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검은 빛>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2001년 출간한 작가의 초기작 <백사도>를 수정 가필하여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그들만의 법도로 똘똘 뭉친 외딴섬 오가미를 배경으로, 섬의 수수께끼를 풀어헤치려는 두 소년의 우정 어린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이야기는 뭍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사토시가 고향 오가미 섬으로 돌아와 소꿉친구인 고이치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신비한 것을 보는 능력이 있었던 사토시는 집에서 혼자 목욕하다가 금색으로 빛나는 눈을 지닌 '그것'을 본다. 사토시는 지념 형제 고이치와 함께 '그것'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소년은 섬의 오랜 전설과 예부터 섬을 지배해온 금기의 영역에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섬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듯 보이지만 영력은 누구보다도 강한 아라타. 그런 동생을 시샘하는 장남 신이치. 그리고 대학에서 민속예능을 공부한다는 수수께끼 같은 아라타의 친구 이누마루. 이들 중 누가 과연 오가미 섬에 출현한 괴물과 관련이 있을까?
출판사 리뷰
“거침없이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초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어딘가의 시골 마을에서는 정말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 일본 아마존 독자
나오키 상 수상 작가 미우라 시온이 빚어낸
신화적 상상력의 세계
‘요시모토 바나나 이후 가장 참신한 작가’ ‘제2의 무라카미 하루키’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 라는 극찬을 받으며 주로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그들 사이의 사랑에 대해 말해온 작가 미우라 시온이, 이제 신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소년들의 어드벤처를 선사한다. 『흰 뱀이 잠든 섬』은 그들만의 법도로 똘똘 뭉친 외딴섬 오가미를 배경으로, 섬의 수수께끼를 풀어헤치려는 두 소년의 우정 어린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2001년 출간한 작가의 초기작 『백사도』를 수정 가필하여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데뷔 초기의 상큼한 에너지와 더불어, 십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작가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새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미우라 시온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만화적 상상력, 다양한 캐릭터,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 『흰 뱀이 잠든 섬』 역시 이 모든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미우라 시온의 대표작이다.
전설의 흰 뱀이 잠든 외로운 섬,
1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대축제의 밤에 일어난
신비로운 환상과 빛나는 우정의 이야기!
이야기는 뭍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사토시가 고향 오가미 섬으로 돌아와 소꿉친구인 고이치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고이치는 배가 항구에 닿기도 전에 사토시를 반기지만, 사토시는 나고 자란 오가미의 공기가 낯설기만 하다. 바깥과는 다른 중력이 작용하는 듯한 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는 낯설고 불편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소설의 무대인 외딴섬 오가미는 법도라고 할 만한 독특한 생활습관들을 지키며 살아오고 있는 곳이다. 외부와는 단절된 채 살아가는 마을사람들 간의 유대는 보통 이상으로 끈끈하며, 장남만 섬에 남기고 나머지 자식은 뭍으로 보내기 때문에 섬에 남은 장남들끼리 서로 힘이 되길 바라며 일종의 의형제인 ‘지념 형제’를 맺어준다. 사토시의 지념 형제는 바로 고이치다. 또한 마을에서는 백사(白蛇) 신을 모시는 아라가키 신사를 중심으로 십삼 년마다 한 번씩 대축제를 연다. 사토시가 돌아온 이번 여름은 아라가키 신사의 대축제가 열리는 바로 그해.
“요즘 좀 흉흉해, …그게 나왔어.”
도둑 든 적도 없어서 웬만하면 자물쇠도 달지 않는 이 마을이 흉흉하다니, 무슨 뜻일까? 사토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라니?”
“뭐긴 뭐야. 그거지.”
어머니는 나지막한 소리로 재빨리 대답했다. 사토시는 에이, 말도 안 돼, 하고 웃어넘기려다가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한기를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_ 본문에서
사토시는 개운치 않은 느낌을 애써 떨쳐내고, 고이치가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집집마다 선물상자를 들고 인사를 다닌다. 때는 십삼 년 만에 찾아온 대축제 기간.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은근히 들떠 있고, 평소 조용하고 폐쇄적이던 섬은 오랜만에 떠들썩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이내 불온한 공기가 섬을 휩싼다. ‘그것’은 바다와 산을 드나든다는 전설 속 괴물로, 입 밖에 내거나 글로 쓰기만 해도 재앙을 부른다는 경외의 대상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신비한 것을 보는 능력이 있었던 사토시는 집에서 혼자 목욕하다가 금색으로 빛나는 눈을 지닌 ‘그것’을 본다. 단순한 허상인가, 아니면 섬의 혼란을 꾀하는 누군가의 장난인가? 사토시는 지념 형제 고이치와 함께 ‘그것’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소년은 백사와 황신, 즉 섬의 오랜 전설과 예부터 섬을 지배해온 금기의 영역에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드디어 대축제의 막이 오른다. 아라가키 신사를 모시는 신구 가문의 차남 아라타가 ‘백사 님’으로 분장하여 전통춤 무대에 오른다. 사토시처럼 섬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듯 보이지만 영력(靈力)은 누구보다도 강한 아라타. 그런 동생을 시샘하는 장남 신이치. 그리고 대학에서 민속예능을 공부한다는 수수께끼 같은 아라타의 친구 이누마루.
