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4차 산업 혁명 세대에게 바치는 백신 프로젝트
청소년을 위한 보안 감수성 리부팅 가이드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우리 집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혹시 이 모든 소소한 일상이 세상에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걸까?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구분선은 어디일까?
나의 비밀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기획 의도
인터넷에 접속하기 전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전에,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정보 보안 이야기! 2018년 마크 주커버그의 노트북 사진이 도마에 올랐다. 테이프로 꼼꼼히 봉한 주커버그의 노트북 웹캠을 본 누리꾼은 “회원 정보 보안은 형편없으면서 자기 정보 보안에는 철저하네?”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두고 쏟아진 조롱이다.
왜 주커버그는 노트북 웹캠을 테이프로 가려 두었을까? 해커들에게 인터넷에 연결된 웹캠은 최첨단 망원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노트북 웹캠 앞에서 코를 파고 있는데, 그때 마침 해커가 웹캠을 해킹한다면? 해커는 보안 시스템이 허술한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내 모습을 떡하니 생중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웹캠은 아주 사소한 예시에 불과하다.
휴대폰을 비롯해 RFID·CCTV·GPS·생체 인식·사물 인터넷·드론·빅데이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IT 혁명의 핵심 기술은 모두 우리 생활을 ‘스마트하게’ 보조할 뿐 아니라, 우리 삶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는 눈과 귀가 되고 있다.
《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는 어른들도 어물쩍 지나가는 오늘날의 정보 보안 이슈를 청소년 눈높이에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먼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IT 기술이 학교·가정·공공장소·쇼핑·인터넷·국가 시스템 안으로 침투(?)하면서 평범한 시민의 정보와 사생활이 마구마구 노출되는 현실을 총망라해 여섯 개의 장에 나눠 요목조목 비춘다.
거기다 본문보다 솔깃한 곁가지 지식을 소개하는 ‘드론 팁’과 풍부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오싹한 경계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까지 알차게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책 속에 가득 실려 있는 실제 사연의 주인공은 10대여서 더욱 친근감을 준다! 오늘의 청소년 세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 접속해서 SNS나 게임을 하며 개인 정보를 과감하게 노출해 왔다. 장래희망을 조사하면 크리에이터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온라인을 통한 자기표현 욕구도 강하다.
즉, 지금 청소년에게 있어 휴대폰과 인터넷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삶의 도구이고, 그것 없이 살아가기를 덜컥 선택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10대 스스로 과학기술 문제를 풀어 나갈 지식과 지혜를 탑재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우리 10대에게 보안 감수성을 단련시켜 주는 고품격 백신 프로그램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
‘스마트한 만큼 오싹해진다!“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보고 싶다면? 휴대폰을 노려라! 미국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는 셜록과 왓슨만큼 케미가 끝내주는 콤비가 등장한다. 천재 프로그래머와 전직 CIA 요원! 두 사람은 놀라운 정보력으로 경찰도 모르는 범죄를 예측해 해결한다. 어떻게 범죄를 예측하느냐고?
온 거리를 촘촘히 뒤덮은 지능형 CCTV! 이 CCTV는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수집해 방대한 데이터를 누적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서 특이한 패턴을 추적하면, 누군가의 삶을 척척 꿰뚫어 보거나, 주인공에게 딱 맞는 이상형을 찾아낼 수도 있고, 또 누가 조만간 살인 사건에 휘말릴지도 알아낼 수 있다……!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1단계. 목표 인물의 휴대폰을 해킹하는 게 기본이다. 전화 통화를 엿듣는 건 물론이고, SNS 활동 내역을 통해 누구와 친분이 있는지, 좋아하는 식당은 어디인지도 쉽게 알아 낼 수도 있다. 지금 만약 ‘드라마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했다면, 아쉽게도 ‘땡!’이다.
《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가 파헤치는 우리 현실은 이 드라마 속 과학기술을 바싹 쫓아가고, 때로는 펄쩍 뛰어 앞지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지능형 CCTV로 무단횡단 하는 보행자를 지켜보고 큰 전광판에 얼굴을 띄워 경고를 내린다. 미국에서는 국가정보원이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대국민 감시 시스템을 운용한 적도 있다. 한국에서는 공공기관이 국민의 의료 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해서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SF만큼 눈부신 오늘을 투어하세요!
입장료는 공짜, 대신 당신의 비밀을 가져가겠습니다! 스마트한 디지털 사회에서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이라는 연결망을 통해 빠르고 쉽게 유통된다. 그 덕분에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량은 20세기 초 사람들이 평생 접하는 정보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하며, 쉴 틈 없이 누적되고,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디지털 데이터들……. 하지만 그 모든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는 것은 동화 속의 마술 막대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구글 검색창에 입력한 키워드, 병원에 제출한 신상 정보, SNS에 올린 연예인 근황, 대중교통 탈 때 찍은 교통 카드……. 모두 이런 디지털 데이터의 일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정보 통신 기술이 더 많은 사물과 결합하면서,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뿜어내고 있다.
