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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문학과지성사 | 청소년 | 201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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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가 김도연의 장편 성장소설. 김도연 작가가 쓴 첫번째 성장소설이며,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투병 중인 선생님과의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십 년 만에 쓰는 '500매짜리 반성문' 이야기로, 반성문을 빙자한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성장소설을 빙자한 반성문이다.

소설가가 된 화자는 30년 전인 중학교 2학년 시절,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표절을 했던 벌로 반성문 500매를 써서 제출하겠다고 선생님과 약속했다. 그리고 이제 생(生)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에게 연재하듯 써 보내는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과 그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현재의 이야기가 소설을 구성하는 두 축을 이룬다.

장편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과 더불어 아득한 미래를 관조하며 그 기다림의 통과의례를 묵묵히 겪어내는 고3 정미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진부의 송어낚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리뷰

열다섯 살의 죄와 벌, 그리고…
삼십 년 뒤에 쓰는 목.련.꽃.반.성.문

“오백 매짜리 반성문? …중학생한테?”


한번쯤 “다른 이의 공들인 마음이 마치 내 것인 양 착각한 채” 살았던 과거가 있지 않은가? 김도연 작가의 장편 성장소설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은 반성문을 빙자한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성장소설을 빙자한 반성문이다. 그의 넉살 좋은 입심은 어느 순간 삼십 년이라는 시공을 뛰어넘어 독자들을 죄의식 속에서 방황하는 열다섯 살 소년의 심정으로 만들었다가, 또 어느 순간 사제 간의 애틋한 정으로 아련히 젖어들게 만든다. 인상 깊은 제목의 이 책은 투병 중인 선생님과의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십 년 만에 쓰는 ‘500매짜리 반성문’ 이야기이다. 소설가가 된 화자는 30년 전인 중학교 2학년 시절,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표절을 했던 벌로 반성문 500매를 써서 제출하겠다고 선생님과 약속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생(生)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에게 연재하듯 써 보내는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과 그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현재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구성하는 두 축을 이룬다.
묵직한 제목에 비하면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은 경쾌하고 빠르게 읽힌다. 그렇지만 그 여운은 깊고 길다. “내가 훔쳐온 건 원고지로 한두 장 분량”에 불과하다는 변명과 “예술이 커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사이에서 방황하던 열다섯 살 소년에서 “지병 같은 ‘불안’을” 달고 사는 소설가로 성장하기까지, 그리고 “글을 쓰는 한 저는 제게 주어진 모든 조건의 최전선에서 싸울 것”이라 다짐하는 현재까지……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이 가 다다른 성찰은 김도연 작가의 문학관이자 인생관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소설의 말미에서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까지 반성문을 챙기”시는 선생님의 현재 모습과 “글과 교직을 원활하게 맞바꾸는 조건으로 지장까지 찍는 수모를 당하고 […] 소설을 팔아먹”었던 엄혹한 시절의 선생님의 과거 모습을 목도할라치면 “그 울분” 때문에라도 자세를 바로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무려나 독서를 하는 내내 삼십 년 전의 추억들은 목련꽃 그늘처럼 아스라하고, 삼십 년을 뛰어넘는 사제 간의 정은 봄비처럼 애틋하게 스민다.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은 김도연 작가가 쓴 첫번째 성장소설이며,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청소년으로부터 일반 성인 독자들까지 경쾌하고도 여운 깊게 읽힐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아주 독특한 형식의 성장소설을 완성한 셈이다. 그의 500매짜리 고해성사(실제 소설 원고는 539매이다)는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인터넷에서 글이나 영상들을 퍼 나르는 작금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터다.
김도연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사실 나의 첫 교내 백일장 응모 작품도 어느 학생잡지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절반쯤 훔쳐온 것이었다”면서, 그 사건으로 인해 “그 후로…… 오래…… 소설가가 되고 나서도 나는 괴로웠다”고 고백한다. “내 마음을 내가 오래 공들여 가꾸지 않고 다른 이의 공들인 마음이 마치 내 것인 양 착각한 채 그때껏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내가 내 발에 걸려 넘어졌을 때 내 힘으로 일어서려 하지 않고 목청 높여 울며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버릇이 됐다는 것이다.”
눈 많은 대관령에 기거하며 인근의 조그마한 도서관에 출근하듯 나가서 소설을 쓰는 김도연 작가의 문장은 일찍이 산문집 한 권(『눈 이야기』)에도 오롯이 엮였듯 밤새 소리도 없이 두텁게 쌓이는 눈(雪)을 많이 닮았다. 하여 순순하면서도 우직한 그의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눈 쌓인 겨울나무가 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느 순간 툭 부러지듯 심금을 울리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표절을 했던 죄의식 때문에 어린 시절을 잊고 지내던 한 소설가가 옛 스승을 만나 ‘장편 반성문’을 쓴다는 독특한 발상은 물론이고,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유년의 오래된 기억이라든지 시골 소년으로서의 열등의식, 그리고 미술반 여학생과의 아련한 추억들…… 더구나 이 모든 반성문을 ‘나’와 ‘아내’가 마치 아나운서처럼 해설자처럼 치고받는 익살과 마주할라치면 누구라도 아련하게 사무치는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득한 미래를 관조하며 그 기다림의 통과의례를 묵묵히 겪어내는 고3 정미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소설 「진부의 송어낚시」 또한 일독을 권하는 수작이다. 이 작품은 웹진 ‘문장’이 운영하는 청소년 사이트 ‘글틴(http://teen.munjang.or.kr/)’에 발표(2010년 2월)되었던 작품으로, 여전히 흐리기만 한 얼음구멍 속의 물을 들여다보며 송어가 낚이기를 기다리듯, 암울해 보이는 미래를 겪어낼 수 있는 용기를 그 안에서 찾는다는 한 상징을 잘 보여준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송어를 향해 “고마워” “그냥 고마워!”라고 독백하는 정미의 마음은 독자들에게도 또렷하게 전해질 것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반성문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백일장에서 내가 남의 글 일부를 훔쳐와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심지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적이 없는 척, 어린 시절의 일인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냐고 여겨온 뻔뻔한 마음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변명으로 일관된 자위를 거듭하는 동안 나는 서서히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선홍의 꽃들은 바로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꿈을 꾸면 그 글의 원작자가 찾아와 내게 해명을 요구했어.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그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았어.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에게 온갖 이유를 다 끌어와 납득시키려고 애를 썼어. 그러나 그는 요지부동이었어. 어느 날은 학교까지 찾아왔어. 전체 조회 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나를 가리키더니 자기 글을 훔친 도둑이라고 몰아붙였어. 운동장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손가락질로 나를 가리키며 야유를 보냈어. 아무리 도망쳐도 소용없었어. 결국엔 잠을 자는 것조차 두려워졌으니까. 꿈에서 깨어나도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 길을 걷다가 누가 등이라도 툭 치면 깜짝 놀라곤 했으니까.”