이들 중 누가 과연 오가미 섬에 출현한 괴물과 관련이 있을까?
신비로운 백사와 황신의 전설,
영원으로 흐르는 천 년의 시간,
홀로 그 속을 떠돌아도 외롭지 않아. 네가 내 곁에 있으니……
일본 민간전승에 따르면, 온화하게 복덕을 보장하는 ‘화혼’과 경외의 대상으로 숭상하지 않으면 화를 부르는 ‘황혼’이라는 대조적인 개념의 신앙이 있다. 소설 속 오가미 섬의 백사 님과 황신 님은 이러한 일본 고유의 전통적 개념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먼저, 흰 뱀은 약사여래불과 같은 존재로, 병고를 치유하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화혼, 즉 선신이다. 일본의 의사협회 마크뿐만 아니라 세계 의사협회의 심볼에 뱀의 형상이 들어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한편, 지금도 일본의 여러 신사에서 안녕과 수호를 위해 받들고 있는 황신은 황혼, 즉 거칠고 사나운 신의 대표격인 악신이다. 『흰 뱀이 잠든 섬』의 오가미는 이러한 선신과 악신이라는 전통적 세계관 하에 섬에서 발생하는 틈들을 조율하며 질서와 안정을 영위해온 것이다.
사토시는 숨을 죽였다. 바위 속에는 어른 한 사람이 겨우 안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지념석이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지념석 안에 잠든 것, 그것은 섬의 수호신, 아라가키 신사가 섬기는 전설의 백사였다.
“알겠어? 태곳적에 섬 아가씨와 사랑을 약속했던 백사는 이미 영원한 잠에 빠져버렸어. 여기 있는 것은 허물이야. 영혼은 이미 어딘가로 가버렸어.”
아라타는 사토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눈이 거대한 지념석에서 내뿜는 푸르스름한 빛을 내비치며 붉게 빛났다. _ 본문에서
오가미 섬에서처럼 오늘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돌에 인연을 담고 나무에 전설을 그린다. 또한 유구한 전통을 이어나가기도 하고 금기를 다시 해석하기도 한다. 어쩌면 법도와 전설들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신은 그저 영원을 순간같이 그곳에 존재할 뿐.
『흰 뱀이 잠든 섬』은 두 주인공 소년을 통해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물론,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금기에의 야심찬 도전을 통한 개인과 세계의 관계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섬에 남길 원하지만 기회를 박탈당한 차남의 에피소드를 통해 마이너리티의 문제도 생각해보게 한다. 미우라 시온은 이러한 다층적인 주제를 지념 형제의 끈끈한 우정과 금기에 도전하는 모험을 담은 유쾌한 성장소설로 완성한다.
작가 소개
저자 : 미우라 시온
197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졸업을 앞두고 편집자가 되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던 중, 작가적 기질을 알아본 하야카와쇼보 편집자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십여 개 출판 관련회사를 대상으로 고군분투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격투하는 사람에게 동그라미를》을 발표, 소설가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6년에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나오키상을, 2012년 《배를 엮다》로 서점대상을 수상하면서, 일본에서 문학적 권위와 대중적 인기를 대표하는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가가 되었다. 그밖에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검은 빛》《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흰 뱀이 잠드는 섬》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등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평소 고문학은 물론, 로맨스소설, 만화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독서력을 자랑하는 활자중독자로서 《망상작렬》 《산지로와 그리고 문을 나섰다》 《서점에서 만나기》 등 독서일기를 비롯해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유쾌한 신변잡기를 담은 에세이 역시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일본문단의 대표적 기수로 <코발트> 단편소설상, 다자이오사무상, 데쓰카오사무문화상, R-18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작가서문 _007
1장 섬으로 돌아오다 _009
2장 꽃은 밤에 더 향기롭다 _030
3장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_116
4장 백년 뒤 축제날 _177
5장 가장 먼저 들려온 소리 _253
6장 떠나는 아침 길 _343
에필로그 떠나는 밤 _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