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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푸른푸른
창비교육 | 청소년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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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창비청소년시선’ 열네 번째 권.『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등으로 널리 알려진 김선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모두가 마음 아팠던 ‘그해 봄’ 이후 시인은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통해 수많은 십대들을 만났다. 아픈 학교 안에서도 아름답게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본 그 시간이 고스란히 이 시집에 담겼다.

시집에 등장하는 소녀는 자신과 주변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 나간다. 씩씩하게 한 그루 나무처럼 걷는 소녀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도 어느새 “난 내가 좋아, 네가 좋아. 우리라서 좋아!” 하고 외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놀랍게도, 아픈 학교 안에서도 아이들은 아름답게 자란다.”
김선우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

김선우는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녹턴』 등의 시집은 물론 다수의 장편소설과 산문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김선우 시인이 청소년시집을?’ 하고 생각한 독자라면 시집 끝에 수록된 「시인의 말」에 주목해 보자. 스스로 고백하듯 시인은 청소년시집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여겨 왔다. 그런 시인이 청소년들과 함께 읽을 시집을 낸 까닭은 많은 아이들을 잃었던 ‘그해 봄’ 이후 좀 더 아이들 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중고등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다니며 만난 청소년들이 힘차게, 또 다양한 결로 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청소년시집을 쓰기로 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시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징검다리를 놓고 싶었다.
김선우 시인은 1~3부 62편의 시를 통해 우리에게 ‘눈부신 연두’를 선물한다. 그 연두는 혼자 힘으로 당당히 서는 자신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용기,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는 순수함, 나와 내 주변을 위로하고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다.

“지난 시간 내가 만나 온 아이들이 이 시집의 창작자다. 나는 다만 쓰는 자로서의 몸을 빌려준 것일 뿐. 내 안에서 오래 산 소녀가 종종 빙그레 웃었다. 다행이었다. 잘 사랑하기 위해 가져야 할 자유의 감각, 순수의 힘, 꿈에 대해 낙관하려 한다. 십 대를 건너는 친구들이 눈부시고 고단한 바로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통과하기를 뜨겁게 응원한다.”
― 「시인의 말」에서(114~115쪽)

“나와 너, 우리를 춤추게 하는 푸른푸른 말”
연둣빛 푸른 청소년을 노래하다

소녀와 소년은 이제 막 자라는 새싹, 연둣빛 십 대이다.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청소년들에게 현실적인 꿈을 꾸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사이 어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들까지도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이 시집은 본래 아이들의 것이었던 푸른 시간과 생생한 말을 우리 눈앞에 보인다.

나는 하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가 될 테다!
꿈에서 결심한 순간,
“야, 이놈아, 뭐 해 먹고살려고 이러니?”
꿈 밖에서 선생님이 소리쳤다
흠, 이런 잔소리는 귓등으로나 흘릴 테다!
나는 꿈에서 깨지 않으려고 꿈속으로 막 달렸다
― 「수업 시간에 꿈꾸기」 부분(36쪽)
땅에 가까운 내 몸이 푸르러진다
하늘에 가까운 내 몸이 맑게 깨어난다
어느새 나는 걷는 나무
발은 땅을 딛고 머리와 꿈은 하늘로
스스로 웅장해지지 매일매일
나만의 리듬으로 자유롭게
나만의 새잎들이 가슴에서 돋아나지
― 「걷는 청춘」 부분(105쪽)

우리는 춤을 추지 우리에겐 한계가 없어 가능성이란 그런 뜻이지 나는 나의 가능성, 무한히 열려 있지 내 인생은 내 거야 뭐가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좋고 뭐가 된 뒤에도 나는 그 뭐에 묶이지 않을 거니까

난 니가 좋아 너랑 함께 댄스, 푸른푸른! 이 시간이 그냥 좋아 우리의 몸은 우리의 말, 생생한 푸른푸른 말
― 김선우, 「댄스, 푸른푸른!」 부분(106~107쪽)

“네가 웃으면 봄이다. // 네가 웃어야 봄이다.”(「봄 -너에게」, 18쪽) 십 대를 보내는 청소년들이 웃지 않는다면 어른들의 조언과 충고가 무슨 소용일까. 중요한 것은 결국 어른들이 아니라 ‘나’와 ‘너’이다.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이 시집 곳곳에서 숨 쉬는 것을 보며 청소년들 역시 ‘나만의 푸른푸른 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네가 아프다는 걸, 내가 알아.”
귀 기울여 듣고 깊이 포옹하다

『댄스, 푸른푸른』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소녀가 자주 등장한다. 그 소녀는 교실 구석에서 시들어 가는 꽃, 피가 날 것처럼 손등을 긁는 옆자리 친구, 지진으로 집을 잃은 지구 저편의 아이들, 굶주린 북극곰,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친구들의 아픔을 함께 겪으며 간신히 봄을 보낸다. 소녀가 전하는 위로와 공감은 성급하지 않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것에 마음을 나눠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곁을 지킨다.