“자, 삼십 분 남았으니 이제 슬슬 정리해라.”
삼십 분? 선생님, 잡념 속에서 부리나케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아직 제목밖에 써놓지 않았으니까요. 바로 그때, 언젠가 학생잡지에서 읽은 글이 선명하게 떠올랐지요.
눈보라 치는 시골 정류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얼굴이 눈처럼 흰 소녀. 그리고 저만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마을의 외딴 집에서 혼자 살고 계시던 노인의 장례식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가 당연히 나의 이야기라고 믿어버리고 말았지요. 이윽고 소녀는 버스를 타고 떠나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진 한 장. 소녀의 어린 시절 모습이 들어 있는. 그 사진을 간직하는 나. 잡지에서 읽은 내용이 분명 지난겨울 내가 겪은 이야기라고 확신하며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펜을 잡은 오른손은 그동안 제목만 써놓은 채 비어 있던 원고지 위를 택시처럼 질주했습니다. 두어 번 정도 잠시 숨 돌리는 시간만 제외하고서. 심지어 글을 모두 쓴 뒤에는 학생잡지에서 읽은 글을 도둑질했다는 기억조차도 깡그리 잊어버렸다면 믿으시겠는지요. 다시 읽어보아도 흠 잡을 데 하나 없는 글을 선생님에게 제출하고 저는 유유히 강당을 빠져나왔던 것입니다.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 헤실헤실 웃으며. 결과는 보나마나 뻔한 거라고 자부하며 교정의 시멘트 의자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았지요.

  작가 소개

저자 : 김도연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 중앙신인 문학상, 2008년 허균문학작가상, 2011년 무영문학상, 2013년 강원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콩 이야기』,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 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 『산토끼 사냥』 『마지막 정육 점』, 산문집 『눈 이야기』 『영嶺』 등이 있다.

  목차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진부의 송어낚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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