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바일라 3권. 어딘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의 슬픔과 아픔, 외로움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청소년문학의 남다른 성취를 일궈 온 박영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아무에게도 드러내 보이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까칠함으로 감춘 고3 소녀 다정이,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대학 졸업반이자 취업 준비생인 ‘나’, 대학가 후미진 곳에서 밥집을 하는 ‘식당언니’, 이들 세 사람이 우연한 기회로 함께 지역의 중심에 있는 국유림에 오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차분하고 단정한 문장,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파고들어 가는 작가 특유의 서사는 추리소설을 읽는 듯 긴장감 있게 펼쳐져 독자로 하여금 책장조차 숨죽여 넘기도록 만든다. 그리고 사회적 사건이나 갈등이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흔적으로 남게 되는지 보여 준다. 특히 액자소설의 형태로 전개되는 식당언니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친구 이야기, 식당언니 ‘미야’의 과거는 이 작품 전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다정이의 ‘비밀’을 사회적 ‘침묵’으로 치환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를 짓누르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드러내보여 주는 이 에피소드들의 핵심은 ‘죄책감’이다.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위해서, 한 생명도 더는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사람들, 이 소설은 그들이 일어서는 과정’(해설)을 세대와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 준다.
출판사 리뷰
마음은요?
마음도 계속 여기 남아 있을까요?
우리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누군가의 삶과
그 삶을 잊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에 관한
다정하고 따듯한 이야기
어딘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의 슬픔과 아픔, 외로움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청소년문학의 남다른 성취를 일궈 온 박영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무에게도 드러내 보이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까칠함으로 감춘 고3 소녀 다정이,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대학 졸업반이자 취업 준비생인 ‘나’, 대학가 후미진 곳에서 밥집을 하는 ‘식당언니’, 이들 세 사람이 우연한 기회로 함께 지역의 중심에 있는 국유림에 오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차분하고 단정한 문장,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파고들어 가는 작가 특유의 서사는 추리소설을 읽는 듯 긴장감 있게 펼쳐져 독자로 하여금 책장조차 숨죽여 넘기도록 만든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조용하지만 저력 있는 연대의 경험 후에 오는 깊고 따듯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그 배를 타지 않았다면……
그날 이후, 우리가 함께 견뎌온 시간과의 다정한 눈맞춤
“울고 있더라구. 소리도 없이 혼자서……
아무도 안 보는 줄 알고…….”
“울어요, 다정이가?”
대학 졸업반인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간 룸메이트 대신 룸메이트의 사촌 동생과 원룸을 나눠 쓰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생인 새 룸메이트 ‘다정’이는 입시 준비로 열을 올려도 모자랄 마지막 여름방학에 하루 종일 산책을 하거나 숲속에 사는 개들을 돌보고 늦은 시간까지 음악을 듣는다. 나는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다정이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는 차마 다정이에게 하지 못한 물음들이 맴돈다.
‘넌 왜 그곳을 떠나 이곳에 왔니?’ ‘넌 왜 죽자고 산에 올라가는 거니?’
주인공 다정이의 종잡을 수 없는 행적들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수록 독자들은 필연적으로 그해 4월의 바다에서 벌어진 비극을 떠올리게 된다. 그 일로 남자친구를 잃고 “그 애가 못 살아 본 미래는 나도 살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를 파괴해서라도 그 애를 잊고 싶지 않다”는 다정이. 그해 봄, 우리를 비통하게 했던 사건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다정이의 주변 사람들이 언제든 손을 내밀 준비를 하며 숨죽인 채 다정이를 지켜보는 것은 모두 ‘그날’의 바다가 우리에게 남긴 상흔에서 기인한다.
