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스페인 아동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수돗물은 하루 걸러 나오고, 비만 오면 진창이 되는 동네
전기도 수시로 끊어지는 낙후된 이곳에 거대한 도서관이 들어선다
스페인 아동 청소년 문학상 수상
독일 화이트 레이븐상 수상
스페인 에델비베스 출판사의 알라델타상 수상
달동네에 생긴 커다란 도서관, 그리고 달라진 두 아이의 삶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콜롬비아의 메데인시에 사는 열한 살 순진한 아이들입니다. 둘 다 가난한 집안 형편과 자식 교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 탓에 초등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친구였던 두 아이는 언제나 함께 붙어 다니는 단짝이에요. 아침부터 만나서 자신들이 사는 메데인의 구석구석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커다란 도서관이 들어섭니다. 마을 사람들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을 도시의 자부심이라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카밀로는 절대 도서관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안드레스가 아무리 가자고 졸라도 말이지요. 도서관에 가지 못하는 카밀로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그래요 책이 좋아요」 시리즈 소개풀빛미디어의 「그래요 책이 좋아요」 시리즈는 세계 유명 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어린이에게 책 읽는 참맛을 느끼게 해줄 감동적인 작품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브랜드입니다.
뉴베리상 수상 엄마라고 불러도 될까요? (ISBN 978-89-6734-014-8)
스페인 아나야 아동청소년 문학상 수상 책이 있는 나무 (ISBN 978-89-6734-079-7)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희망, 도서관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순수한 카밀로 카밀로는 자신이 무척 아름다운 동네에 살고 있기에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밤에 전기가 끊기고, 비만 오면 집에 물이 들어차는 곳인데도 말입니다.
카밀로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이고, 어머니는 갓난쟁이 동생을 키우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느라 첫째인 카밀로를 살뜰히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심지어 카밀로는 돈을 벌어 술을 사오라는 아버지의 닦달에 초등학교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카밀로는 아름다운 자연에 위로받으며 자신의 삶에 감사하며, 자신을 행운아라고 여깁니다.
카밀로가 사는 동네는 과거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졌던 곳입니다. 이 도시에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주려는 도시 개발 계획 중 하나로 거대한 국립 도서관이 들어서게 됩니다.
아버지의 술주정을 피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온종일 동네를 돌아다니는 카밀로는 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없습니다. 책을 왜 빌려주는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의 맨 마지막,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였던 카밀로가 다른 도시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을 읽는 순간, 카밀로는 진정 행운아가 됩니다.
문화재단 「메데인의 진흙」설립의 기폭제가 된 동화이 작품의 나오는 메데인 도서관은 콜롬비아 메데인시에 실재하는 곳입니다. 스페인 작가 고메스 세르다는 2007년 메데인시를 방문하고 이 책을 썼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두 소년과 한 도서관 사서의 따뜻한 이야기는 문학계에 잔잔한 여운을 주었고, 여러 문학상을 받습니다.
스페인 아동 청소년 문학상 수상
독일 화이트 레이븐상 수상
스페인 에델비베스 출판사의 알라델타상 수상
이 책에 감동한 메데인시의 시민들은 청소년이 주축이 된 문화재단 「메데인의 진흙」(이 책의 원제)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선한 의지가 바꾸는 어린이의 삶 이 작품에는 아무 잘못 없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내몰린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절대 절망스럽지 않습니다. 작가가 특별한 해결책이나 탈출구를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을 덮는 독자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며, 이 아이들이 절망하지 않고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품게 해줍니다.
또한, 사회와 개인의 선한 의지가 어떻게 한 어린이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더불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에게 도서관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러기에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가슴 벅찬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카밀로는 이곳에 살아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산토도밍고 사비오 마을의 가장 높은 곳 말이다. 여기서는 푸르른 도시와 산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비록 길이 흙바닥이라 소나기가 내릴 때면 노상 진창을 걸어야 하고, 수돗물은 하루 걸러 나오고, 전기는 해 질 녘만 되면 ― 하필 가장 필요할 때 ― 수시로 끊어지지만.
― 1장 「나는 운이 좋아」 중에서
빗줄기가 잦아들었다. 구름도 동쪽으로 물러갔다. 날이 맑아지고 있었다. 카밀로는 곧바로 하늘이 다시 파랗게 되고, 물을 머금은 계곡은 찬란하게 빛날 거라는 걸 알았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 순간에는 숨 쉬는 공기조차도 보이고 만져지는 느낌이었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렸다. 신발을 벗어서 침대 아래에 놓았다. 비가 완전히 그치고 비탈길에 흐르던 흙탕물이 잦아들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카밀로는 텔레비전 위에 있는 사진을 바라봤다. 유리 없는 액자에 끼워져 있다.
― 2장 「유리 없는 액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