은지는 우등생이다
그런데 은지는 자주 연필을 깎는다
요즘은 손목이나 얼굴 어딘가 멍이 들어 있을 때가 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나는 우등생도 아니고
우리 집은 은지네처럼 잘살지도 않는데
나는 왠지 은지가 가엾어서 울고 싶다
은지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엄마 아빠가 차려 준 따뜻한 밥을 먹여 주고 싶다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 주고 싶다
― 「은지의 연필」 부분(45~47쪽)

엄마는 이제 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은선아, 뭐든 너 하고 싶은 걸 해. 네가 행복하면 엄마는 다 좋아.

아무래도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친구들에게 빚을 진 것 같다,고 가끔 생각한다
추웠을 친구들에게 내가 끓인 따뜻한 죽을 먹이고 싶다
― 「그 봄, 내가 처음 끓인 죽」 부분(57~59쪽)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탁, 하고 내놓게 하다

이 시집을 먼저 읽은 인디고서원의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마음을 툭 터놓게 하는 시의 힘에 주목했다.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그냥 나니까 나답게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최은수(17세)
시를 읽으며 몸 안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타민을 먹는 기분이랄까? -송현진(18세)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애쓰시는 게 때론 벅찹니다. 이 시집은 그런 제 마음을 대신 말해 줬어요. -황보효윤(18세)
이 시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생각했어요. -양다건(19세)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으며 자신의 속말을 아프지 않게 돌아보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상처받고 깨지기 쉬운 청소년들을 보듬는 시인의 마음이 시마다 아낌없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선우 시인은 이 시집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무한한 지지와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추천글

* 시를 읽다 뭔가 제 심장이 ‘쿵’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공감했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소준하(16세)
*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그냥 나니까 나답게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최은수(17세)
* 시를 읽으며 몸 안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타민을 먹는 기분이랄까? -송현진(18세)
*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애쓰시는 게 때론 벅찹니다. 이 시집은 그런 제 마음을 대신 말해 줬어요. -황보효윤(18세)
* 이 시집에는 가슴 시리고 아픈 기억도 많습니다. 별자리를 가만히 올려다보는 것처럼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시집이 위로가 되면 좋겠어요. -양서영(18세)
* “그걸로 먹고살 수 있는 거야?”라는 구절에 울컥했어요. 꿈을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고, 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거든요. -양다건(19세)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랬어
단순한 게 진리래

내가 영호를 남친 삼은 이유는 단순해
지난주 체육 시간에 뜀틀을 했는데
수돗가에서 영호가 그랬거든
수아야, 너 머리카락에 햇빛이 잔뜩 묻었다

오글거린다고?
난 그렇게 말할 줄 아는 영호가
단박에 좋아졌거든

깡충깡충 뜀틀을 뛸 때
나도 내 머리카락에 햇빛을 막 묻히는 기분이었거든
뭔가 온통 반짝거리고 달콤해진 기분!

우린 딱 통한 거지
단순한 게 진리래

수아야, 여기 아직 아프냐?
내 턱에 밉게 난 흉터
가까이서 본 애들은 징그럽다고 하는데
영호는 아프지 않냐고 물었거든

― 김선우, 「내 남친 영호」 전문

자, 다들 알겠지?
선생님이 말했다 교실은 조용하다
앞쪽에 앉은 열 명 정도는 진짜 아는 것 같다

가족 여행 갔던 첫날 밤에 나는 들었다
“어쩌지? 우리도 보내야 하는 거 아냐?”
“관두자. 학교에서 할 공부를 왜 학원에서 미리 해?”
“그래도…… 다들 보내는데…….”
“덩달아 미치진 말자고!”
텐트에서 자다가 잠깐 깬 나는
엄마 아빠가 엄청 자랑스러웠다! 감동을 간직한 채
다시 잠을 청하다가 으아, 또 감동 먹었다
“나도 학교 공부는 담 쌓았었어. 흐흐.” 아빠 목소리
“맞아 나도 날라리였잖아. 호호.” 엄마 목소리

자, 다들 알겠지?
선생님이 말했다 교실은 조용하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이
번쩍 올라간 거다 가족 휴가 때 신나게 놀았더니
힘이 넘쳤나 혹시 내가 미쳤나
벌떡 일어난 내가 기운차게 외쳤다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일제히 날 바라봤다
내가 좋아하는 민영이도 날 뚫어져라 바라봤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렸다

― 김선우, 「모르겠습니다!」 전문

1
엄마가 아파 누운 이튿날, 나처럼 요리를 좋아하는 단짝 친구들과 전복죽 레시피를 찾았다
용돈 털어 마트에서 전복을 사고 두 시간 걸려 죽을 끓였다
괜찮아. 자식 때문에 죽지도 못하는 게 엄마란다.
에이, 엄마도 참, 왜 그런 말을 해. 엄마 내가 이제 공부 열심히 할게.

