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모두’라는 원은 어디까지일까
나는 왜 그곳에 있지 않을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에 혼자가 되기를 택한 청춘들
서로 마음을 포개며 다시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달리기의 맛』의 작가 누카가 미오의 또 다른 장편소설 『외톨이들』이 창비청소년문학 86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외톨이들』은 제16회 쇼가쿠간문고 소설상을 받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일본 독자들에게서 큰 호평을 얻은 성장소설이다. 사소한 오해 때문에 담임 교사와 반 친구들에게서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주인공 히토코, 외로운 히토코를 멀리서 응원하며 피아노를 가르쳐 주는 괴팍하지만 속 깊은 규 할머니, 신경증적인 어머니의 등쌀에 마음 편할 날 없는 후유키, 남모르는 비밀을 안은 채 히토코의 곁을 맴도는 아키히로 등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냈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청소년 시기의 잔혹함과 외로움을 아프게 전하면서도 회복과 성장,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 등장인물 소개 “얽히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는 얽히지 않아.”
어느 날 갑자기 외톨이가 되었다.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 소녀.
“줄곧 네가 좋았어.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봐 왔으니까.
내가 좋아했던 히토코로 돌아와 주길 바랐어.“
히토코를 바라보는 것은 힘들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겁하게.
그날의 비밀을 간직한 소년.
“굳이 친구가 되어 달라는 건 아냐. 앞으로도 쭉 나랑 얽혀 주면 좋겠어.“
모든 일에 간섭하는 엄마가 두려워 눈치만 보다가 혼자가 되어 버린 소년.
히토코의 의연한 표정, 당당하게 혼자 있는 모습이 부러워진다.
”돌아보지 않아도 안다. 나를 쫓아오는 녀석 따위, 없다.“
그날, 그 작은 교실 안에서 가장 악마 같은 아이는 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내 곁을 떠나 다른 데로 가 버리는 것일까?
친구 따윈 필요 없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외톨이’ 『외톨이들』은 학교 폭력의 가해와 피해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외로운 여러 인물의 사연을 시점을 달리해 그리면서 그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한다.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금붕어를 키우고 싶었던 후유키는 생물 당번을 자처한다. 그러다 후유키가 전학을 가 버리자 히토코 혼자 금붕어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금붕어가 죽어 버리고, 히토코는 담임 선생님에게서 후유키의 금붕어를 일부러 죽였다는 오해를 사며 호된 질책을 당하고 만다. 믿었던 친구들은 아무도 히토코의 편을 들어 주지 않는다. 그날 이후로 따돌림을 당하게 된 히토코는 차라리 제 이름처럼 외톨이(히토리코)로 살고자 결심한다.
‘다들’이라니, ‘얽히지 않아도 될 사람과는 얽히지 않는다’의 대극에 있는 존재다.
그 ‘다들’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다들’인 걸까? ‘다들’에 나는 들어 있는 걸까? 대답은 너무 빤해서 히토코는 그 원에 절대로 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 109면
이후 중학생이 된 히토코는 교내 동아리에 들지 않고 혼자 외로이 사는 규 할머니에게 찾아가 피아노를 배우며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법을 익힌다. 히토코의 부서진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규 할머니뿐이다.
“쟤는 사실은 쓸쓸한 거야. 정말 친구가 필요하지. 지금처럼 쓸쓸한 날들에, 저렇게 보여도 지쳐 있다고. 다만 두려워서 발을 내디디지 못하는 거란다.” ― 129면
또 다른 ‘외톨이’인 후유키는 전학 간 도쿄에서도 사사건건 자신을 간섭하고 조종하려 드는 어머니 때문에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된 후유키는 할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히토코를 만난다. 후유키는 “얽히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는 얽히지 않는다.”라는 신조로 고독하고 당당한 외톨이가 되어 버린 히토코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지만, 어머니에게 짓눌린 채 살아온 자기 삶을 겹쳐 보며 그 신선한 면모에 반하게 된다. 후유키는 히토코에게 조금씩 다가가 ‘얽혀도 될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히토코 역시 외톨이였던 자기 삶에 나타난 친구 후유키를 서서히 받아들인다. 둘은 자기 내면에만 침잠하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한 뼘씩 성장한다.
“지금 이야기를 들은 걸로는 헤어지길 잘한 것 같아. 어머니와.”
“그렇게 생각해?”
“가족을 잃어버렸을진 모르지만, 후유키는 후유키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았잖아.”
― 242면
상처와 오해로 가득했던 잔혹한 청춘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 『외톨이들』은 히토코와 후유키, 아키히로 등 주인공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까지의 모습을 찬찬히 따라가며 인물의 변화에 집중한다. 히토코는 후유키와 함께 고등학교 문화제에 합창 공연을 올리게 되고, 동급생들 사이에서 피아노 반주를 훌륭하게 해내며 달라진 관계와 한층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누카가 미오가 그려 내는 인물들은 아무리 악인이라 해도 이면에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어 평면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지내는 주인공뿐 아니라 시샘과 질투, 원망과 비교로 인해 친구와 자기 자신을 갉아 먹는 결정을 내리고 마는 악역들까지도 연민 어리게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외톨이들’을 만들어 낸 비틀린 심성의 어른들도 잘 표현된다. 청소년기에 어른들이 주는 상처는 너무나 커서, 때로 내면의 무언가를 부수어 버리고 만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독자들은 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따라 읽으며 눈물짓다가, 자기 안의 어리고 약한 부분들까지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또한 성급한 화해가 아닌 진정한 상처의 회복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을 통해, 아픔을 극복한 모두의 앞날이 참다운 해피엔딩을 맞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것저것, 모조리. 모든 것들이 쌓이고 겹치고 얽혀 풀 수 없게 되어 버린 거다. 하지만 누가 나쁘다든가, 누가 피해자라든가, 그런 걸 생각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불모지라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말로 한다면, 모두 나쁘다. 그리고 모두 불쌍하다.
그러니까 나는 히토리코로 좋아.
금요일에 모두 함께 파를 얹은 카레우동을 먹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히토코는 그렇게 말했다. 후유키와 호리코시를 고요히 용서했다.
― 275면
졸업장을 받으면 아무래도 뭔가 생각나는 거 아닐까? 즐거운 추억이야 떠오르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