다정이의 단호한 방황에 근거를 제공한 것은 어른들이다. 그들은 다정이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데려가고 그 죽음을 애도하는 일조차 위험하다며 가로막았으며 ‘고3’이라는 관리번호를 붙여 슬픔의 현장에서 끌어내려고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시대 청소년들의 가슴에 지은 가장 큰 죄 중의 하나인 세월호의 아픔과 마주친다. (해설에서)
이 작품은 사회적 사건이나 갈등이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흔적으로 남게 되는지 보여 준다. 특히 액자소설의 형태로 전개되는 식당언니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친구 이야기, 식당언니 ‘미야’의 과거는 이 작품 전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다정이의 ‘비밀’을 사회적 ‘침묵’으로 치환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를 짓누르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드러내보여 주는 이 에피소드들의 핵심은 ‘죄책감’이다.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위해서, 한 생명도 더는 죽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사람들, 이 소설은 그들이 일어서는 과정’(해설)을 세대와 시간을 넘나들며 보여 준다.
“우리에게는 다정한 마음들이 더 필요하다”
한밤의 비밀스러운 산책자들, 연대와 환대로써 슬픔을 건너다
다정이의 비밀스러운 산책이 시작되고, 식당언니와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정이를 바라보다 결국 다정이의 밤 산행에 동참한다. 다정이의 안내자이자 보호자가 된 식당언니와 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몇 가지 질문에 도달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별것 아닌 일상에도 뾰족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다정이를 보며 그 속내가 궁금하지만 섣불리 질문하지 않는 나와 마찬가지로 식당언니 또한 울고 있는 다정이에게 성급한 위로나 조언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다정이의 사촌 언니인 나의 친구도 집을 떠나고 싶어하는 다정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원룸을 내어준다. 이들은 모두 다정이가 스스로 속마음을 드러내 보일 준비가 될 때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묵묵히 기다린다.
이런 모습은 인간에게 버림받은 들개들이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약자를 돌보는 모습과 겹쳐진다. 식당언니와 내가 말없이 다정이를 지켜보고 돌보는 동안 다정이는 산을 오르내리며 숲속의 버려진 개들을 돌보는 데에 이르면 이 ‘돌봄의 연대’가 모두에게 살아야 할 힘이 되어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은 해설을 통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그날 이후로 이제는 ‘사랑’을 입에 담을 수 없을 거라고 절망해 왔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성장하는 청소년의 미래가 반성 없는 폐허나 은둔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시 사랑의 발명을 요청하고 그 발명을 위해서 흔한 위로와 망각의 등산로에서 벗어날 것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라고 썼다.
작가가 화자인 ‘나’를 통해 말한 “사랑은 다시 발명되어야 한다”라는 말은, ‘사랑’이라든가 ‘관심’이라든가 ‘공감’ 같은 이 세상을 떠받치고 있으나 너무 흔해 당연해져 버린 가치들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다정한 마음’의 힘으로 말이다.
“앞으로 밤에 갈 거면 나하고 같이 가!” / 다정이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이랬다.
“언니랑 가면 덜 위험해요?” / 그 말에 정확하게 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답할 수 있었다.
“혼자보단 낫지.”
멀리서 창문을 살폈다. 다정이가 집에 있다면 불이 밝혀져 있을 거였다. 그런데 창이 어두웠다. 다정이가 이 시간까지 집에 오지 않았다면 어디 있는 건가.
그 순간 창이 환하게 밝혀졌다. 다정이가 지금 막 집에 들어선 모양이었다. 나는 저 멀고 먼 고대 우주 한가운데서 첫 번째 별이라도 발견한 듯이 집을 향해 뛰었다.
고통을 주는 진짜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사다리가 되어 줄 다른 문제들이 필요한 것이다. 지도와 개는 바로 그 사다리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다음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작가 소개
저자 : 박영란
소설집 『라구나 이야기 외전』, 장편소설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영우한테 잘해 줘』, 『서울역』, 『못된 정신의 확산』, 『편의점 가는 기분』, 동화 『옥상정원의 비밀』을 펴냈다.
목차
다정한 마음으로 | 글쓴이의 말 |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