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미디어 소개]☞ 경향신문 2018년 5월 4일자 기사 바로가기스웨덴 도서관협회 닐스 홀게숀 상 수상!
스웨덴 스뇌볼렌 문학상 ‘올해의 그림책’ 선정!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나에 관한 연구』 안나 회글룬드의 새로운 이야기 ★ 십대의 핵심을 완벽하게 그려 낸 작품. 엑스프레센Expressen
★ 삶이 고통스러운 모든 청소년에게 위로를 건넨다. 외스테스-포스텐ostersunds-Posten
★ 올해 가장 시적이자 보편적인 독서 경험! 쇠네르만란스 뉘헤테르Sodermanlands Nyheter
★ 책을 읽고 나면, 주인공 토끼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베름란스 폴크블라드Varmlands Folkblad
토끼는 약하고 예민하다. 자다가도 바스락 소리만 나면 귀를 쫑긋 세우고 언제든 후다닥 도망간다. 책 속의 토끼는 지금 십대의 마음이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이 ‘나’임을 알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상은 무섭고, 큰 귀로 너무 많은 게 들린다. 많은 사람 속에서 혼자라는 생각이 갈수록 커진다. 내 안에 머물 때만은 안전하지만 이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아 더욱 혼란스럽다. 십대가 겪는 이러한 불안과 예민한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 낸 책이다.
_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저자)
수많은 관계와 역할 속에서 ‘나다움’을 잃고 자존감을 상실해 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토끼의 따뜻한 속삭임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비롯하여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진로 고민, 친구 관계 등 내적이로든 외적으로든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대 시절이 지나도 인생의 ‘질풍노도’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십대에는 이십대만의, 삼십대에는 삼십대만의, 사십대에는 사십대만의 고난과 역경이 눈앞에 놓여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끝없는 질풍노도를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면서 ‘나를 지키는 법’을 서서히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삶이 힘들고 관계에 지칠 때, 내 마음을 채워 주는 건 무엇일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나를 보듬어 일으켜 세우는 힘의 원천은 대개 비슷하다. 괜찮다고, 믿는다고, 잘될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는 공감과 위로가 그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그 힘의 원천이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책을 읽다 우연히 발견한 글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품 속 주인공 토끼에게는 무엇이 삶의 위안이 될까?
주인공 토끼는 올해 나이 열네 살, 태어나자마자 후회하기 시작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지막이 털어놓는다. 소녀인 듯 소년인 듯 독자가 토끼의 성별을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지금 토끼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답게, 온전히 나인 채로 사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다.
일상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멀쩡히 숨 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토끼의 일상은 버겁고 피곤해 보인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점점 가물하고, 엄마 아빠 두 분의 사이는 멀어져만 간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 틈에서 새어나오는 불편한 소리들은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려온다.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애쓸수록 토끼는 뭔가 어긋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음과 다른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려서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 별일 아닌 일들이 문제가 되고 만다.
사실 토끼는 타인을 싫어하고 경계하는 타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고 열린 마음으로 관계를 이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자신의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질까 봐, 남들과 다를 게 없는 생각에 그칠까 봐, 토끼는 홀로 곳곳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토끼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귀가 큰 토끼가 되기로 스스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토끼의 이러한 모습을 그저 ‘예민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여긴다. 오해와 편견에 일일이 맞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토끼는 “아니요”라고 답하고는 자기만의 방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갈 뿐이다. 그렇다고 토끼 곁에 마음을 나눌 이가 없는 건 아니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존재,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세상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게 하였으며, 더 넓고 깊은 생각의 세계로 토끼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토끼는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삶을 향한 힘의 원천을 새로이 찾아나간다. 두 사람은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철학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막막하다고 여겼던 삶의 문제를 되새겨 본다.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동안 토끼는 두려움과 불안을 품었던 어제를 이해하고, 비로소 오늘 이 모든 순간을 이해와 용기로 껴안는다. 그렇게 토끼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서서히 깨달아 가는 것이다. 세상은 쉼 없이 모습을 바꿔 갈 뿐이므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면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작가는 추천의 글에서 “책 속의 토끼는 지금 십대의 마음이다. 내 안에 머물 때만은 안전하지만 이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아 더욱 혼란스럽다. 십대가 겪는 이러한 불안과 예민한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낸 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수많은 타자들과 지낸다는 것, 사회성을 요구받는 것,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차이를 존중하는 것, 예민함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것 등 주인공이 처한 문제는 십대뿐 아니라 자의든 타의든 ‘노출된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현대인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본 고민들이다. 자존감의 높낮이가 아닌 자존, 그 자체를 찾아 나가는 토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동안 독자들은 지금 여기에 머무는 모든 풍경을 가슴에 새기며 ‘나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조금 멀리, 스웨덴에서 날아온 토끼의 이야기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구에게는 그림책으로, 누구에게는 철학책으로, 누구에게는 한 편의 산문시나 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중 무엇도 틀리지 않은 접근이다. 문화와 생활환경이 서로 달라도, 살아가면서 고민에 처하는 동일한 지점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책을 쓴 안나 회글룬드는 스웨덴의 엘사 베스코브 상, 아우구스트 상,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저명한 작가로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개성 있는 그림 세계를 펼쳐 보이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는 2013년 아우구스트 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스웨덴 도서관협회의 닐스 홀게숀 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스뇌볼렌 문학상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