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아무도 오르지 못한 시타델 산을 최초로 정복한 열여섯 살 소년 루디의 꿈과 성장을 그린 소설. 인간을 허락하지 않은 산, 꿈을 포기하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프스 골짜기 마을, 호텔 주방에서 접시닦이로 일하는 루디의 마음은 온통 시타델 산에 가 있다.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알프스 최후의 산, 시타델. 쿠르탈 마을 최고의 가이드이자 산사람이었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한 곳이다. 이제 소년은 아버지의 붉은 셔츠를 들고 불가능에 도전하려 한다. 루디는 아버지의 발자국이 이끄는 대로 산을 오른다. 이제 정상 공격을 위해 내면의 힘을 끌어내야 한다. 하늘에 붉은 깃발을 꽂기 위해.
산을 오르는 동안 루디는 타인이 원하는 모습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으며 독자에게 지금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자문자답하도록 만든다. 하늘에 가까워질수록 꿈은 높아지고 정상에 한 발 다가설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운다.
출판사 리뷰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여섯 살 소년의 모험과 도전
광활한 스위스의 설산,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세밀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절벽, 언제 덮칠지 모르는 눈사태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크레바스 등 배경에서 인물의 행동 하나 하나까지 묘사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 그래서 문장을 읽는다기보다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또한 주로 단문을 써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까닭에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단숨에 읽힌다.
작가는 실제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한 미국 탐험대의 일원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작품은 실제 마터호른을 최초로 등정한 실화, 배경이 되는 마을과 인물까지 많은 부분을 사실에 근거했다. 1865년이라는 시대 배경, 알프스 체어마트 마을과 흡사한 쿠르탈 마을, 위대한 산의 이름에서 따온 주인공 이름 ‘루디 맷’, 실제 정복자인 에드워드 휨퍼를 닮은 인물 캡틴 존 윈터까지 말이다. 하지만 울만은 소설가답게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우리를 가상의 산, 시타델로 이끈다.
요즘이야 전문 산악인부터 개별 여행자까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알프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지만 역시 마터호른을 등반하는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작품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는 산악인의 열정과 패기, 꿈과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生에 단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없다면 로프를 당겨라!
심장을 뛰게 하고 가슴에 뜨거운 불을 댕겨 줄 모험소설
알프스의 골짜기 쿠르탈 마을의 남자라면 누구나 가이드를 꿈꾼다. 운동과 직업, 모험으로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조상 대대로 농부와 목동이었던 마을 사람들은 산악 가이드를 업으로 삼았다. 이제 산악 가이드는 자랑스러운 직업이 되었고, 쿠르탈 산악 가이드 단체의 회원이 되는 것은 최고의 명예이다.
열여섯 살 소년 루디 역시 아빠처럼 멋진 가이드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이 이제 막 가이드 일을 배우며 산에 오를 때 루디는 마을에 있는 호텔 주방에서 종일 접시를 닦는다. 마음이 온통 시타델 산에 가 있어 하루가 멀다 하고 접시를 깨뜨리고 요리를 태우기 일쑤다. 루디의 아버지는 십오 년 전 영국 등반가와 함께 시타델 산 등반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었다. 루디의 엄마와 외삼촌은 두 번 다시 가족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루디에게 호텔 일을 배우도록 한다. 루디 또한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하지만 자신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루디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친다. 하지만 부모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단 한 번도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에 견준다면 루디는 행복한 게 아닐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하는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에게 루디는 심장을 뛰게 하고 가슴에 뜨거운 불을 댕겨 줄 것이다. 시타델 산에 오르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가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나험천만습에 한 발짝 다가서는 까닭이다.
