교실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책 『생각한다는 것』은 ‘2009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출간되자마자 인터넷 서점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2010 여름방학 추천도서에 선정되어 청소년을 위한 좋은 철학 입문서로 인정받은 바 있다. 뒤이어 출간된 『탐구한다는 것』 역시 호응을 받으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0 제7차 청소년에게 좋은 책’에 선정되었다.
요즘은 비디오와 오디오를 통해서 영상과 음성을 모두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자기테이프나 디지털 파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장비나 기술이 없었던 시절의 기억 전승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문자로 남은 기록만을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역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체가 없다고요? 아니지요. 매체가 있습니다. 우리들의 입과 뇌가 바로 매체입니다.
어떤 일을 회상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골라내는 과정이지요. 개인적, 사회적 자아의 상당 부분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새로운 기억을 만듦으로써 학습되게 마련입니다. 역사적 사실들은 사료를 기초로 정리된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면 역사적 사실들도 수정되지 않을 수 없지요. 하지만 그뿐 만이 아닙니다. ‘사료’에 적힌 내용 자체도 당시의 사회, 문화적 상황들 속에서 선택되어 그렇게 적힌 것이라는 것입니다.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말, 즉 역사를 남기는 목적에 대한 맹자의 주장입니다. 왜 맹자는 역사를 통해 두려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 고대 중국인들은 좀 달랐습니다. 그들은 죽음 이후가 따로 있다거나 그것을 평가할 신이 있다고 믿지 않았지요. 대신 인간의 삶이 자식과 손자로 이어진다, 즉 내가 죽어도 내 핏줄이 이어진다, 내 친구도 남아 있다, 내가 한 일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삶은 이렇게 이어진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맹자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에 대한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지요.
작가 소개
저자 : 오항녕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첫째, 자료조사ㆍ정리 및 번역, 둘째, 연구가 덜 된 관심분야에 대한 탐구, 셋째, 기존 연구에 대한 재해석, 이 세 가지가 역사학도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로 조선 문명을 대상으로 탐구하고 있으며, 역사학이란 무엇에 쓰는가, 지금-여기를 위한 역사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했고,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한국사상사연구소, 국가기록원에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인권연대 운영위원, 동아시아기록위원회 이사이다. 저서에는, 역사학 개론서로 『기록한다는 것』『호모 히스토리쿠스』가 있고, 조선시대 연구서로 『조선의 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유성룡인가 정철인가』 『조선 역사학의 저력』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이 있으며, 사평으로는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가 있다. 역서로는 『사통史通』 『율곡 이이의 경연일기』 『문곡집文谷集』 『추안급국안』 등이 있다.
목차
기획자의 말
떠든 아이를 아나요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다
역사에서 과거와 미래를 보다
자라나는 나, 품격 있는 사회
10년 뒤, 20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
역사 개념 작은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