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아르코문학 창작기금 수상작 ★★“내 앞의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자기 길을 걸었듯이,
우리 또한 ‘지금, 여기’를 있는 힘껏 살아 낼 뿐!”
오랜 시간 구전되어 온 이야기 속 영웅을
뜨거운 가슴으로 되살려 낸 역사 소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가 사는 곳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외세의 침략에 맞서며 온몸으로 역사를 견뎌 낸
우리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의 삶을 만나며 오늘날 우리를 돌아본다.
한 줄 역사적 사실 위에 비범한 상상력으로 쌓아 올린
서사의 미학, 유려한 문장, 문학의 놀라운 성과!《바늘 장군 김돌쇠》는 임진왜란의 육전(陸戰) 3대첩으로 꼽히는 ‘소사벌 전투’를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이다.
아르코문학 창작기금 수상작인 이 작품은 탄탄한 서사의 힘으로 조선 시대, 소년 ‘돌쇠’의 삶을 펼쳐 보이며 오늘날 우리와 뿌리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평범한 소년이 바늘 하나로 적국의 장수를 물리치기까지, 한 생명이 태어나 아픔 속에 성장하고 국난에 휘말려 가족을 잃는 고통 끝에 마침내 민중 영웅으로……, “명나라 군대가 갑옷 입힌 원숭이를 말에 태워 적진을 교란시켰다”는 짧은 기록에서 출발해 몸이 성치 않은 한 소년의 성장과 진한 가족애를 전쟁이 망가뜨린 평범한 삶 속에 녹여내며, 이 땅 장삼이사들의 헌신적인 희생을 서정적으로 무엇보다도 가슴 뜨겁게 되살려 낸다.
■ 1597년 소사벌 전투에서
일본군을 물리친 바늘장군 김돌쇠,
장애를 가진 소년에서 민중 영웅이 되다!봄의 생명력이 어렴풋이 깨어나는 새벽, 강쇠는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린다. 하필 아버지가 장에 가신 이때, 어머니의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 강쇠는 때맞춰 산파 할머니를 데려오고, 마침 아버지도 장에서 돌아온다.
조선의 여느 농사꾼 집처럼, 돌쇠는 그렇게 태어났다. 귀염둥이 막내로 평범하게 자라기도 잠시, 돌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열병을 앓고는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
바느질하는 어머니의 말동무로 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돌쇠는 바늘을 던져 파리를 맞히고, 그 뒤로 바늘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독이 오른 지네나, 추수를 방해하는 참새에게 바늘 날리기를 수십 차례. 돌쇠의 바늘은 마을의 청년들이 모두 나선 멧돼지 사냥에서 결정타가 될 만큼 강력해진다.
평화롭기만 할 것 같던 11살의 봄. 왜구가 쳐들어오고 조선 땅이 발칵 뒤집힌다. 아버지와 형은 차례로 출전하고, 가족을 잃는 것이 두려운 돌쇠는 전쟁터로 향하는 형을 향해 바늘을 드는데……
■ 평범한 조선 소년이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물음!“걱정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면서 궁궐을 버리고 달아난 임금, 공을 뺏길까 두려워 의병을 탄압하는 부패 관리들, 돈으로 사람을 사 대신 전쟁에 내보내는 부자들의 모습이 오늘날과 묘하게 겹쳐지는 조선.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처절한 아비규환의 한복판에서 내 가족과 내가 사는 곳을 지키고자 떨쳐나선 이들은 평소 나라의 덕을 볼 일이 없는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아버지와 형 강쇠는 적극적으로 의병을 모아 왜적에 맞서고, 어머니는 없는 살림이나마 미음을 쑤어 피난민들과 나눈다. 마을 대장장이의 딸인 꽃분이도 팔을 걷어붙이고, 역관을 지낸 외삼촌은 부대들의 연락을 맡는다.
“내가 이 땅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존재가 눈물겹게 살아왔는가를 깨달았다.”는 작가의 말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수록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안온한 삶을 무너뜨리는 현실 앞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삶은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될까? “나라가 있어야 우리도 산다”는 500년 전의 한 맺힌 외침이 오늘 우리에게 ‘방관’과 ‘참여’를 넘어 ‘지금, 여기’를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이끈다.
■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내 고장의 위대한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따뜻한 시선휘몰아치는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서 저마다의 주관과 소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세한 감정을 간결한 문장 속에 녹여 내는 솜씨는 이 작품의 커다란 미학이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듯 연약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있는 힘껏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이 읽는 이의 마음에도 금세 뿌리내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듬직하고 정의로운 강쇠, 싸움을 피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에는 내 땅을 지킨 영웅으로 거듭난 돌쇠는 때론 대립하고 때론 같이하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부잣집 자식 대신 전쟁에 나가고 도적질로 먹고사는 ‘막손이’. 강쇠와 돌쇠와 대립하지만 그 역시 함께 보듬고 끌어안아야 할 이 땅의 보통 사람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당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을 넘어 넘치는 생명력과 강인함으로 생존하는 ‘꽃분이’는 오늘날의 시선에서 더 환영받을 만하다.
이야기의 중요한 무대인 ‘소사벌’은 오늘날 평택 소사1동에 위치해 있다. 정유재란 때에 이곳에서 벌어진 소사벌 대첩은 명군과 일본군이 맞붙어 일본의 북진을 막은 중요한 사건이다. 시간이 흘러 격렬한 전투의 자국은 흔적조차 없지만 왜란의 판도를 바꾼 중요한 격전지였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은 사건들의 순서나 인물들을 외우는 작업이 아닌, 우리 주변에 깃든 이야기와 그곳에서 먼저 최선을 다해 살았던 이들의 숨결을 만나고 가까이에서 느끼는 과정 아닐까?
■ 치열한 집필과 꼼꼼한 감수를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완성해 낸 역사 소설역사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하신하 작가는 특별히 더 치열하고 꼼꼼한 자료 조사를 거쳤다. 소사벌 전투에서 다리가 불편한 청년이 바늘로 일본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 때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작가는 고증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임진왜란과 동아시아 3국의 관계를 면밀히 파고들었고 소사벌 전투가 일어난 평택을 답사하며 쓰고 다듬고, 쓰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평택의 저명한 향토연구가이자 중학교 역사 교사인 김해규 선생님은 역사적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살펴 주었다. ‘작가적 상상력’이라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하 작가는 청소년 독자들을 생각하며 다시금 혹독한 퇴고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우리는 큰 흐름으로밖에 알지 못했던 임진왜란의 크고 작은 전투들을 새롭게 알아 가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세세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편의 아름다운 문학으로서의 매력도, 민중들의 삶과 지역의 뿌리 깊은 역사를 담아낸 귀중한 기록물로서의 매력도 모두 오래 고루 빛날 작품이다. 평범한 역사소설 그 이상의 소설로서, 《바늘장군 김돌쇠》가 독자들과 깊은 공감대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강쇠야,강쇠야"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지만 깊은 잠에 빠진 강쇠는 눈을 뜨지 못했다.
이 전투를 마지막으로 7년 동안 이어진 전쟁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