책 속의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 RFID로 출석 체크 착착! : 저 먼 옛날에는 아이가 학교를 가면 부모님은 아이가 안전하고 무사하게 귀가할 거라 그냥 믿는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에는 RFID 무선 인식 단말기나 GPS 추적기로 동선이 바뀔 때마다 부모님이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아이의 동선이 유괴범의 손에 쥐여진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 지문 하나로 만사 오케이! : 최근 학교에서는 지문 정보 하나로 군것질도 하고 도서관 책도 빌릴 수 있다. 학생증은 분실할 수도 있지만 지문은 잃어버릴 걱정도 없다. 하지만 지문 정보가 유출된다면? 내 지문 정보를 손에 넣은 사람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과자를 좋아하며 어떤 책을 빌려 보았는지, 즉 내가 어떤 유년기를 보냈는지까지 모조리 파악할 수 있다.
* 무서울 만큼 스마트한 장난감 : 일기예보를 물어보면 인터넷에서 정보를 알아내 대답해 주는 스마트 인형이 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Wi-Fi 기능이 탑재된 인형을 절대 사지 말라고 경고한다. 해커가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인형 안에 부착된 마이크를 도청기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이 책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든 정보 통신 기술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까지도 짚어 준다.
‘과학기술의 빛과 그림자, 그 오싹한 경계에서……’
10년 후에 더 가치 있을 풍부한 생각거리를 던지다!구글 회장이었던 에릭 슈미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오싹한 경계선(The Creepy Line)까지 바싹 다가가되, 그 선을 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구글의 방침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 흘린 정보나 웹브라우징 활동은 헨젤과 그레텔의 빵가루나 마찬가지다. 이런 디지털 빵가루를 주워 모으면 우리의 삶과 취향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이런 디지털 빵가루들을 제3자인 광고주들에게 마케팅에 유용한 자료로 팔아넘겨 수익을 낸다.
그러니까 에릭 슈미트의 말은 이런 시스템에 대한 변명에 가깝다. ‘여러분의 정보를 수집하긴 하겠지만, 선을 넘지는 않겠습니다!’라는 선언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오싹한 경계선을 두고 갈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책은 에릭 슈미트의 말을 인용해‘오싹한 경계선’이라는 재미있는 코너를 마련해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사생활 폭로, 정보를 아무 데나 흘린 피해자의 잘못일까? 유출한 가해자의 잘못일까?”
“만약 우리 동네에 얼굴 인식 CCTV가 설치되어 강력 범죄뿐만 아니라 길 위에 침을 뱉는 사람까지 모조리 감시하면 어떨까?”
“사이버 폭력에 당하면서도 계속 인터넷에 접속한 피해자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을까?”
“내가 대통령이라면 경제적 가치를 위해 규제를 푸는 게 좋을까? 국민의 사생활을 위해 더욱 강력하게 규제할까?
과학기술과 윤리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을 빚고 있는 이 같은 화두들을 접하다 보면 청소년들은 보다 균형 잡힌 가치관을 지니고 보다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IT사회의 감시 체제나 보안 이슈를 다룬 성인서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이 주제에 밀착한 청소년용 도서는 거의 없다.
《내 휴대폰 속의 슈퍼 스파이》는 어른들도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 맞닥뜨려야 하는 IT 감시 사회의 실상을 10대가 사건의 중심에 놓인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어떻게 나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탐구 자료를 제시한다. 조지 오웰의 상상이 현실이 된 21세기, 감시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보다 자유롭게 살기 위한 10대들의 필수 지침서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얼룩말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발견하고 장난삼아 걸친 뒤 셀카를 찍었다. 그러고는 별생각 없이 친구한테 카톡으로 사진을 전송! (아,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다. 얼룩말은 멸종 위기의 동물이어서 모두가 보호해야 한다. 장난으로라도 이런 일은 하지 말도록 하자.)
장난기가 발동한 친구는 그 사진을 곧장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 망신살이 뻗치게 생겼다고? 그렇다고 미리 절망할 것까진 없다. 아직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
진짜 문제는 세월이 흐른 뒤에 터질지도 모른다. 환경 보호 운동에 온몸을 바친 끝에 환경부 장관 후보에 올랐는데……. 누군가가 20년 전의 얼룩말 외투 사진을 찾아 인터넷에 폭로하기라도 한다면? 그 뒤는 알아서 상상하시길!
2013년에 미국 텍사스주의 존 제이 고등학교는 무선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교는 즉시 학생들에게 전자칩이 내장된 학생증을 배포했다.
언뜻 이 전자 학생증은 여러모로 유용해 보였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지 않고도 자동으로 출석 체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학생들이 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살 때나 교내 특별 행사 입장권을 구입할 때,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도 이 학생증 하나면 충분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학생증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기를 든 학생이 있었다. 바로 앤드리아 에르난데스였다.
앤드리아는 미지의 시선이 쉴 새 없이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 찜찜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급기야 학생증 착용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그 일로 정학을 당하고 말았다. 앤드리아의 부모님은 곧바로 학교를 고소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인권 운동가와 사생활 보호론자, 국제 해커 조직 어나니머스까지 벌떼같이 들고일어나 앤드리아를 옹호했다.
학교는 재빨리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앤드리아의 뜻을 존중해 특별히 전자칩을 뺀 학생증을 착용하게 해 주겠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앤드리아는 이 제안 역시 탐탁지가 않았다. 혹시라도 학교의 방침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비치게 될까 봐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방식도 거부해 버렸다.
결국 존 제이 고등학교는 오래지 않아 무선 인식 시스템을 폐지했다. 그제야 앤드리아는 다시 존 제이 고등학교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