다행히 엄마는 딱 삼 일만 아프고 일어나더니, 금세 호랑이 엄마로 변했다
우리 딸이 끓여 준 전복죽은 내 평생 안 잊을 거야. 그런데! 죽은 죽이고! 너 그렇게 공부 안 하다가 평생 후회한다. 어른들이 하라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해!

2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 배가 바다에 있었다
티비 앞에서 우리는 얼어붙었다
다음 날 다시 다음 날…… 나도 엄마도 아빠도 모두 눈이 퉁퉁 부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식구들도 자주 말을 잃었다
누군가 건들면 눈물열매가 툭 터지듯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봄이 갔다

3
간신히 여름이 되었다
봄 이후 가장 많이 변한 건 우리 엄마다
엄마는 마트에 가져가는 에코백과 외출할 때 드는 핸드백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내 책가방에도 달아 주었다
엄마는 이제 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은선아, 뭐든 너 하고 싶은 걸 해. 네가 행복하면 엄마는 다 좋아.

아무래도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친구들에게 빚을 진 거 같다,고 가끔 생각한다
추웠을 친구들에게 내가 끓인 따뜻한 죽을 먹이고 싶다

― 김선우, 「그 봄, 내가 처음 끓인 죽」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선우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도 시골아이로 자란 것을 생의 축복이라 여긴다. 여자들이 많은 대가족에서 시끌벅적하게 자랐다. 작가로 살아가는 에너지의 밑바탕에 당당하고 자유로운 여성이 있다고 믿는다. 이십대에 시로 등단했다. 시가 여전히 아름다움에의 기록 의지라고 믿는다. 삼십대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은 당대 사회에 적극적으로 말거는 소통 의지라고 믿는다. 자기소개를 해달라고 청해오면, ‘쓰는 자이고 사랑하는 자’라고 답한다. ‘쓰기’와 ‘사랑하기’의 정확하고 생생한 합일을 꿈꾼다.‘생명력과 관능’ ‘긍정의 여성성’ ‘서정의 본진’까지 시, 소설, 에세이를 넘나드는 김선우를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김선우의 글은 날카롭고 담대하면서도 섬세하고 따뜻하다. 정면을 통과하면서도 조곤조곤 사람의 마음을 바닥까지 파고드는 힘을 가졌다.” 한국 시의 풍요한 한 개성을 이루는 김선우의 시집으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녹턴』이 있다. 2008년 첫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를 기점으로 촛불집회 이야기를 담은 『캔들 플라워』,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생명과 사랑의 힘을 묘파한 『물의 연인들』, 소외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해 역사의 모티브로 질문하는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 1,2』, 버려진 존재였지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청소년소설 『희망을 부르는 소녀, 바리』에 이르기까지 2년에 한 권 꼴로 장편소설을 내고 있다. ‘에세이 장르의 풍성한 교본’이라 일컬어지는 『김선우의 사물들』을 비롯해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가장 최근의 『부상당한 천사에게』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에세이 작업을 하고 있다.

  목차

제1부 뺨에 뺨을 대 보다

한 송이 말의 힘
밥 먹었니?
번데기 마음
모래성 쌓기 놀이
맨드라미
思春期

말랑말랑 할머니
비밀 정원
눈이 똑똑한 개를 만난 날
내 남친 영호
문장 부호 명상
너에게
뭐랄까, 오늘 같은 저녁은
공허,라는 말
배운다는 것
나의 나무 이야기
수업 시간에 꿈꾸기
한 권의 책
외로움에 대하여

제2부 뾰족한 말 말고

그 말은 너무 뾰족해 1
그 말은 너무 뾰족해 2
은지의 연필
작지만 온몸인 은빛 물고기처럼
서어나무 은희
할머니와 문학
하늘과 도둑
여행
그 봄, 내가 처음 끓인 죽
빨간약 미란이
봄비
지한이 형의 비밀
북극곰을 보았다
엄마 냄새
보여 주기 싫은, 보여 줘야만 하는
생일 미역국
아무것도 없는 시

왜?
안다는 것

제3부 생생한 푸른푸른 말

노랑리본자리
해먹을 짜자
모르겠습니다!
수직과 수평 1
수직과 수평 2
이해 안 가는 교실
내가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
개야 개야 니가 짱이다
개미굴을 찾아서
벌레 먹은 잎
내 운동화는 사춘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떤 날의 투정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모른 척했다
고흐 씨가 전해 준 말
쓸쓸한 날엔 쓸쓸해하자
한국어 문법 초보
한국어 능력 상급
좋을 때
걷는 청춘
댄스, 푸른푸른!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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