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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밥
낮은산 | 3-4학년 | 20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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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삭둥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여리고 약했다는 작가 김중미『괭이부리말 이이들』에서 가난한 동네를 터전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한 눈길과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작가 김중미. 팔삭둥이로 태어난 탓에 어려서부터 또래 아이들보다 여리고 약했다는그는 힘세고 잘난 사람들보다는 늘 못나고 약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가 글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가난한 아이들.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 인간만 잘 살면된다는 생각으로 파괴되는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사는 뭇 생명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는『괭이부리말 아이들』이후 2년여 만에 새로 써낸 신작『종이밥』의 어린 두 주인공. 송이와 철이 오누이를 통해 모쪼록독자들의 마음 속에 약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사랑이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가슴 아픈 현실을 보듬어내는 따뜻한 시선송이네 동네는 산등성이까지 아파트촌이 들어서서 이제는 산쪽대기에 섬처럼 남아 있는 판자촌이다. 송이는 그곳에서 오빠 철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 나가고, 오빠 철이마저학교에 가고 나면 송이는 밖에서 문이 채워진 채 하루 종일 방에서 혼자 보내야만 한다. 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면 눈이 부신 송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오삐에게 달려와 안긴다. 송이가혼자 놀던 방에는 언제나 종이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송이는 그때부터 종이를 씹기 시작했다. 송이는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자물죄가 잠긴 방에서 벗어났다. 그렇지만 종이 먹는 버릇을 고치지는 못했다.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송이는 학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정작 송이가 가야 할 곳은 학교가 아니라 절이다. 할머니가 송이를 절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병든 할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일을 할수 없고, 할머니는 할아버지 병수발만도 벅차다. 어린 철이는 동생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지만 철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어절 수 없이 어린 것을 홀로 떠나보내야 하는 식구들에게서는 서로를배려하는 안카까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다.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진솔한 삶의 모습"할아버지, 나 없더라도 약 꼭 먹어. 두 밤만 자고 올 거니까. 그때까지 할아버지 다 나아야 돼... 그리구 밥두 꼭 먹어." 송이가 절로 떠난다. 송이는 그저 할머니가 다니는 절에 같이 가는 줄로 알지만 이제 송이는 절에서 살아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송이는 그저 재잘대고 송이를 바라보는 철이는 코가 콱 막힌다. 할머니가절에 갔다 돌아오는 날, 철이는 아침나절부터 골목 어귀에 나와 섰다. 혹시라도 활머니가 송이를 다시 데려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히면서. 그런데 언덕길을 올라오는 힐머니 뒤에 거짓말처럼 송이가 쫄랑거리며 쫓아오고 있다.너무 좋아 한달음에 뛰어내려간 철이는 송이 팔목을 잡고 다짜고짜 묻는다. "너, 이송이 맞아?" 할머니는 결국 송이를 떼어놓을 수 없었고, 새벽녘에 도망치듯 절에서 송이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송이를 본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잡으며 "임자 잘 혔어 잘 혔어"하며 할머니의 거친 손을 쓰다듬는다.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어내려는 안타까운 마음,그 안타까운 마음이 모여 이루어내는 삶의 진정성, 그것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작가의 시선이 어우러져 선사하는 것이『종이밥』이 주는 감동의 요체일것이다.그림 그리기가 고통스러웠다는 화가 김환영『종이밥』을 그리기 위해 화가는 작가와 함께 이 직품의 무대가 되는 인천의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동네 전경을 그리기 위해 산등성이에 올라 사진을 찍기도 했고, 단칸방의 느낌을 살려내고자 남의 집 방문앞에서 기웃거리기도 했다. 달동네의 신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천연색보다는 모노톤의 그림이 적절하리라 판단한 그는 물감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그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사실적이고 사진적인 느낌보다는 조금은우화적인 표현을 하고자 했던 화가는 자유로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처음에 밑그림을 그렸던 복사지 위에 연필 선과 펜 선을 얹혔고 그 위에 담채를 입혀 그림을 완성했다. 송이를 중심으로 화면을 움직여 나간 까닭에 대해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쩌면 송이가 유일한 희망의 담지자이므로..." 하지만 취재의 어려움이나 표현 기법의 선택보다 정작 고통스러왔던 것은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화가 스스로의 마음을다스려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 때까지, 송이는 단칸방에서 혼자 놀았다.

철이가 방문을 열면 송이는 눈이 부셔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뒤뚱뒤뚱 걸어와 철이에게 안겼다. 송이가 혼자 놀던 방바닥에는 언제나 종이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송이는 그 때부터 종이를 씹기 시작했다. 심심하고 배고플 때,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송이는 종이를 먹었다.

송이는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자물쇠가 잠긴 방에서 벗어났다. 그렇지만 종이 먹는 버릇을 고치지는 못했다. - 본문 51쪽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중미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 인천의 가난한 마을 만석동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정착했다. 2001년 강화의 시골로 이사한 뒤 강화에도 공부방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강화와 만석동을 오가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공부방 프로그램이 문화 예술 활동으로 확장되면서 이름을 ‘기찻길옆작은학교’로 바꾸었다. 2000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지은 책으로 동화 『종이밥』 『내 동생 아영이』 『똥바다에 게가 산다』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나의 동두천』, 그림책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6번길을 지켜라 뚝딱』, 에세이 『다시 길을 떠나다』 『꽃은 많을수록 좋다』 등이 있다.

  목차

.송이의 종이밥 ... 8
.학교 가려면 며칠 남았지? ... 15
.아파트 놀이터 ... 24
.시장에 간 할아버지 ... 37
.송이를 위하여 ... 46
.할머니의 눈물 ... 53
.빨간 곰돌이 푸 가방 ... 66
.송이네 가족 사진 ... 71
.이별 ... 81
.너, 이송이 맞아? ... 88
.부처님 손 ...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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