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1년 개정 초등5학년 교과서 수록 기념 재출간
(「서른다섯, 서른여섯 굽이를 돌며-우정에 대하여」 전문 수록)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로부터 깊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이순원이 1996년 출간했던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을 실천문학사의 청소년문학선인 담쟁이 문고로 재출간한다. 2011년 초등5학년 교과서 수록을 계기로 15년 전 출간 당시, ‘아버지’가 주요 대상층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개정판은 ‘아들’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해서 앞부분의 다소 무거웠던 배경을 대폭 축소하였다.
그간 작품을 통해 우리가 만났던 이순원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언제나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에 대한 깨달음, 지나온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이순원이 ‘성장’의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대표작 중 하나로 지금은 장성해버린 작가의 두 아들이 어린아이였던 시절에 함께 넘었던 대관령 고갯길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한수임 작가의 서정적인 그림이 덧붙여져 행간의 여운과 감동이 더욱 커졌다.
“사랑해요, 아빠!”, “사랑한다, 내 아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혼과 함께하는 길
화자인 나는 소설가이자 두 아들을 둔 아버지이다. 강릉 대관령 고개 아래 본가를 둔 나는 최근에 발간한 소설책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상태다. 그 책에 부모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집안의 오래된 상처를 드러내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기도 할뿐더러 새로 나온 족보를 핑계 삼아 다녀가라는 아버지의 전언을 들은 나는 큰아들인 상우와 함께 대관령을 걸어 넘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흔히들 ‘아흔아홉 굽이’라고 할 만큼 크고 작은 굽이가 셀 수없이 많은 해발 800여 미터 이상의 대관령 길을 걸어 넘기 시작한다.
작가 이순원이 15년 전, 그러니까 등단 후 11년 만에 내놓았던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작가의 자전적 내용에 바탕한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출간 직후, 어지러웠던 마음과 당시 어린아이였던 두 아들과 함께 걸었던 대관령 길에서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하는 아들의 진심, 그런 아들에게 때로는 의지하고 때로는 넉넉한 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일러주는 아버지. 이들 부자의 대화는 담백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긴다.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에 인생을 담다
출발 전과 도착 후에 해당하는 단락을 제외한 총 서른일곱 굽이로 나누어 담은 부자간의 대화는 마치 우리 인생 같다. 열아홉 굽이까지의 이야기는 10대의 아이에게 해줄 만한 자연만물에 대한 이야기와 집안의 내력을, 스무 굽이부터는 성인이 되어 이제 독립해야 할 시기가 되는 20대의 자식에게 부모가 해주고 싶을 이런저런 인생의 조언을, 그리고 아이 역시 아버지가 될 나이인 서른 굽이부터는 또 그에 걸맞은 ‘좋은 어른의 길’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서른다섯, 서른여섯 굽이를 돌며-우정에 대하여’는 2011년 개정 초등5학년 교과서에 전문이 수록되는 부분으로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계 맺기’란 무엇일까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내용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개인주의’ 성향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순원
상고를 1,2등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72년에 강릉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왼손잡이라 다른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주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이순원은 은행원이 되는 대신 고랭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으로 올라가 농군이 되지만 고된 농사일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2년 뒤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1978년에 나온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소설에는 소설적인 문장이 따로 있는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간명하고 정확한 단문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 문장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순원은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이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시리즈를 비롯한 「수색」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순원의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그 10년 후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저자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이 땅 천민자본 상류층의 끝간 데 모를 욕망과 타락을 연쇄살인의 형식을 통해 비판·경고했다.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테러를 꿈꾼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대 정동진에 가면」 등의 작품에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강하게 흐르며, 「순수」에서는 이같은 연민이 구체적인 사회적 발언을 입어 힘을 얻는다. 「순수」에서 40년전 잔칫날 동네 사내들이 혼사 주인공을 화제로 함부로 내뱉는 음담은 우리의 연약한 ‘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픔이 사회적 폭력의식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음란상에 우리 사회를 빗대는 발언에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같은 맹렬한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그리고 가두어도 가두어도 비집고 나오고 또 갖고자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우리 내면의 욕망을 다룬 「수색」연작 이후로는, 우리 내면의 무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구체적 삶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작이며,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창작집 『첫눈』 역시,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키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네고 있다.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등이 있다.
목차
작가의 말·떠나기 전에-그날 우리 집 거실 풍경·길을 걸을 준비를 하며-금요일 밤 잠자리에서·한 굽이를 돌며-할아버지 댁은 어디 있나·두 굽이를 돌며-할아버지가 물려주시는 자리·셋, 네 굽이를 돌며-이 길은 누가 만들었나·다섯 굽이를 돌며-왜 대관령은 굽이를 셀 수가 없을까·여섯 굽이를 돌며-농사짓는 일을 깔보는 사람들·일곱 굽이를 돌며-50가지의 풀이름 대기·여덟 굽이를 돌며-아빠가 글을 쓸 때의 마음·아홉, 열 굽이를 돌며-글을 쓰며 가장 힘든 일·열한 굽이를 돌며-푸른 나무들에 대하여·열둘, 열세 굽이를 돌며-물푸레나무 회초리와 물푸레나무 책상·열넷, 열다섯 굽이를 돌며-집안의 역사에 대하여·열여섯 굽이를 돌며-다시 말하지 않고 걷기·열일곱, 짧은 열여덟, 열아홉 굽이를 돌며-아이의 길, 어른의 길·스무 굽이를 돌며-이미 네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스물하나, 스물두 굽이를 돌며-아빠가 어릴 때 잃어버렸던 것들, 그리고 배운 것들·스물세 굽이를 돌며-부모 마음의 노란 손수건·스물네 굽이를 돌며-한 굽이를 뛰어내려가기·스물다섯 굽이를 돌며-한 굽이를 더 뛰어내려가기·스물여섯 굽이에 이르기 전에-조급함에 대하여·스물일곱 굽이를 돌며-너희들을 키우며 아빠가 안타까웠던 것·스물여덟 굽이를 돌며-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너희들의 생각·스물아홉 굽이를 돌며-아들의 여자 친구·서른 굽이를 돌며-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어른·서른하나, 서른두 굽이의 반을 돌며-산속에서 노을을 바라보기·서른두 굽이의 반과 서른세 굽이를 돌며-어린 철학자들·서른네 굽이를 돌며-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는 야구감독·서른다섯, 서른여섯 굽이를 돌며-우정에 대하여·서른일곱 굽이를 돌고 나서-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먼 길에 대하여·집으로 들어가는 샛길에서-어둠 속에 빛나는 노란 손수건