모두가 루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불가능이라고 할 때, 단 한 사람 호텔 주방장인 테오 아저씨만큼은 루디를 응원한다. 테오 아저씨는 루디의 아버지와 시타델 산을 등반했던 인물로 루디에게 때로는 산악 훈련을 지도해 주는 스승이자 든든한 멘토이다. 그는 알고 있다. 바람을 병에 가둘 수 없듯, 루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또 한 사람, 캡틴 존 윈터 역시 ‘악마의 산’ 시타델에 오르고 싶어 한다. 혼자 산에 오르던 루디가 우연히 크레바스에 빠져 있던 영국 산악인, 존 윈터를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루디는 윈터 씨와 쿠르탈 최고의 가이드인 삼촌 프란츠, 이웃 마을 최고의 가이드이자 정복욕이 강한 삭소 네 사람이 마침내 시타델 산 정상을 향해 등반을 시작한다. 인간에게 쉽게 정상의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 악마의 산, 이에 맞서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하늘에 꽂은 붉은 깃발, 정상 탈환의 명예보다 값진 것
이 작품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악인이나 선인이 아니라, 매 순간 갈등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최고와 최초라는 명예욕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이 작품은 왜 산에 오르고, 산에 오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하고, 함께 산에 오르는 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 가운데 특히 테오나 프란츠는 단순히 최고의 가이드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등산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할지를 가르쳐 주는 진정한 스승들이다. 이런 인물들은 가장 높이 오르는 사람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질병이나 부상 때문에 제대로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이 스위스의 최고봉 등정을 시도하다 실패해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우뚝 선다는 것이었다면 아마 설득력이나 극적 매력이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루디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부상당한 이웃 마을 가이드인 삭소를 무사히 하산 시키느라 그 소중한 기회를 무산시키고 만다. 그것은 루디의 아버지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홀몸이었다면 위험을 피해 혼자 산을 내려올 수 있었지만 함께 등정하던 사람들을 챙기느라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것이다. 《시타델의 소년》은 진정한 승리자가 누구인지, 우리가 올라야 할 최고의 봉우리는 어떤 곳인지를 톺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너는 내 생명을 구해 줬는데. 그걸 비밀로 해 달라고?”
“별거 아니에요. 정말이요. 내가 산에 올라왔다는 걸 말하면 엄마와 외삼촌도 듣게 될 거예요. 그럼 곤란해져요.”
루디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해 주실 거죠? 약속해요.”
“걱정 마.너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캡틴 윈터는 웃음을 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대가 루디 맷. 접시닦이 소년.”
두 사람은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해가 졌다. 두 사람의 등 뒤로 우뚝 솟은 시타델 산이 보였다.
“루디는 몸이 약해서 안 돼요. 또 키가 너무 작아요. 무책임하고요.”
프란츠는 설거지할 접시들을 가리켰다.
“루디가 해야 할 일을 팽개치고 도망친 걸 보라고요. 산이라면 어떨까요? 더 심각한 문제와 책임이 생기는 산이라면 말이에요.”
“루디한테 가이드 일을 배울 기회라도 줘야 해.”
……
“누나는 스물세 살에 과부가 되었어요. 남편은 시타델 산에서 죽었죠. 루디는 유일한 자식이에요. 누나가 남편이 하던 일을 자식한테 시킬 것 같아요? 아빠가 죽은 것처럼 자식이 죽게 내버려 둘 것 같으냐고요?”
……
‘프란츠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어. 프란츠나 그의 누나는 알게 될 거야. 바람을 병에 가둘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네 아빠는 정복욕이나 명예욕 때문에 죽은 것도 아니었다. 네 아빠는 정복욕이나 명예욕 때문에 죽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를 고용한 에드워드 경을 버려두고 갈 수 없었던 거야. 네 아빠는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한 거야. 시타델 산의 정상에 나부껴야 할 네 아빠의 빨간 셔츠가 어디서 발견되었는지 아니? 에드워드 스티븐슨 경한테서야. 네 아빠는 얼어 죽어 가면서 셔츠를 벗어 스티븐슨 경의 몸을 덥혔지.”
작가 소개
저자 : 제임스 램지 울만
1907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1941년에 첫 번째 작품인 《정복자High Conquest》를 발표했으며, 《하얀 거탑The White Tower》, 《태양은 강물처럼River of the Sun》, 《윈덤의 길Windom's Way》, 《시타델의 소년Banner in the Sky》을 차례로 발표했다. 이 중에서 《시타델의 소년》은 1955년에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제임스의 생생한 등산 이야기는 상상력의 소산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신문 기자이자, 소설가이자, 여행가이자, 등산가였던 그는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한 미국 탐험대의 일원이었다. 1971년에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