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SF. 로봇에 영혼과 의식을 불어넣는 기술로 마법을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 인간의 손에 태어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무 인형 ‘피노키오’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이 등장하는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얼핏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오락물처럼 보이는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기발한 SF적 상상력보다 작품 전편에 진하게 배어나는 휴머니즘의 정취다. 로봇이란 말이 강제 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에서 유래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로봇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 노동을 대신하는 노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모방한 ‘인공지능’이 급속히 확산되며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져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인간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로봇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출판사 리뷰
‘인간적’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환상적 로봇 어드벤처
도로시: 뇌가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있죠?
허수아비: 하지만 사람들도 생각 없이 말을 많이 하지 않나요?
―<오즈의 마법사>에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스팀펑크 SF. 스팀펑크(Steampunk)는 과거 배경(steam)과 미래 기술력(cyberpunk)의 만남을 특징으로 하는 SF의 한 장르인데, 이 소설은 로봇에 영혼과 의식을 불어넣는 기술로 마법을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 인간의 손에 태어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무 인형 ‘피노키오’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이 등장하는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얼핏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오락물처럼 보이는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기발한 SF적 상상력보다 작품 전편에 진하게 배어나는 휴머니즘의 정취다. 로봇이란 말이 강제 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로봇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 노동을 대신하는 노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모방한 ‘인공지능’이 급속히 확산되며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져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인간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로봇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알파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인간은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우월한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품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짚어볼 점은 이러한 혁명적 신사회의 전망이 제기하는 철학적 질문이다.
대체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적’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잔혹한 폭력과 억압으로 점철되어온 인류 문명사를 돌이켜볼 때, 인간성의 파멸은 오히려 로봇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초래되고 가속화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진화해나간다면, 로봇이 지구의 새 주인공이 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나?
로봇 덕분에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풍요로운 유토피아적 사회를 만들어나갈지, 아니면 거꾸로 로봇의 노예가 될지는 이러한 질문에 우리 인간이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최근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로봇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주는 의미심장한 소설이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어 로봇 제조·판매상 압살롬 씨의 조수로 일하는 크리스토퍼는 얕은꾀로 로봇을 파는 데만 관심 있는 압살롬 씨에게 불만이 많다. 그래서 언제 팔려 나갈지 모르는 로봇 친구들을 동정해서 끔찍이 아껴주지만, 어느 날 로봇 친구들을 데리고 돈을 벌러 나갔다가 뜻밖의 차 사고를 당하면서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던 크리스토퍼 역시 실은 로봇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 갑자기 정보국에서 파견된 수사관들이 들이닥쳐서 크리스토퍼를 끌고 간다. 크리스토퍼가 법으로 금지된 ‘정제 추진력’(영혼 부여) 기술을 사용한 로봇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토퍼를 만든 사람은 ‘정제 추진력’ 기술을 발명한 전설적 로봇 엔지니어, 필립 코미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크리스토퍼가 끌려간 후 잭과 로버트를 비롯한 로봇 친구들은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채고, 크리스토퍼를 만든 필립 코미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선다.
왜 세계 최고의 로봇 제작자인 필립 코미어는 자신이 만든 로봇들을 모두 파괴하고 은둔 생활을 하는 것일까? 크리스토퍼는 어떻게 해서 혼자 살아남아 압살롬 씨의 조수로 일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크리스토퍼를 잡아간 사람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잭은 물끄러미 바닥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나도… 나도 너처럼 진짜 인간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숨을 쉬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 진짜 피부도 갖고 싶고. 인간의 피부 말이야. 어린애였다가 점점 자라서 어른이 되면 어떤 기분인지도 궁금해.”
말을 마친 잭이 순간 크리스토퍼를 노려봤다.
“나도 너처럼 인간이 되고 싶어.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을 경험하고 싶다고.”
크리스토퍼는 할 말이 없었다. 갑자기 거북한 기분이 들어 잭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기분을 알게 되는 것처럼 중요한 일 말이야.” 잭이 덧붙였다.
“나도 엄마, 아빠가 없어. 지금은 안 계시니까.” 크리스토퍼가 중얼거렸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 잭이 말했다.
“크리스토퍼, 어떤 기분인지 알려줘봐, 어서. 얘기해줘.” 로버트가 거들었다.
“뭐가 어떤 기분이냔 거야?”
“가족이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이냐고.”
크리스토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에스텔한테 모조리 들었다. 과거, 필립 코미어가 로봇에게 의식을 불어넣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기술이 정제 추진력이었다. 신경 접합, 본질 이전, 그 밖에 여러 가지 전문 용어를 사용했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로봇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이었다. 필립 코미어는 찰스 블레이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연을 하던 중 수십 명의 사람이 로봇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중에 찰스 블레이크도 있었다.
“필립 코미어가 아이언하벤으로 자진해서 망명한 이유이기도 하지.” 압살롬 씨가 말을 이었다. “코미어가 자기가 만든 최고의 로봇을 전부 녹여버렸다는 소문이 돌았지. 산산조각 내고 하나하나 분해해서 용광로에 집어넣었다고 하더구나. 바로 이게 코미어 오리지널 로봇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이유란다. 미치광이가 만든 로봇이라고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
“필립 코미어가 성인 로봇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압살롬 씨가 깔보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크리스토퍼를 쳐다봤다.
“런시블 이후로 성인 로봇을 만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법으로 금지된 일이니까.”
크리스토퍼는 자기도 모르게 오른 손톱을 바짝 세우고 팔뚝에 갖다 댔다. 그러고는 손톱으로 손목 위에 붙은 진한 색 살갗을 세게 눌렀다. 턱을 꽉 깨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손가락에 힘을 꽉 주고 피부 깊숙이 손톱을 박아 넣고는 살갗을 뜯어냈다. 화가 나서 고함이 절로 나왔다.
번쩍거리는 은색 금속이 드러났다.
‘피가 안 나잖아.’
‘바보야, 피가 날 리가 없잖아.’ 머릿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피가 날 리가 없지. 난 인간이 아니니까….’
다리도 제 것 같지 않았다. 크리스토퍼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겨우 문 앞까지 걸어갔다.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나오네? 내가 어떻게 울 수 있지? 어떻게 눈물이 나는 걸까? 인간도 아닌데….’
크리스토퍼는 문 바로 앞에서 넘어질 뻔했지만 오른팔로 문을 짚고 기대섰다. 그리고 왼팔을 다시 한 번 봤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토퍼는 문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시 있는 힘껏 문을 당겨봤다. 하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크리스토퍼는 주먹으로 문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압살롬 씨!”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다시금 정적이 크리스토퍼를 에워쌌다. 크리스토퍼는 겁이 났지만 느닷없이 화가 치솟으면서 기운이 났다.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난 크리스토퍼는 문에 몸을 들이받으면 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일 한 가지가 크리스토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단 한 가지.
크리스토퍼는 소리쳤다.
“누가 저를 만들었나요, 압살롬 씨! 저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요?”
작가 소개
지은이 : 파드레이그 케니
아일랜드 뉴브릿지에서 태어나 국립 메이누스 대학에서 앵글로-아이리시 문학을 공부했다. 영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이자 아트 칼럼니스트, 라디오와 영화 각본가로 활동해왔다. 2018년 출간한 첫 청소년소설 『로봇 하트』(원제: Tin)가 워터스톤즈 등 대형 서점에서 이 달의 책으로 선정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현재 <판의 미로>와 <몬스터 콜스>에서 영감을 얻은 두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